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람·소리 Light·Wind·Sound

어렸을 때 나는 서울 금호동 산동네에서 살았다. 한 삼십 분 산줄기를 타고 올라가면 산 꼭대기 부분에 우리 집이 나온다.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오는 날이면 길에서 여러 번 쉬면서 길가에 자란 예쁜 꽃들을 꺾어서 머리에, 목에, 손가락에 재미있게 장식하면서 집으로 올라갔었다. 시집와서 산 곳도 높은 동네였고 지금은 22층 높은 아파트 끝자락에 산다. 이렇게 살아오면서 내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그것은 바로 하늘이었다. 높은 곳에 살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하늘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살았나 보다. ● 나는 인자하고 포근한 하늘에 대한 좋은 추억과 더불어 무섭고 야누스적인 하늘에 대한 인상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5년 전 여름 밤, 사릿 날 서해 해변가에 끝없이 펼쳐진 갯뻘을 따라서 조개를 주우며 한 없이 가다가 그 갯벌의 끝에서 만난 검은 하늘은 지금까지 내가 만나 본 적이 없는 무서운 공포의 하늘이었다. 이것은 직접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아마도 올 여름 폭풍 덴빈과 볼라벤에 의해 수난을 겪은 사람들은 이러한 하늘을 보았을 것이다.

황인순_빛·바람·소리 light wind sound_장지에 먹_130×162cm_2012

황인순_빛·바람·소리 light wind sound_장지에 먹_130×162cm_2012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하늘의 야성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하늘은 언제나 예지의 "빛"을 사람에게 비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강력한 하늘의 손. "바람"으로 역사를 가른다. 바람은 하늘의 감촉이다. 나의 눈이 하늘을 만지면서 그 따뜻함과 차가움, 수축하고 팽창하는 운동감을 감지하는 것이다. 그 서로 다른 질량의 구름들이 몰려다니다가 서로 부딧치면서 "소리"를 내며 진동하는 것을 주시한다. 나는 그 진동의 진앙(震央)에서는 대비를 극대화 시켜서 폭발직전의 힘을 표현했고 구름조각들이 서로 힘을 주고 받는 긴장관계를 형성해서 이미지가 살아 움직이도록 극적으로 재구성했다. ● 본래 하늘은 어떤 특정한 부분만 얼굴로 만들지 않는다. 모두가 다 얼굴이다. 하늘은 탈 구도로 되어있어서 유기적인 한 덩어리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면서 통일된 하나가 된다. 하늘은 직선이 없다. 모두 곡선으로 되어있으며 항상 움직이고 있다. 내가 하늘의 한 장면을 화폭에 담았을 때 그것은 영원을 지나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하늘의 한 순간, 찰라적인 장면이다. 그래서 나는 하늘을 그리면서 영원함에 눈이 뜨였다. ● 나에게 있어 하늘은 "영원(永遠)의 문"이다. 그 하늘 속에 나를 투사시킬 수 있고 그 속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하늘에서 나는 잔잔한 시냇물소리를 들을 수 있고 콜콜한 오보에 소리며, 유리잔이 부딧치는 경쾌한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누가 감히 저런 하늘을 영공(領空)이라는 소유개념으로 대치할 수 있을까? ■ 황인순

황인순_빛·바람·소리 light wind sound_장지에 먹_162×130cm_2008 황인순_빛·바람·소리 light wind sound_장지에 먹_81×65cm_2009

황인순_빛·바람·소리 light wind sound_장지에 먹_162×130cm×2_2008

황인순_빛·바람·소리 light wind sound_장지에 먹_130×162cm_2012

I was living in Geumho-dong, hilly town outskirt of Seoul of poor neighborhood. It takes about 30 minutes' walk up hilly-road to reach my home. When my friends vis¬ited my home, they used to take rest several times on the way while decorating beautiful wild flowers on the head, neck and finger climb up to my home. After marriage, I prepared my home in the hilly town as well and now I live in a high-rise apartment house at 22nd floor. What affected me the most to my life so far I have been living in such a way in higher area? I thought over about it, and eventually I could notice that it was the very sky. I believe that I could have been influenced from sky since I have been living closer to sky than others. ● I have both good memories of sky with benevolent & warm and bad impressions of sky with scary & Janus simultaneously. The black sky I encountered 5 years ago at night hide tide day at the end of coast stretched endless seashore of west beach walked along the coast while picking up clams was a horrible sky I ever met so far. This can never be understood if it was not experienced directly. Probably peoples experienced Typhoon Tembin & Bolaven in this summer might have seen such a sky. ● But if I think it again, it is simply because people does not understand the wild character of sky. Sky always illuminates the light of wisdom to people at all times. And with her invisible hand of Wind, she does the history what she has to be done. Wind is a sensory of sky. My eye touches sky and feels its warmth, coolness, sense of movement of contraction & expansion. I gaze the sound & vibration of the different mass of cloud roams around and crashes each other. I maximized the contrast at the center of such vibra¬tions to express the strength just before explosion, and reconfigured dramatically the image to movement that alive by creating relationship with tension give strength with each other between particles of clouds. The sky of its origin never makes face any of its part. All of them make sky. Sky composed of de-composition thus if an organic mass extends strength with each other then it shall become unified one. Sky never makes straight line. Everything is created by curve while roaming at all times. Whenever I put a scene in the picture, it is a mo¬mentary scene of sky that ceaselessly changing with eternity. Thus, I could open my eyes to eternity while depicting the sky. ● For me, the Sky is the "Door of Eternity." I can be projected myself to the empty sky in which I feel I am alive. In the sky, I can hear the sound of gentle stream, smooth oboe, and light pleasant sound of hitting glass. By the way, How dare anyone could confront with a concept of ownership of sky being one country's airspace? ■ Hwang, In-Soon

Vol.20121031j | 황인순展 / HWANGINSOON / 黃仁順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