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1027_토요일_12:00pm
관람시간 / 09:00am~07:00pm
월드벤처갤러리 World Venture Gallery 서울 금천구 가산동 426-5번지 월드메르디앙벤처센터Ⅱ B1 Tel. +82.2.865.2119
序 ● '세상에 영원한 것이 존재하는가?' 나의 작품은 이 질문과 함께 시작되었다. 세상에 정말 영원한 것이 있는가? 변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는가? 하지만 현실 속에서의 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는다. 그리고 사람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사라지게 된다. ● 영원함에 대한 갈망과 그것에 대한 물음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제기되었다. 우리 모두가 살면서 직면하게 되는 '죽음'은 우리에게서 소중한 존재를 앗아간다. 죽음으로 인한 존재의 부재와 이따금 생을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죽음의 공포는 인간으로 하여금 더욱더 영원한 것을 갈망하게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사람이 태어나 삶을 살아가다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변화무쌍한 세계 속에서 유일무이한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이 거역할 수 없는 진리를 받아들이고 '영원함'이라는 개념을 어떠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해나갔는지의 과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존재의 부재 ● 나의 할아버지께서는 공교롭게도 내가 태어나던 해에 돌아가셨다. 1988년 1월 2일, 새해를 맞이하고 난 바로 다음날, 지병인 간암으로 환갑을 갓 넘긴 비교적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 존재의 크나큰 공백과 슬픔 속에서 4개월 뒤 내가 태어났다. ● 내가 태어나서 지각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느낀 존재의 부재란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모두가 알고 경험했던 사람이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서, 나만 느껴볼 수 없다는 것에서 어린 나는 매우 큰 슬픔을 느꼈었다. 게다가 할아버지의 제삿날마다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해마다 봐왔던 나로서는, 그 분의 부재를 너무나 극명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분께서 돌아가신 햇수가 나의 나이와 같다는 사실은 나의 슬픔을 더욱 배가 하였다. 그 사실은 내가 나의 생의 나날을 살아가는 것만큼, 그 분이 이 세상에 존재하였던 나날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 사람은 어째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일까? 사람이 영원히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일까? 어린 나는 한 사람의 부재로 말미암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생각에 더욱 매달리게 된 것 같다. 그리고 한동안 현실 속에서 겪는 사소한 변화와 상실을 굉장히 두려워하였다.
영원함과 죽음에 대한 고찰 ● 이전의 나는 영원함을 불변함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영원함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내가 내리게 된 결론은 '죽음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라는 것이었다. 죽음을 예찬하는 것은 아니지만, 죽음과 삶의 모호한 경계를 느꼈으며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억지로 내 스스로 맞는 죽음이 아닌, 때가 되어 맞이하는 죽음이라면 나는 전혀 두렵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죽음은 비록 삶을 앗아가고 끝없는 슬픔을 안겨주지만 다른 것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1988년이라는 같은 해에 할아버지의 죽음과 나의 태어남이 이루어진 것처럼, 삶과 죽음은 서로 맞닿아 있으며 자연의 굴레 속에서 돌고 도는 과정의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한함의 목격 ● 그러나 아버지의 암 선고로 인해 나의 생각은 무너지고 말았다. 다시는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엄습해오는 공포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전에 내가 경험했던 유한함이라는 것은 너무나 피상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당시의 내가 유한함이나 영원함에 대해 내렸던 결론들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담담한 것이었다. 실제적으로 경험하게 된 삶과 죽음의 경계는 나로 하여금 죽음에 대하여, 내가 결론 내린 '영원함'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였다.
結 - '살아있음'에 대하여 ● 할아버지의 존재는 여느 다른 인간처럼 유한한 시간을 살았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분의 존재로 인해 아버지가 세상에 나게 되었고, 나도 이 세상에 나게 되었다. 그 분의 물리적 존재는 사라졌지만, 그 분의 말과 행동, 인품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기억되고 추억되고 있다. 유한한 삶을 살고 있는 미미한 인간 존재에게 영원한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영원함'이란, 우리의 삶이 끝난 뒤, 땅으로 돌아가 자연의 영원한 순리에 회귀하는 것, 그리고 후대에 그 영향을 전하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기억되는 것일 것이다. ● 생(生)의 필연적 결과로 끝을 맞이하고 영원함이 삶 너머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나는 내가 '살아있음'에 대하여 생각하고자 한다. 순간순간에 살아있음으로써 내가 이 세상에 당당히 존재함을 드러내며, 격렬한 생의 의지를 통해 나의 존재가 삶의 유한함을 넘어 영원함을 향하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 양수연
Vol.20121027g | 양수연展 / YANGSUEYON / 梁水演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