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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홈페이지_kiminyoung.com 인스타그램_@kiminyoung0
초대일시 / 2012_1024_수요일_05: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주말_11: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아트포럼 뉴게이트 ARTFORUM NEWGATE 서울 종로구 명륜4가 66-3번지 Tel. +82.(0)2.517.9013 www.forumnewgate.co.kr
시공의 주름 사이로 유출된 풍경 ● 철판 위를 여러 각도로 가로지르는 찐득한 에나멜 물감이 만들어내는 주름들은 오래된 자연 또는 인공 구조물의 주름들과 부딪히면서도 어우러진다. 김인영의 작품에서는 재료의 물성과 풍경의 요소가 동형적 구조를 이루면서 미지의 공간이 생성된다. 이러한 미지의 공간은 현실적 참조대상과 관련되면서도 회화적이다. 장중하면서도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화면들은 작가에게 감흥을 주었던 세계 여행을 시시콜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여행에 상응할만한 것을 회화라는 또 다른 어법으로 번역한다. 관객은 회화가 만들어내는 겹겹의 층을 여행하면서 작가가 새겨 넣었을 미지의 시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 한 화면에는 겹겹이 그려지고 칠해지고 흘러내린 공간이 있는가하면 텅 빈 공간도 있다. 회화의 물성과 참조대상으로부터 연원한 환영이 동시에 작동되면서 만들어진 풍경 속 원근감은 뒤죽박죽이다. 앞뒤나 상하가 바뀌는 일도 흔하다. 공간은 시간의 질서만큼이나 불확정적이다. 이러한 비균질적인 공간에는 잠재적인 흐름이 있다. 공간은 연속적으로 생성되고 증식되는 유동성을 가진다. 흐름에 내재된 시간성은 서사 또한 포함한다. 이야기는 한창 진행 중이지만, 사전에 정해진 경로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 작품 속에 단편적으로 들어가 있는 건축적 구조물은 에나멜 물감에서 생겨난 마블링처럼 오랜 시공간의 켜를 둘러쓰고 있다. 2층 전시장에 걸린 실크 스크린 작품 역시 여러 시공간의 층을 중첩시킨다. 철판이건 실크 스크린이건, 이미지들은 유기적 부분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단편들이 중첩된 집합이다. 단편은 어떤 전체에서 떨어져 나온 우연적 파편이 아니라, 또 다른 이질적 단편과 만나는 단위로 작동한다.
고색창연한 풍경 위나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에나멜 물감은 생경하다. 출고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철판 위를 흐르는 번질거리는 물감은 표면성과 인공성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곧 녹슬 철판, 그리고 마블링 효과 및 방향성을 가진 흐름이 있는 에나멜 물감에도 작품 소재로 들어온 오래된 건축물만큼의 퇴적층이 존재한다. 밑판이나 물감에도 깊이가 있지만, 그것은 표면들이 만들어내는 깊이이다. 이번 전시에서 캔버스를 철로 바꾼 것은 에나멜 물감과의 어울림 뿐 아니라, 화면의 두께가 1-1.5mm 정도로 얇아진다는 것에서 왔다. 쇠판은 시간의 흐름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물질적 깊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깊이는 얇은 층들이 집적되면서 만들어진다. ● 김인영의 작품에서 구조란 생물학적 차원 또한 포함한다. 생체의 일부로부터 추출된 유전자가 유기체를 복원할 가능성이 열린 생물공학의 시대에, 단편은 단순한 파편이 아니라 전체를 내장한다. 그것은 줄기세포처럼 무엇으로도 성장할 수 있으며, 꿈속에 등장하는 단편처럼 무엇으로 이어질지 예측 불가능한 지형도를 가진다.
김인영은 회화를 통해서 연극성에 상응하는 연출을 시도했다. 주된 장치는 간격이다. 들뢰즈에 의하면 간격들은 소통 불가능함과 공통성 없음을 나타낸다. 그녀의 작품에서 시간적 공간적 간격은 얼버무려지지 않고 최대한 드러난다. 작가는 간격으로부터 무엇인가 발생한다는 것을 감지한다. 반면 자율적이며 자족적 전체는 간격을 억압한다. 논리적 이성은 자신이 임의적으로 설정했을 뿐인 완벽한 구도 하에 잃어버린 고리가 채워지기를 촉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인영의 작품에서 단편들은, 그것들이 비록 덩치 큰 인류의 기념비들로부터 온 것들이지만, 잃어버린 통일성이나 전체성을 복구, 복원하기 위한 단편이 아니다. ● 그것은 또 다른 단편과 만나 미지의 것을 형성하기 위한 단초로서의 단편, 즉 잃어버린 고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과 발단이다. 하나의 덩어리란 그것이 어떤 선험적 또는 추후에 획득될 조화에 기반 해 있던지 간에, 지금은 굼뜬 이데올로기로 다가 올 따름이다. 밀가루 덩어리는 수없이 치대어지고 부풀려져 수많은 겹을 가진 파이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불가능한 기획이 아니라, 한정된 유(有)의 겹을 늘림으로서 표면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이다. 표면 혹은 중층적인 표면의 시대에 깊이를 파기보다는 표면을 넓히는 것에 더 큰 창조력이 들어간다. 인간에게 주어진 것들은 비록 한정된 것일지라도 거기에는 무수한 겹과 주름을 부여할 수 있다. 자연 및 시간의 시험대에 놓인 인간 역사가 낱낱이 남겨놓은 흔적을 따라, 작가 또한 작품을 통해서 그러한 무수한 시공간을 압축 재생할 수 있다. 김인영이 그러한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공간의 확장은 결과적으로 진정 여행할만한 다원적 세계를 만든다. ■ 이선영
Vol.20121027k | 김인영展 / KIMINYOUNG / 金仁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