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1030_화요일_06:00pm
참여작가 / 공수정_심학철_안우동_이영욱_이재훈_장수선
관람시간 / 11:00am~06:30pm
갤러리 소항 GALLERY SOHANG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529번지 헤이리 예술마을 9번 게이트 Tel. +82.31.957.0325 www.saltpot.co.kr
만들어진 풍경 ; Factum & Landscape ● 21세기, '미지'의 '자연'이라는 말에서 '자연'이라는, 아름답다거나 두렵다거나 하는 전통적 개념으로서 자연은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근대화 이후 '미지'라는 영역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개발주의의 논리로 소멸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립공원이란 낱말에서도 알 수 있듯, 강과 산은 이제 인간의 영역에서 보호될 자산으로, 예를 들면 관광 상품으로서 처리된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자본주의가 이룩하는 도시 경관이 기세등등한 확장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의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이 도시 경관은 다시 자연의 그 위대성을 찬미해왔다.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간 적은 없다. 도시라는 근대성을 포기하지 않고, 단순히 위기에 대한 미봉책으로서 궤도 수정만을 가할 뿐이었다. 이러한 궤도 수정이 일부에서는 대단한 것인 양 호들갑을 떨지만, 과연 그럴지는 조금 더 지켜보자. 왜냐하면 자연의 무질서와 다양성을 인용하며 전통적 개념으로서 자연을 끌어오지만, 정말 이 도시 경관과 더불어 과거의 자연과 만나 헬레네 노르베리의 『오래된 미래』의 책제목처럼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순히 자본주의의 지속적인 축적과 자연에 대한 착취를 가리려고 하는 연막의 시도로서 끝내 밝혀지지는 않을까. ● 문제는 인간이 인간을 대상화하고 도구화는 것처럼, 자연을 물건처럼 대상화하고 도구화하는 근본정신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풍경으로서 사진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사진은 주체와 대상의 구분이 있으며, 또한 거의 전부 영역화한 자연과 도시 경관을 다룬다. 그런 면에서 모든 사진은 풍경 사진이다. 물론 여전히 많은 수의 사진작가들이 자연을 단순한 대상적 시선으로 대한다. 이 시선은 자연을 도구화하는 근대적 시선과 닮아 있다. 바깥에 놓인 대상을 찍어내는 사진의 특성 때문이라고만 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대상을 인간의 삶의 안쪽으로 생생하게 데리고 온다는 면에서 사진은 대상화를 넘어서 인간의 삶에 생생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많은 수의 사진가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기존 자연'을 감상적 차원으로 본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때에 작가들의 시선은 전통적인 풍경과는 다른 지점을 배회하고 있다. 대상화된 풍경이 아닌, 자신들에게 불어오는 바람을 보려하기 때문이다. ● 풍경은 변화 그 자체로서 사진으로 결코 담을 수 없다. 바람의 존재감, 그것은 자연 그 자체의 풍경임에도 이미 그것은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의 바람을 사진의 흔적으로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만약 가능하다면, 오로지 문화적 풍경으로서 내면화한 흔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 풍경의 변주 영역에서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은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낸다.
중국 연변에서 살고 있는 심학철은 두만강을 통해서 단순하게 강이 주는 느낌으로서 전통적인 사고를 추구하지 않는다. 두만강은 이미 한반도에서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공간으로 변모하였고, 그러므로 작가는 사진에서 두만강 주변의 대상이 전통적인 두만강의 생각을 이미지로 어떻게 전복하는지를 드러낸다.
공수정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적극적으로 작가 자신을 밀어 넣는다. 이것은 전통적인 자연을 대상으로서 보는 시선이 끝났음을 선언하는 것이며, 자신이 자연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신체에 순수로 대변되는 흰 색을 칠한 채 순수 자연이란 개념에 맞선다. 그 과정 자체가 어쩌면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안우동은 서해의 뻘이던 장소가 송도라는 국제도시로 개발되는 상황에 주목한다. 뻘도 아니면서, 뻘의 흔적만을 지닌 이 도시는 기존의 단단한 땅에 도시를 짓던 방식과 어긋난다. 작가는 그 상황에서 전통적인 자연인 뻘이 주는 풍요로움이 제거된 기이한 현실과 만난다.
이재훈 작가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든 문화적 산물이 서로 합일의 느낌이 아닌, 중간으로서 비틀거리는 모습을 발견해낸다. 이 세계가 이제는 서로서로 소외되어 낯설다. 그것은 도구화되어 있으며, 주체가 없는, 모두가 객체화된 도시 경관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영욱은 일상에서 어긋나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 한 도시가 시간에 따라 변모하는 모습에 주목한다. 이미 십여 년 전 자신이 찍었던 인천 과거 사진을 다시 현재로 불러내고, 지금, 여기와 충돌시킨다. 그럼으로써 시간의 격차가 일으키는 공간과 대상의 변화란 무엇이고, 무엇이 현실(Factum)인지를 묻는다.
장수선은 한 도시가 재개발에 따라서 소멸되기 직전 남겨 놓았던 천장 장식이라는 문화적 산물을 통해서 이 땅의 역사와 삶의 방식과 지향이라는 해석을 하고자 하며, 나아가서는 재개발을 앞두며 사라질(이미 사라진) 천장 장식을 통하여 도시와 삶의 죽음을 눈 뜨게 한다. ● 기록적인 사진의 특성을 놓지 않은 작가들의 전시이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해석 외에 사진의 특성상 충분히 여러 해석들이 가능하다. 그러한 각자의 해석들은 관람자의 몫이다. 적극적으로 작가의 작품에 개입하여 자신의 맥락에 따라서 음미할 수도 있는 풍요로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 ■ 장수선
Vol.20121030e | 만들어진 풍경 ; Factum & Landscap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