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광선

김기수展 / KIMGISOO / 金基洙 / painting   2012_1026 ▶ 2012_1117 / 일요일 휴관

김기수_녹색광선_캔버스에 유채_97×13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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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026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이유진갤러리 LEE EUGEAN GALLERY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길 17(청담동 116-7번지) Tel. +82.(0)2.542.4964 www.leeeugeangallery.com

유진갤러리는 2012년 10월 26일부터 11월 17일까지 김기수의 회화전 『녹색광선』을 선보인다. 김기수는 2001년 무렵 아티스트 콜렉티브 플라잉시티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디지털 합성사진 '굽어보기', '북악산에서 외치다'와 같은 비디오 작품 등 개념이 중심이 된 일련의 작품들을 제작하였으며, 이후에도 재개발 지역을 둘러싼 사건들을 기록하고 재구성하는 다양한 미디어 작업들로 전시를 이어나갔다. 지난해 말 그는 5년 만의 개인전을 준비하며 유화라는 전통적인 작업 방식으로 선회하여 기존의 작업들과 차별되는 새로운 면모를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다. 작업실 주변의 여러 장소와 풍경을 그린 『밤 산책』이란 제목의 개인전은 작가가 본격적으로 회화라는 매체에 몰입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과 같은 전시로 여겨진다.

김기수_숲_캔버스에 유채_130×194cm_2012
김기수_낮달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12

『밤 산책』전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15여 점의 신작 회화로 구성된 이번 유진갤러리에서의 전시 제목은 『녹색광선』이다. 이는 프랑스 영화감독 에릭 로메르의 영화 『녹색광선Le rayon vert, 1986』을 차용한 것으로 전시될 한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녹색 광선은 날씨 좋은 일몰의 아주 짧은 한 순간, 태양의 적광이 수평선 아래로 잠기며 펼쳐지는 녹색의 띠를 가리키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 주인공이 진심을 확인하게 되는 마술적인순간을 상징한다.

김기수_다이빙풀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12
김기수_분수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12

사람들에게 주목 받지 않는 변두리적 장소나 풍경을 주로 그리는 김기수의 작품들은 사실적 묘사와는 거리가 멀다. 흔들린 사진처럼 뚜렷하게 윤곽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형태 묘사와 뿌연 무채색 장막이 드리워진 듯한 색감은 풍경 속 요소들을 하나하나 지시하기보다 요소 전체가 화면 속에서 뒤섞여 장소가 갖는 어떤 기운이나 분위기 같은 것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샘터'나 '원룸텔' 같이 밤 풍경을 그린 작품들에서 그러한 특징은 더욱 선명해진다. 한편 그의 그림들은 작가의 감각기관을 통해 포착된 특정한 풍경과 사물들이 작가의 정서와 공명하는 어떠한 상태를 그리고 있는 듯도 보인다. 주차장, 아파트 입구, 분수대, 담벼락 아래의 잡초, 건물의 외벽 등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의 풍경 속 장면들이지만 작가가 어느 순간 그것들을 목격했을 때 새삼스레 생소하게 느껴졌던 이미지들과 심상을 좇아 색을 섞고 붓을 놀리는, 작가의 표현처럼 '회화의 고요한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회화만의 내밀한 작동방식이 제대로 작동할 때 그의 그림은 완성에 다다른다. 작가는 작품의 제작을 위해 많은 사진을 찍는데 이는 심사숙고하여 선택한 장소나 의도된 장면이 연출되는 순간을 기다린 때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차나 도보로 이동을 하는 중간중간 눈길이 닿은 공간이나 사물에 즉각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 얻은 사진들은 그러므로, 그가 '본 것'을 재현하는 단서가 될 뿐 대상이 되지 않는다.

김기수_비닐하우스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12
김기수_연립주택2_캔버스에 유채_65×53cm_2012

전시는 동명의 영화 속 '녹색광선'의 순간처럼 우리가 수없이 지나쳤을 법한 흔한 풍경들 속에서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생경함을 전하며 작가가 목격한 눈에 보이는 것 너머로 존재하는 새로운 세계의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정체 모를 건축양식의 대단지 아파트 파사드에서, 버스 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스산한 들판과 비닐하우스에서, 해진 후 연립주택의 담벼락에서 그가 본 것은 무엇일까? 말로는 결코 정확히 표현되지 못할 그 무엇이 짧은 순간 반짝 스쳐 지나가는 푸르스름한 빛으로 관객에게 전달되기를 기대해 본다. ■ 곽현정

Vol.20121026f | 김기수展 / KIMGISOO / 金基洙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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