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1029_월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채원_오세인_장 후에이 밍_히라노 료_토키사토 미츠루 팀 포퓰러스케이프(Team PopulouSCAPE)
주관 / 대안공간 루프_윌링앤딜링 아트컨설팅 후원 / 서울문화재단 기획 / 서진석(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김인선(윌링앤딜링 아트컨설팅 디렉터)
강연「일본 미디어아트의 현재 / 2012_1101_목요일_04:00pm 강연자 / 하타나카 미노루(NTT InterCommunication Center 큐레이터)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SeMA Hall(서소문 본관 지하 1층)
관람시간 / 11:00am~08:00pm
대안공간 루프 ALTERNATIVE SPACE LOOP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5-11번지 Tel. +82.2.3141.1377 www.altspaceloop.com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디지털 미디어와 인간의 감각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생성되고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 우리의 감각 체계는 다양하게 분화되는 한편, 공감각·통감각·다감각 체계로의 확장을 요구받으며 진화 중이다.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은 기계적 소통이 신경 시스템의 연장이 되는 수준까지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 그에 맞춰서 인간의 지각 능력도 발달하여 우리의 감각이 확장된다고 말했다. 대상에 감응하는 메커니즘에 있어서 동양과 서양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서구의 인식론이 이성과 논리에 근거하는 이분법적 사상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면, 동양은 보다 다원적, 유기적인 사상 속에서 주관과 대상을 분리하지 않는 감성적 직관을 중시해 왔다. 또한 서구의 인식 체계가 경험의 분석, 가설의 입증 등을 통한 객관적 합리성에 비중을 둔다면, 동양의 인식 메커니즘은 5관의 호흡을 통한 심신의 감응에서 이뤄지는 통찰과 직관을 중요시한다. 눈앞에 있는 대상을 오감(五感)에 의존한 계측을 통해 파악하는 서양, 그리고 대상의 본질을 헤아리는 동양은 사물에 대한 인식에서 서로 확연한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서양 사상의 원류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두 이원론에 기초한 세계관을 제시했다. ● 그러나 이런 이원론은 포스트모더니즘과 양자 역학 등에서 근본적 한계를 노출했고, 현대 과학은 새로운 인식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 반면, 동양 사상은 순환적이면서 유기적인 세계관을 제시한다. 실재와 그림자를 대비하는 플라톤의 이원론에 비해, 불교나 노장사상은 유기적 순환이나 공존의 관계를 강조한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수천 년간 이어진 동양의 사상과 문화는, 한때 20세기 서구의 눈부신 과학 문명의 그늘에 가려 전근대적인 비과학적 영역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21세기 현재,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의 과학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동양 사상의 원리를 증명하는 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21세기 문화의 세계적인 흐름은 그림자와 실재의 이분법보단 그 사이의 동등함과 동반을 강조하는 동양적 시각에 무게를 둔다. 과학 문명을 꽃피운 서구의 합리적 인식이 과학 자체의 발달과 함께 그 한계에 봉착했으며, 그 돌파구로 동양의 직관과 통찰에 의한 통합적 세계관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 2012년『감각의 확장』은 미디어 아트라는 형식을 통해 이상의 변화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세 나라의 젊은 미디어 작가들의 참여로 이뤄진다. 그들은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한 작업 과정에서 하나의 감각을 다른 감각들로 변환하거나, 혹은 다감각화한다. 이와 같은 다양한 변환과 확장의 시도들은 20세기의 인식 구조와는 다른 동양의 감응 체계를 되새겨 볼 체험의 기회들을 제공할 것이다. ■ 서진석
재현(representation)을 철학적 용어로 바꾸면 표상(die Vorstellung)이다. 표상은 선험적(a priori)으로 주어진 나의 인식체계가 세계를 구성해내는 메커니즘을 말한다. 한때 인간이 세계를 내면에 구성하는 이 메커니즘은 선험적이기 때문에 그 구성의 정도는 아주 보편타당하다고 믿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대륙의 관념론과 로크의 타협적 경험론이 좌초되고부터 그리스와 르네상스 이래로 지고의 가치를 부여 받았던 인간지성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쇼펜하우어는 우리의 표상은 보편타당한 것이 아니라 단지 나의 살아가는 입장과 환경에 맞게끔 주관화시키는 의지일 뿐이라고 일축해버렸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어떤 인식 메커니즘에서 재현된 주관적 세계를 다시 주관화시키는 미술에 대해서 혐오했다. 그는 대신 재현된 세계가 아닌 추상적 예술, 즉 음악이나 건축을 사랑했다. 쇼펜하우어는 추상예술의 도래를 예고한 최초의 사람이다. 추상예술이나 모더니즘, 아방가르드 미술은 서로 구분되기 어려운 관련 언어이다. 장르가 장르를 침해하지 않고 자기 매체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의 역사로서의 모더니즘이라는 말이나 기존의 미적 선례(aesthetic precedent)를 창조적으로 그리고 비판적으로 전환(critical shift)시키려는 시도를 아방가르드라고 부르는 태도나 비슷한 뜻일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태도가 현상으로 나타난 모습이 추상예술에 다름 아니다. ● 우리는 실재 사물을 정확히 화폭에 옮겨 등가관계를 성립시켜가려는 노력으로 첫 번째 미술사의 네러티브를 확립하는 태도를 배웠다(바자리, 곰브리치). 매체의 특성이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해가는 과정이라는 모더니즘 미술사 기술에 대해서도 잘 안다(그린버그). 그러나 예술의 의무는 어디까지나 감각을 확장시키려는 무한정의 모험정신에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인류사의 임무는 재현과 추상, 그리고 장르의 교차를 통한 새로운 통섭구조(通涉構造)의 발현이라는 세 단계의 거류를 지나 새로운 미디어의 예술내부로의 유입이라는 신항로를 확장시켰다. 마샬 맥루한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이야기를 던지며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자동차의 바퀴는 발의 확장이며 서적은 눈의 확장이다. 의복은 피부의 확장이며 전자회로는 중추신경계의 확장이다." 맥루한의 발언 속에는 서양의 다이커터미(dichotomy)가 없다. ● 감각을 이성에 대한 시녀로서 하부구조적 말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양은 이성을 절대시한 적이 없다. 이성 또한 심미적 감수성이 고도로 승격된 고차원적 감각의 어떤 메커니즘 정도로 파악했다. 맥루한의 감각의 확장론이나 동양의 이성, 감각을 하나로 묶어서 사유하는 일원론은 근원적으로 통하는 바가 있다. 동양에서 산수는 정확한 관찰 이후의 정확한 재현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오감을 통해서 산과 함께 호흡하며 일체화된 뒤 그 공감각적 감동과 감흥을 시서화로 묶어서 통일적으로 표현하고 기록하고자 했던 호연지기였다. 뉴미디어 아트 역시 다른 기제의 기술들을 인간의 감각으로 흡수하여 서로가 통섭하여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노정시키려는 현대판 호연지기라는 점에서 동양적 미술과 뉴미디어 아트는 맥락을 함께 한다. 2008년, 2010년에 이어 올해로 이어진 프로젝트 전시『감각의 확장』은 위와 같은 이해를 국내외적으로 알려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타이완, 일본 등의 국내외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 대안공간 루프
김채원(한국) ● 김채원의 작업은 우주에 대한 사고의 파편을 저장하는 일이다. 과학적 판단은 실체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그것 역시 예술처럼 일조의 재현이자 표상의 한 단편일 뿐이다. 그러나 과학이 이렇게도 맹위를 떨치는 이유는 그것이 파생하는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을 통한 자본의 생성능력 때문이지 그것이 확보하는 진리체계 때문이 아니다. 김채원은 현대에서 맹위를 떨치는 과학기술적 우주론을 작가의 지각과 상상과 서로 교차시킨다. 그것은 무한한 우주에 대한 단편적인 표현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사유화된 우주 속에서 관객은 작가의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동참하게 된다. 김채원의 설치와 영상의 매력은 작품 속의 무궁한 감각 대상의 확장이 제공해주는 스펙터클한 장려함에 있다. 그러나 그 스펙터클은 작가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 관객이 끝없이 해석하려는 시도를 할 때 비로소 열리는 비밀스러운 문과 같다.
오세인(한국) ● 오세인의「The Traces」는 벽을 타오르는 넝쿨식물의 모습을 이어폰으로 형상화한 작업이다. 그 작은 것들은 조심스럽게 벽에 의지하며 각자의 음성을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녀의 작업을 마주한 관객은 그 이야기들을 듣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만약 관객이 멀리서 그 군집 전체를 보려 한다면, 그들의 속삭임은 그저 웅성거림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식물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시각(視覺)에의 호소'라는 유일한 방법을 사용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작은 개체는 소외되고 사라지기 쉽다. 오세인의「The Traces」는 이러한 모습에 대한 단순한 답변이다. 그녀는 식물들이 발하는 그 호소를 음성으로 해석하여 그들에게 다시 주었다. 도태되는 작은 것들에게 '발성(發聲)'이라는 새로운 표현법을 부여한 것이다. 이제 우리의 삶에서 작은 것들이 가지는 가치를 말하려 할 때, 그 말하려는 것의 뿌리로부터 자라나온 가느다란 자취를 따라가 보자. 우리가 그것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순간, 그 순간은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감각을 인식하는 시발점이 된다.
장 후에이 밍(CHANG Huei Ming, 대만) ● 장 후에이 밍은 타이완에서 떠오르는 전은 세대 작가이다. 그의 작업 중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미니 월드(Mini Worlds)」연작이다. 분재는 자연의 현상을 지녔으면서도 엄밀히 말해서 자연일 수는 없다. 작가는 분재처럼 세계를 축소시켜 말하고자 하는 작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던진다. 예를 들면 그의 작품군은 절벽(Cliff), 고속도로(Highway), 공원(Park) 등이다. 절벽을 미니어쳐로 재현하고 절벽에서 떨어지기 일보직전의 미니어쳐 인형이 설치된다. 이 인형은 진동모터에 의해서 끊임없이 진동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는 우리의 실존문제를 다룬다. 또한 인위와 자연의 경계에서 세속의 성공과 탈속의 유적자아(悠適自我) 사이에서 번민하게 되는 우리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노정시키고 있다.
히라노 료(HIRANO Ryo, 일본) ● 히라노 료는 일본의 신진 미디어아트 그룹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는 주로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다. 그의 애니메이션은 표현주의적 기법의 회화의 풍경과 일본화 인물 처리 방법을 교묘히 조합해서 만든 영상미가 이색적이다. 그러나 동화나 잔잔한 애니메이션의 주제를 연상하면 곤란하다. 후기 산업사회나 매스미디어 컬쳐 속에서 살아가는 자아 군상의 외로운 삶과 소외를 역설하는가 하면, 기존의 대상이 지니고 있을 법한 편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이번 출품작은「홀리데이(Holiday)」라는 작업이다. 형식적 아름다움과 도입부 등이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수법을 지향하지만 이를 풍자하는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 가끔은 난해하고도 형이상학적 주제의식이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토키사토 미츠루(Tokisato Mitsuru, 일본) ● 기계는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는다. 누군가가 기계적으로 일한다고 말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주위 상황에 무감각하게 자기 일만 맹목적으로 반복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그건 기계가 아니다. 토키사토 미츠루의 작업에 나타난 카메라는 기계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는 카메라 두 대가 극적 거리에서 마주 보게 만들어 놓는다. 카메라 A와 B는 자동으로 서로 거리를 재며 계속 상대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상대의 중심에 있는 렌즈가 자꾸만 앞뒤로 움직이면서 초점은 고정되지 않고 계속 흐려진다. 서로에게 핀트를 맞추려다가 오히려 계속 어긋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상황이다. 기계와 인간의 관계 속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확장되는 감각은 비단 후자의 것만이 아니다. 기계 역시 인간과 섞여 그 감각을 확장해 간다. 토키사토 미츠루의 작업은 일견 사소한 장난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진리를 직젆 찔러 들어간 통찰을 보여 준다.
팀 포퓰러스케이프(Team PopulouSCAPE, 일본) ● Team PopulouSCAPE의 작업「Night Flight Over an Urbanizing World」는 세계 도시들의 인구증가율 막대 그래프 위를 비행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영상 안에서 관객은 사회학적 리서치 데이터와 영상, 음악을 동시에 마주한다. 영상 안의 그래프는 음악과 서로 감응(感應)하며, 정확한 수치를 감성으로 뭉뚱그려 흩뿌린다. 이것은 CG로 이루어진 지구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 보듯 하며, 예술과 비 예술, 실재와 가상이라는 상이한 대상을 동시에 경험케 해주는 것이다. 관객은 이 안에서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작가 역시 정보전달이 목적은 아니다.「Night Flight Over an Urbanizing World」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어떤 새로운 감관(感官)에 대한 가능성이다. 관객은 이 야간비행에 동승 함으로써 상이한 요소들의 결합을 조감(鳥瞰)하며, 그 묘한 긴장을 통해 '새로운 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
Vol.20121029e | 감각의 확장 Extended Sense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