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for culture

고강철展 / KOKANGCHEOL / 高康哲 / design   2012_1015 ▶ 2012_1110

고강철_Design for culture展_중앙미술학원_북경 디자인 전시관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0521j | 고강철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중앙미술학원 디자인미술관 中央美术学院设计学院内展厅 中国北京朝阳区花家地南街8号 央美7号楼 Tel. +86.10.6477.1114 www.cafa.edu.cn

디자인은 바이러스다. ● 그래픽 디자인이란 철저하게 이미지를 합성하고 조작하여 대상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주는 작업이다. 그것은 텍스트 없는 커뮤니케이션이며, 일종의 바이러스다. 눈에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전달함은 물론 끊임 없이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 내며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방식에 감염된다. 모닝커피와 함께 습관처럼 펼쳐보는 일간지, 지하철 벽면을 도배하고 있는 각종 광고판, 친구녀석 결혼식이라고 날라온 청첩장, 자장면 시키기 위해 들춰 본 메뉴판... 어디 한군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나 하나같이 약 발이 다 된 낡고 진부한 느낌이다. 정작 나를 감염시키고 열병을 앓게 할 디자인은 어디에 있는가?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개발되면서 이미지의 효용과 디자인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부각되고 있지만 역시 횡적인 팽창이 주를 이루고 있다. 빠른 시대 변화에 발 맞춘다는 이름으로 뒤돌아 볼 기회를 상실한 디자인은 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약 발 다됐다' 불명예를 벗어 던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시점에서, 왕성한 자기 분할, 복제, 가공 능력을 가지고 소위 '쎈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있는 이가 있어 주목을 끈다.

고강철_Design for culture展_중앙미술학원_북경 디자인 전시관_2012
고강철_Design for culture展_중앙미술학원_북경 디자인 전시관_2012
고강철_Design for culture展_중앙미술학원_북경 디자인 전시관_2012

'쎈 바이러스', 고강철 ● 고강철. 그는 여타 다른 그래픽 디자이너와 마찬가지로 마감시간을 얼마 안 남겨두고 밤을 세우며 초대장을 만들고, 포스터를 제작하고, 앨범을 디자인한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가는 디자인은 어딘가 모르게 냄새가 다르다. 디자인을 하겠다는 건지 아님 조각을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그것은 그가 디자인과 미술의 접점, 즉 디자이너와 미술가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미지의 실험이 디자이너의 주된 임무라면 재료에 대한 실험은 순수 미술을 하는 작가의 몫이다. 그런데 고강철은 이미지와 재료 모두를 끌어 안으며 한쪽을 잘라내어 다른 한쪽에 붙이고 구부리고 늘리고 이내 구멍을 뚫어 버린다. 다시 말해, 영화 매트릭스(Matrix)에서 네오가 숙적 스미스 요원의 내부로 들어가 안으로부터의 폭발을 시도한 것처럼 고강철은 표면적 이미지의 변용과 실험에 만족하지 않고 이미지를 지탱해 주고 있는 지지대를 공략한다. 이처럼 고정된 지지대 위에 표류하고 있는 시각 이미지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뿌리까지 송두리째 흔들어 버리는 것이 고강철의 바이러스다. 여기에 그를 보다 '쎈 바이러스'로 만들어 버리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그의 디자인이 다분히 휴머니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쁜 색깔과 세련된 형식에 바탕을 둔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인간적인 요소를 무시한다면 실험실 유리병 안의 바이러스처럼 별로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다. 그것을 퍼뜨리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고강철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이미지의 대량 복사, 불특정 다수 배포가 아닌 수작업에 의한 한정 제작과 특정 계층을 위한 특별한 배달이 바로 그것이다. 상대적으로 서서히 느리게 퍼져나가지만 일단 그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오랫동안 그 열병의 감동을 만끽할 수 있다. 왜냐면 그것은 표피적 이미지가 아닌 따끈따끈한 손때가 묻은 이미지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고강철_Design for culture展_중앙미술학원_북경 디자인 전시관_2012
고강철_Design for culture展_중앙미술학원_북경 디자인 전시관_2012
고강철_Design for culture展_중앙미술학원_북경 디자인 전시관_2012

마음에 감염시켜라! ● 고강철의 디자인을 형식문제로 접근하면 쉽게 벽에 부딪히고 만다. 그가 소재로 삼고 있는 작가의 다양한 색상만큼이나 다양한 표현방법과 재료가 동원되어 그의 디자인을 구성한다. ● 그의 디자인의 매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역시 그의 디자인이 표면보다 내부를 공략했던 것처럼 디자인의 근본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안에서부터 바라봐야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시회 초대장 혹은 브로셔를 만드는데 있어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 누구의 전시가 있느냐의 정보 전달이 아니다. 그보다는 실제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동을 주어 사람들을 전시장으로 유혹하는 것, 즉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그의 디자인의 목적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는 장난과 유머를 종종 사용한다. 큐피드의 화살처럼 긴 초대장, 조선시대 두루마리 편지를 닮은 헝겊 엽서, 나무 판을 이용해 만든 포스터, 가로등을 둘러싸는 일련의 입체 포스터, 투조로 음양을 새겨 넣어 빛이 세어나가게 만든 엽서, 투명 플라스틱을 이용한 다층 이미지 포스터, 마임 공연을 상징하는 움직이는 인체 조각 포스터 등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낯선 시각 경험을 사람들에게 제공하여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그의 이와 같은 천진한 아이디어는 친숙한 일상에 대한 '거리두기'와 익숙한 대상에 대한 '다시보기'를 가능케하여 사람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든다. 보기 좋은 디자인 보다는 감동 주고자 하는 노력, 형식을 깨는 파격, 털털한 유머, 여기에 기꺼이 그의 '쎈 바이러스'에 감염될 사람들이 있기에 고강철의 휴머니즘 디자인이 빛을 발하게 된다. 오늘 그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열병을 앓고 싶다. 혹시 알아? 나 역시 그 열병에서 깨어날 때쯤 새로운 '쎈 바이러스'를 내 몸 안에 배양하고 있을지... ■ 이대형

Vol.20121028c | 고강철展 / KOKANGCHEOL / 高康哲 / desig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