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홍구_공성훈_김나영+그레고리 마스 김동연_김범_김소라_김홍주_문범 오용석_이기봉_이불, 이세현, 정서영
전시 프로그램 특별 토크 프로그램-문학과 미술의 만남 / 2012_1207_금요일_02:00pm 아티스트 토크 이기봉 작가 / 2012_1117_토요일_02:00pm~04:00pm 정서영 작가 / 2013_0112_토요일_02:00pm~04:00pm 송년 음악회 - 피아노가 있는 풍경 / 2012_1221_금요일_07:00pm 전시설명 / 매주 화~일_02:00pm, 04:00pm * 수능 이벤트 - 11월 한달 간 수능 수험생 무료 입장
강연회·특별공연 참가신청 / 홈페이지(www.plateau.or.kr)에서 접수 문의 / 1577-7595
관람료 / 일반 3,000원(단체 2,000원) / 학생(초/중/고) 2,000원(단체 1,000원) * 20인 이상 단체 관람료 적용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삼성미술관 플라토 PLATEAU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150번지 삼성생명빌딩 1층 Tel. 1577.7595 www.plateau.or.kr
삼성미술관 플라토는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현대미술의 상상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현실인식의 불가능성 혹은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제시하는 『(불)가능한 풍경 (Im)Possible Landscape』展을 11월 8일 부터 2013년 2월 3일까지 개최한다. 초상과 더불어 미술사의 가장 오래된 장르인 '풍경'은 자연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한 시대와 개인의 현실인식을 반영한 결과물로서, 오늘날 현대미술에서도 끊임없이 재탐사되고 있는 영역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풍경에 대한 인식은 '차경(借景),' 즉 펼쳐진 공간 속의 광경을 주체의 의도에 따라 선별하여 편집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연의 기운을 담은 바람(風)과 햇볕(景)을 뜻하는 본래 의미와 같이, 풍경은 바로 눈 앞에 펼쳐진 현실 그 자체가 아닌 표면 아래 감추어진 실재를 파악하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으로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의 메타포로서 예술가들에게 인식되어 왔다. ●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강홍구, 공성훈,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김동연, 김범, 김소라, 김홍주, 문범, 오용석, 이기봉, 이불, 이세현, 정서영 등 세대와 경향을 달리하는 14명의 작가들은 '풍경에 대한 사유'라는 단 하나의 지점만을 공유할 뿐, 재현에서부터 개념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각자만의 방식으로 여러 갈래로 확장하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유동성을 보여 준다. 이번 전시에서 풍경은 일상적 차원으로 시점을 이동하고, 고정되지 않은 여정을 통해 획득한 경험적 정보들을 재조립하며, 더 나아가 재현 너머의 공간으로 이행함으로써, 잘려진 프레임보다는 훨씬 더 풍부하고 유동적인 범위의 풍경을 창안한다. ● 이불, 이세현, 공성훈, 강홍구, 오용석 작가에게 풍경은 사실주의 재현기법을 이용하지만 결국은 그것이 예술가에 의해 선별되고 편집되어지는 역설적인 거짓임을 보여 준다. 풍경의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과학적인 재현의 법칙에 의거한 자연주의적인 실경(實景)이거나, 또는 자연의 숭고함을 외경하는 낭만주의적 풍경 같은 어떤 전형성의 이미지인데, 우리시대의 풍경 사유자들은 이러한 풍경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패러디 방식을 통해 그 전형성을 극복하고자 한다. 이불은 20세기 근대사 속 건축, 인물, 사건들에서 차용한 풍경을 통해 시대와 국적을 가늠할 수 없고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기억의 파편들로 재구성된 작가 만의 새로운 서사를 제시하여 유토피아라는 근대의 거대담론을 해체하고 자기 의도대로 새로운 역사쓰기를 시도한다. 이세현은 동양적 시점으로 그려진 이상적 산수 풍경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밀하게 묘사된 현실의 풍경을 제시하여, 시각적 이동에 의해 여러 지점에서 획득한 풍경들을 재조립하여 일련의 관조적 풍경을 다시 만드는 작업을 보여 준다. 공성훈은 낭만적인 풍경으로 화면을 압도하지만, 실제로는 함께 병치한 하찮은 일상들로 그 장대함에 균열을 내는 작업을 통해 그림 이면에 실재하는 현실 또는 불안함을 드러낸다. 강홍구는 과도한 도시 개발로 풍경 자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믿을 수 없을 일들에 대한 오마주를 디지털 합성이나 아크릴 페인팅으로 풍경을 새롭게 구성하여 보여 주며 오용석은 영화의 끝 장면이 줌아웃에 의해 스토리를 종결하는데 주목하여 이때 드러나는 조감의 풍경과 구체적인 삶이 삭제된 근대의 관조적인 풍경이 흡사한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 이에 비해 김범과 김홍주는 풍경을 모티브로 하여 시각적, 지각적 탐구를 보여 준다. 김범은 단 몇 줄의 문장으로 눈에 보이는 세계의 미약함을 걷어 내고 인덱스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제시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냄 으로써 '보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성찰한다. 김홍주는 회화에 있어서의 '재현'의 문제에 천착하면서 대상을 고립시키고 조망하는 시선의 결과로 풍경은 마치 읽을 수 있는 텍스트로 변경되는 동시에 배설물 같은 구체적인 풍경을 관객의 면전에 대면시켜 재현의 허구성을 드러낸다. 문범과 이기봉, 정서영은 풍경을 묘사하지만 보여지는 외피와 전혀 연관없는 또 다른 주제로 작품을 보여 준다. 문범은 물질에 대한 사유를 통해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지속하고 있지만, 신체를 개입시킴 으로써 실재와 허구가 공존하는 "가능한 세계들(Possible Worlds)"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이기봉은 어떤 심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 갈 운명의 미약한 존재들, 즉 우리의 지식과 욕망이 잠시 머무르는 장소를 풍경으로 파악하여 보여 준다. 정서영은 장소를 설정하는 지도가 질서와 지식으로 환원된 풍경의 재현임을 직시하고 지도 대신 직접 몸으로 체득한 자연들의 총합을 '괴물의 지도'로 제안하여 관객들이 주어진 단서들을 따라가며 각자 마음 속에 새로운 풍경을 그리도록 유도한다. ● 마지막으로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김동연, 김소라는 현실 인식 그 자체를 풍경으로 해석한다. 김나영+그레고리 마스에게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매혹적인 현대도시의 풍경은 삶이 삭제되고 텍스트로 남은 허구적인 공간인 동시에 그마저도 억지로 분절된 'PERF-ECT'라는 단어처럼 불가능한 완전함으로 존재하며, 김동연에게 불완전한 도시의 형상이나 그물망처럼 이어진 교차로들로 파노라마처럼 펼치는 풍경은 현대 과학 문명의 이상과는 달리, 판옵티콘에 종속되어 폐허가 되거나 추상이 되어 버린 현실이다. 또한 김소라는 '풍경'을 담아 내는 행위를 '사냥'으로 인식하여 사냥의 행위로 발생하는 소리를 채집하여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믹스되고 충돌하는 사운드를 통해 구성한 유목적인 풍경을 보여 준다. 현대미술은 우리의 눈과 의식으로는 풍경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대신 뒷골목과 같은 인식의 틈과 여백, 전체의 부분을 파악할 뿐이며 그것만이 삶을 생생하게 접촉하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한다. 풍경은 더 이상 재현의 대상이 되는 것을 멈추고 주체의 '외부'가 의미하는 '안에 존재하지만 경험적으로 지각되거나 포착될 수 없는 은폐된 차원'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풍경'이라는 단 하나의 관심만을 공유하는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풍경에 대한 사유'가 작품이라는 체험의 수준으로 확장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불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대답이자 연속되는 질문거리로 남을 것이다. 작가들의 무한 상상력으로 채워진 이 전시는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작은 강의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역사적인 장르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현대미술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강홍구의 사진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져 가는 풍경들을 추억한다. 「그린벨트-세한도」는 청정지대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과 달리 폐허로 남은 그린벨트의 광경을 추사 김정희의 명화에 병치시켜 합성한 장면이다. 함께 출품된 「그 집」, 「사라지다」 시리즈 역시 이제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린 서울 근교 재개발 지역의 잊혀진 기억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을 단순한 사진 기록으로 제시하지 않고 디지털 합성으로 이미지를 연출하거나 표면 위에 아크릴로 색을 칠해 실제도 허구도 아닌 자신만의 새로운 풍경으로 재구성한다. 현실의 피폐함 위에 작가의 손으로 덧 입혀진 아름다움은 우리사회의 안타까운 상황을 더욱 애잔하게 드러내며 사라지고 죽은 풍경을 애도한다. ● 공성훈의 회화는 그가 거주하는 경기도 벽제의 야경이나 여행 중 마주친 자연경관과 같이 평범한 일상에서 비롯된 풍경들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화의 이상과 낭만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화면의 빈틈 어딘가로부터 새어 나오는 어둠과 긴장감은 보이는 현실의 외피 너머의 실재를 암시하는 듯하다. 작가의 「개」 연작은 그가 매일 밤 거닐던 벽제의 뒷골목에서 사육되는 개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벽제의 일상 중 작은 일부분이지만, 개들의 비루한 존재는 현대인의 삶을 비춘 알레고리로 씁쓸함을 전한다. 웅장한 자연을 그린 그의 최신작들 역시 얼핏 상투적으로 보이지만, 폭풍이 곧 몰아 닥칠 듯한 풍경과 인물들의 낙천적인 행동 사이의 부조화를 병치하며 풍경의 불안함과 불길한 기운을 증폭시킨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의 출품작 「Acceptance」는 플라토 옥외공간을 위해 제작된 장소 특정적 설치작품으로, 눈에 띄지 않고 설치가 어려운 공간의 조건들을 제목 그대로 '수용'하고 이에 따른 풍경의 의미를 모색한 작업이다. 밝은 형광등 불빛으로 'PERFECT'라 쓴 글자들은 어둡고 비좁은 설치공간을 '완벽한'이란 단어로 새로운 풍경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한 작품의 의도를 담고 있다. 또한 작가는 오늘날 도심을 가득 메운 네온사인을 연상시키는 작품의 불빛을 통해 경제와 소비의 현대적 사회 풍경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 동안 미술사에서 이상화된 '완벽한' 풍경이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존재하는가 의문한다.
다양한 도시풍경을 주제로 작업해 온 김동연의 설치작품은 도시의 구조나 조형적 특성에 집중하기 보다 그 내면에 잠재한 삶의 흔적들에 주목해 왔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성스러운 도시 12」는 전쟁과 자연재해에 의해 파괴된 도시에 대한 성찰로서, 폐허인지 건설 중인지 알 수 없는 불완전한 도시의 형상을 통해 현대사회의 아이러니한 현실을 반영한다. 「인터체인지 12」 역시 대도시를 잇는 교차로를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그물망처럼 이어진 '연결의 고리'들로 재해석 한 작업이다. 도시의 실제 인터체인지 구조를 해체시켜 재구성한 이 작품은 소통이 근절된 현대사회의 일면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간과 인간,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와 사회 사이 '관계'의 본질을 성찰한다.
김범의 회화와 영상 작업들은 '다른 것을 보기' 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를 통해 '보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성찰한다. 캔버스의 여백 위에 세 문장의 지시어들을 써놓은 「풍경#1」은 시각이 아닌 지각으로 푸른 하늘아래 무성한 나무들과 맑은 강물이 흐르는 심상풍경을 관객 스스로 완성하게 한다. 함께 전시된 두 개의 작은 캔버스 위에 펼쳐진 산맥들은 「자동차 열쇠 #3」, 「현관 열쇠」라는 뜻밖의 제목으로 이미지와 실재의 간극을 드러내어 보는 이의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작가의 출판물인 「변신술」에서 발췌한 "풀이 되는 법", "바위가 되는 법"은 작가의 예술가적 태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로 변신을 통한 현실 저항의 방법을 제안한다.
김소라는 다양한 사회 주체들과의 교류와 협업을 통해 일상으로 조용히 침투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풍경: 한 지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멀어지는 확산운동」에서 작가는 소리라는 비물질적 재료를 이용함으로써 관객의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일상과 자연 풍경을 자유롭게 소요하는 체험을 하도록 이끈다. 작가는 자연을 '풍경'으로 담아 내는 행위를 '사냥'으로 인식하여 멧돼지, 까치를 포획하는 데서 발생하는 소리를 기록했다. 채집한 소리들은 작곡가 장영규에 의해 편집되어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8개의 스피커에서 다른 음량으로 뒤섞여 흘러 나오도록 고안되었다. 현실적인 시공간의 맥락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믹스되고 충돌하는 각각의 사운드들은 은색의 폭포수를 연상시키는 인공 조형물과 어우러져 관객에게 마치 소리의 숲을 걷는듯한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김홍주의 작품은 회화의 근본적인 문제인 '재현'에 천착하여 이를 통해 회화의 기본 전제인 일루저니즘을 역설적으로 비판한다. 일견 한 폭의 서예작업을 연상시키는 「무제」는 사실 봄철 농사를 위해 갈아엎은 밭고랑을 그린 풍경이다. 서구적 원근법 대신 부감법을 차용하고 풍경의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생략한 그의 풍경은 서예작품과 흡사한 조형물을 창출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무의미한 텍스트 읽기에 안간힘을 쓰게 만들며 사실적인 묘사 이면에 비현실적인 풍경을 장치해 둠으로써 시각적 유희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손으로 눌러 만든 테라코타 오브제들은 신문지 위 흙덩이 그림의 배설물 같은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면서 재현의 허구성을 드러낸다.
관념산수의 아름다운 낙원을 연상시키는 문범의 회화는 놀랍게도 어떠한 풍경이 아닌 회화의 본질에 대한 작가의 사유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화면에 보여지는 모습은 작가가 아크릴과 오일스틱을 캔버스 위에 다른 속도와 강도로 문지르고 칠해 남긴 물리적인 흔적일 뿐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회화의 표면과 본인의 신체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탐구한다. 작품의 생성에 있어 문범의 관심은 현실세계에 대한 발언 혹은 재현이 아니라 재현할 수 없는 본질을 가리고 있는 물질적 조건에 관한 것이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작품이 한 폭의 몽환적 풍경으로 보여진다는 사실에서 관객은 의도와 결과의 뜻하지 않은 차이를 마주하게 된다. ● 오용석은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들, 직접 찍은 사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모은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풍경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끝없이」 또한 영화의 엔딩 크레딧 장면만을 모아 지평선과 수평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편집한 영상작품이다. 작가는 대체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들이 풍경 장면으로 끝난다는 사실에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제작했다. 「끝없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작품은 결말이 나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어 영화 속 풍경의 재현이 얼마나 인위적이며 약호화된 것이었는지, 또한 우리의 현실과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이기봉의 「Hole of Solaris」는 안개로 가득 찬 눈 덮인 공간에서 인간 지성의 상징체인 책이 분해되고 불타오르는 상황을 구성한 설치작품이다. 그의 작품에서 안개나 거품 등으로 드러나는 습기는 사물과 공간의 경계면을 흐트러뜨리고 주체의 시야를 흐리며 궁극적으로는 물질의 부패나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눈에 드러난 그의 풍경은 일견 자연을 재현한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상징계 너머의 세계를 가리키고 있다.
인간 신체의 조건과 완벽함을 향한 욕망을 탐구해 온 이불은 2005년 「나의 거대서사」 시리즈를 시작으로 유토피아의 역사를 조명하기 시작했다. 근대성과 거대서사에 대한 비판으로 해체와 재구축을 통한 새로운 역사를 제안하는 이 프로젝트는 20세기 근대사 속 건축, 인물, 그리고 사건들을 재조명하고 미술사에서 회화나 사진 등 평면으로만 존재해왔던 '풍경'을 입체 설치작품으로 재현하여 또 다른 풍경의 개념을 제시했다. 「나의 거대서사-바위에 흐느끼다…」는 시리즈의 대표작 중 하나로 미국의 건축가 휴 페리스가 꿈꾸었던 전설의 마천루나,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달콤한 인생」, 러시아 구성주의 건축에서 차용한 건물 등을 비롯해 시대와 국적을 가늠할 수 없는 자연과 도시 풍경이 혼재하며,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기억의 파편들로 재구성된 작가만의 새로운 서사를 제시한다. ● 이세현의 '비트윈 레드' 연작은 유토피아로 보이는 이상적 풍경 안에 불길한 디스토피아를 담고 있다. 붉은 색은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작가 세대에서 금기시되었던 이데올로기의 색으로 정치적, 사회적 함의를 지니면서도 아름다움과 두려움의 양가적 감정을 전달한다. 화면의 전체적인 인상은 동양적 시점으로 그려진 이상적인 산수 풍경이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단편들은 원근법에 의해 세밀하게 묘사된 현실의 풍경들이다. 이번 전시작 또한 화려하고 아름다운 붉은 산수 속에 사람이 부재한 판자집과 골목길, 고향 풍경들을 제시함으로써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도 DMZ풍경, 해안선의 초소들과 군함을 통해 분단 중인 한국의 상황과 전쟁의 상처들을 보여준다.
정서영의 작품은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익숙한 사물들과 풍경들을 재해석함으로써 일반적인 표상 체계들을 뒤흔든다. 작가는 "예술가는 없었던 실체를 생산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듯, 예술가의 예민한 감각을 통해 포착한 모호하고 낯선 상황들을 나타내는데 몰두해왔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눈덩이」는 겨울철 야외에서 흔히 볼 수 눈덩이를 묘사하고 있지만, 커다란 눈덩이가 실내에 놓여 있어 긴장감과 생경함을 자아낸다. 작업실 주변을 15분 동안 걸으며 보고 생각했던 것들을 드로잉으로 옮긴 「괴물의 지도, 15분」에는 구체적인 괴물이나 지도의 형상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모든 대상을 위계적 좌표 속에 위치시키는 지도 대신 직접 몸으로 체득한 자연들의 총합을 어렴풋이 드러내어 관객으로 하여금 주어진 단서들을 따라가며 각자의 마음속에 새로운 풍경을 그리도록 유도한다. ■
■ 전시 프로그램 1. 특별 토크 프로그램 - 문학과 미술의 만남 일시 / 12월 7일(金) 오후 2시 내용 / 소설 『서쪽 숲에 갔다』 저자인 편혜영 작가와 안소연 부관장이 함께 나누는 '풍경'에 대한 담론 대상 / 전시 관람객 100명 신청방법 / 홈페이지(www.plateau.or.kr)에서 접수, 문의: 1577-7595 2. 아티스트 토크 내용 / 다양한 매체와 개념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만남의 시간 대상 / 전시 관람객 50명 프로그램 1차 / 이기봉 작가(11월 17일(土), 오후 2시 ~ 오후 4시) 2차 / 정서영 작가('13. 1월 12일(土), 오후 2시 ~ 오후 4시) 신청방법 / 홈페이지(www.plateau.or.kr)에서 접수, 문의: 1577-7595 3. 송년 음악회 일시 / 12월 21일(金) 저녁 7시 내용 / 재즈 피아니스트 배장은이 피아노로 잔잔하게 그리는 풍경 음악회 대상 / 전시 관람객 100명 신청방법 / 홈페이지(www.plateau.or.kr)에서 접수, 문의: 1577-7595 * 온라인 사전 신청 시, 전시 무료 관람 4. 전시설명 전시와 작가에 대한 도슨트의 설명 프로그램(무료, 약 50분 소요) 일시 / 매일(火~日) 오후 2시, 4시 5. 10-minute talk 일시 / 평일(火~金) 12시30분 내용 / 서울 도심에 위치한 미술관의 특성에 맞춰, 인근 직장인이 점심식사 후 짧은 휴식시간에 가볍게 들러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 6. 수능 이벤트 11월 한달 간, 수능 수험생 무료 입장(수험표 지참)
Vol.20121110c | (불)가능한 풍경 (Im)Possible Landscap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