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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10:00pm / 수요일 휴관
공존 컵앤볼 GONGZONE CUP&BOWL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57-16번지 Tel. 070.4190.3642 www.facebook.com/projectgongzone
Birth ● 그녀의 사진은 순하다.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잘 보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또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사진이 주인공이아니라, 사진을 바라보는 나를 주인공으로 만든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지 않는 사진, 되려 자신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을 반사시켜 바라보는 이의 내면을 조명하는 사진이다. 예술을 위한 그녀의 비장의 재료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기교가 아니였다. 그 비밀은 사람이고 시선이다. 외부가 아닌 내면을 향한 시선, 성찰이다. 사진을 통해 정화된 시선은 내면을 향하게 한다. 나는 그녀의 사진을 통해 나를 발견한다. 이전에 있었던 나거나 이후의 새로울 내가 아니다. 단지 그 순간의 나를 발견한다. 나는 잠시 주인공이 되고 사진은 고요하기만 하다. 무한히 다른 시선과 사람을 수용하는 그 사진은 우주적 여백이된다. 이어 내가 발견한 나조차도 서서히 주관적인 현상인 주인공임을 버리고 사진과 함께 여백이 될 때. 그것은 내게 태어남의 느낌이다. ● 운주사 불상이다. 누구나 본디적 표정의 선은 저리도 소박할 것이다. 가득한 신비로움을 뒤로하고 참 덤덤하다. 간절한 염원을 안고 끊임없는 기다림의 묵시적 표정이다. 오랜 시간과 이야기가 사무친 불상의 질감을 뒤로하고 정작 압도적인 것은 불상의 배경이다. 배경은 불상의 소리를 담고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이내 불상의 고요한 울림이 가슴깊이 파고들어 퍼진다. 그 울림에는 헤아릴 수 없는 생성과 시간, 변화가 담겨있다. 무한히 다양한 존재들이 얽힌 울림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과연 구별될 내가 있는가. 나를 버릴때 내가 아님으로 태어난다. 불상과 불상의 울림속에 주관적 염원이 아닌 이타적 목적의 깨달음을 구한다. 비로소 존재는 사진속 불상과 염원에 녹아든다. 참 덤덤하게.
산에 흐르는 물은 바다와는 다른 묘한 생명력이 있다. 그 물의 시작은 어디일까. 얼마나 작은 이슬이였을까. 물은 신비롭게도 산을 온전히 담고있다. 산 속에 흩어져 있던 방울방울이 모여 물줄기를 만든다. 고요히 졸졸졸 어디론가 흘러간다. 하나가 되려는 것이다. 더 큰 하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흐른다. 사진은 정지된 순간이나 저 물결은 영원한 시간속에 흐르고 있다. 물결은 잔잔히 제 갈길을 가고 있다. 저 흐름은 닫힘이 없다. 흐름으로 투명해진다. 끊임없이 포용하고 정화한다. 흐름속에 자유로운 변화가 있다. 물결따라 꽃잎을 담기도 하고 무거운 돌을 내려놓기도 한다. 마음을 저 흐름에 비춰보며, 물과 함께 순리대로 흐르고싶다.
기와를 에워싼 푸르름은 활기가 넘친다. 질서정연하고 차분한 기와 위로 생명력이 가득한 나무는 자유분방하다. 서로 다르면서도 상호 의존관계에 있다. 어울림은 일체감을 이뤄 고요한듯 하나 생동감을 담고있는 정중동(靜中動)이다. 작가의 시선은 시각적인 세계를 탐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 이면에 들어가 체험적으로 성찰한 진리를 조명하고 있다. 작품은 언뜻 보면 평범한 배경이다. 여백 그 자체다. 이 여백이 본체를 떠받쳐 주려는 느낌에 잠시 눈은 주(主)를 찾아헤멘다. 이어 여백을 주(主)가 아닌 여백으로서 담은 작가의 무심의 미의식과 마주한다. 담백한 여백의 진리와 묘미를 체감하는 순간이다. 작품은 곧 나를 둘러싼다. 나의 여백이 된다. 은은하고 편안하게 내게 생명력을 전하고 있다. 부드럽고 우아한 기와의 선과 청신한 푸르름을 전체로, 있는 그대로 음미한다.
작품의 첫 인상은 밝다. 단순하고 간결하며 꾸밈없는 청순함을 담고 있다. 작가는 여백을 통해 일상적 소재인 꽃의 싱그러움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여백의 공간적 구성은 꽃의 단아하며 청초한 기운을 아이다루듯 살포시 보듬고 있다. 작가가 여백을 통해 주요하게 표현하고자 한 아름다운 가치는 인간 내면의 평정, 무심의 '품기'이다. 평범히 가까이 존재하는 자연과 함께 인간의 욕구, 꿈, 이상을 상징하듯 느껴지는 타워는 멀고도 희미하다. 자연과 타워는 여백(품기)을 통해 대립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아닌 편안함을 주는 것은 여백의 적절한 조화, 균형, 포용력 때문일 것이다. 여백이 주는 미묘한 서정성과 상상력으로 꽃수술이 천진난만한 미소처럼 빛나기도, 흐릿한 타워가 일시적으로 선명한 자태를 드러낼듯 느껴지기도 한다. 마음의 여백 또한 아름다운 존재를 더욱 선명히 드러나게 하여 그에 담긴 이야기가 삶의 즐거움들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는 평범하고 소박한 삶 속에서 순리에 따라 충직하게 진실된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을 들여다보고 귀기울여 품는, 보이지 않는 관계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경쟁과 긴장속에 불분명한 미래의 욕심만을 한껏 품고 살아가고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가는 우리의 내면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여백의 미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 이지현
나는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직시하는 행위를 즐긴다. 바라봄의 대상을 이성과 감성이 어우러진 vision으로 상반된 개념의 조화로운 공존을 표현해내는 것이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나의 수행의 도정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세상과의 교감, 그리고 소통, 궁극에는 사랑나누기이기에... ■ 최인영
Vol.20121106e | 최인영展 / CHOIINYOUNG / 崔仁瑛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