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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108_목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 / 2012_1113_화요일_07:00pm
관람시간 / 11:00am~05:30pm
대안공간 정다방프로젝트 Gallery Jungdabang Project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4가 7-1번지 B1 Tel. +82.10.5296.5382 jungdabang.com
증명에서 억압으로, 카메라 기능에 대한 분석 ● 1826년 카메라는 최초의 사진 한 장을 얻었다. 그때 사진은 매우 희미한 풍경을 담고 있었다. 점차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카메라는 더욱 선명하고 정확한 상(像)을 얻을 수 있었으며, 심지어 움직임과 소리까지 재현할 수 있었다. 카메라가 현실에 더욱 가까운 상을 얻기 시작하자 많은 것들이 기록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다양한 동작,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행동양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얼굴 등이 기록의 대상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러한 기록에 거짓이 없다고 여겼으며, 따라서 어떤 것의 증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사진과 영상이 왜곡될 수 있다고 하다라도, 카메라에 있어서 무엇인가를 증명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현은 이것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그에 따르면 증명이란 겉으로 드러난 기능일 뿐 그 뒤에는 숨어있는 카메라의 폭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그의 문제의식은 지금까지의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정현은 카메라가 증명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어떻게 억압의 기제로 작동해 왔는가를 카메라의 객관적 기록성을 극도로 강조함으로써 보여주었다. 그러나「I see you seeing me」에서는 카메라의 폭력성이 카메라 그 자체에 의해 드러난다. 김정현은 이번 작품에서 무엇인가를 감시하고 억압하는 도구로서의 카메라를 전면에 등장시켰다.
카메라가 억압의 매체로 직접 모습을 드러내면서, 개인이 갖고 있던 욕망 또한 수면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개인은 스스로 자신의 욕망을 카메라 아래서 통제한다. 카메라와 개인 사이의 이러한 권력구조가「I see you seeing me」에서 연극적 상황을 통해 구체화된다. 전시장 한가운데 놓여있는 당구대에는 조금 전까지도 사람들이 놀다간 흔적이 남아있다. 화려한 색상의 당구공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마시던 술잔도 그대로 놓여 있다. 당장이라도 포켓볼을 칠 수 있도록 큐대는 당구대 위에 걸쳐져 있다. ● 전시장에 들어서는 관람객은 연극 무대 위의 배우로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관람객은 그 어떤 것 하나에도 쉽게 다가갈 수 없다. 당구대 위에는 감시카메라가 있어서 한쪽 벽면에 투사되고, 투사된 장면과 똑같은 사진이 다른 쪽 벽면에 걸려있다. 사람들은 한번쯤 큐대를 잡고 당구를 쳐보고 싶기도 하지만, 현장의 증거사진 마냥 벽에 걸린 사진과 천정에 매달린 감시카메라 때문에 당구대를 쳐다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사를 잊어버린 배우처럼 그저 서성이게 된다.
나머지 벽에 걸려있는 사진들은 전시설치 장면을 찍은 것으로, 그 장면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통제시스템을 만들어낸 공모자들이다. 지금은 없는, 흔적만 남은 공모자들에 둘러싸인 관람객은 이러한 통제시스템이 결국 허상임을 깨닫지만, 결코 이 시스템을 깨려고 하지 않는다. 누구하나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검열을 통해 통제 속으로 걸어들어 간다.
「I see you seeing me」에서 당구대와 당구대를 찍은 사진과 당구대가 비춰지는 영상은 서로가 서로를 증명해 주면서, 있었던 것과 있는 것들에 대한 증거자료가 된다. 그런데 서로서로를 증명해주는 바로 그 증명 자체가 전시공간에 참여하게 되는 개인을 스스로 통제하도록 하는 억압이 된다. 즉 김정현은 카메라의 기능 중 증명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증명 뒤에 감추어진 또 하나의 기능인 억압에 대해 주목한다.
이제까지 김정현의 작업이 매체가 행사하는 권력에 대한 개인의 외부적 반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작업은 이러한 권력에 대한 개인의 내부적 반응 즉 자기검열에 초점이 맞춰진다. 관람객의 자기검열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I see you seeing me」에서 연극적 상황을 설정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영업이 막 끝나버린 카페에 놓인 당구대라는 상황 그 자체가 작품이기 때문에 관람객은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작품에 참여하게 되고, 작품 그 자체가 된다. 이로 인해 관람객은 작품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작품의 내용과 의미를 파악하도록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작품 가운데서 체험하고 더 나아가 참여하게 된다. ■ 김연주
Vol.20121110f | 김정현展 / KIMJEONGHYUN / 金正炫 / photography.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