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0920h | 오상택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2_1025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분도 Gallery Bundo 대구시 중구 대봉동 40-62번지 P&B Art Center 2층 Tel. +82.53.426.5615 www.bundoart.com
사진작가 오상택은 지금 미술계에서 끊임없는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작가다. 그가 찍은 사진은 유명한 패션잡지에서부터 서울대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또한 그 작품들은 연작 전부를 거둬 간 외국의 컬렉터들로부터 호기심으로 공공 미술관을 찾은 일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사진이 미술과는 어느 정도 독립된 장르건, 아니면 미술에 종속된 하위 장르건 간에, 그의 작업은 현대미술과 사진 양쪽에 걸친 모든 전시기획자들에게 구애를 받는 위치에 있다. 오상택의 사진이 보여주는 감각적인 인상은 일상적인 소재를 관객들이 압도당할 만큼 아름답게 표현하는 면모에서 출발한다. 그는 피사체가 가지는 속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부수적인 요소들을 대담하게 생략하고 구도를 단순하게 배치한다. 작가는 이처럼 통제된 공간이 딱딱해지는 것을 특유의 부드러운 화면으로 중화시킨다.
작가 오상택의 퍼스낼러티는 누가 보더라도 쾌할하다.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서 태어나서 자라온 그의 배경은 사진 속에 담긴 정서에 그대로 투영된다. 강남 정서를 사회과학적으로 측정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의 성장기에 배치된 또래 집단의 하위 문화적 요소들, 가령 닥터 마틴(Dr. Martin)이나 랠프 로렌(Ralph Lauren), 스쿠프 승용차와 같은 상징적 브랜드로 징후적인 관찰 분류는 가능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사진을 평생 업으로 삼으며 자신의 예술을 과도하게 의미 규정하는 상당수의 전업 사진작가들의 태도가 그에게는 없다는 사실이다. 19세기 초반 근대 사회의 출발점에서 어정쩡히 뒤쳐졌던 예술가 집단이 스스로 독특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 했던 낭만주의적 태도를 나는 지금도 많은 예술가들로부터 관찰할 수 있다. 기예의 습득이란 면에서 회화, 연극, 고전발레, 바이올린 등에 비해 일상 활동 쪽에 다가선 사진의 중간 예술(middle art)적인 특성은 취미 집단과의 구별을 해야 하는 전업 작가들의 자의식이 끼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옆에서 본 작가 오상택은 작업을 취미 생활로 즐기듯 일 처리한다.
지금까지 작가는 작품 속에 도시적인 감성을 표현하려 애써왔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에서나 관중 없는 육상 경기장에서조차도 그랬다. 그가 표현하려는 도시적인 것이 전원적인 것과 반대 개념은 아니다. 이를테면 그의 사진 속 남성들이 입은 수트는 도시를 상징한다. 모델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이 입은 옷과 같은 상징 매체가 중요하다. 디자이너 박동준의 패션 작업을 선별하여 일종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완성된 『(un)Necessaries』 연작 또한 마찬가지다('언'니세서리, 꼭 필요한 생필품은 아니지만 사치품이라고 할 수도 없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사람이 배제된 옷 사진, 그 허무함을 대리보충하는 것은 우리들의 감정이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이 사진들은 다만 값비싼 사치재로 사용가치 대신 교환가치로만 붕붕 떠다니는 현대의 물신주의를 꼬집는 선동적 텍스트로만 기능할 뿐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 감정의 폭은 훨씬 더 넓다. 예컨대 누군가가 벗어놓은 옷에서 우리는 측은지심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에로틱한 분위기를 자아낼 때도 있다. 또한 편안한 해방감을 경험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번 신작 속에서 넘실대는 옷들을 통해 일종의 경건함을 느낄 수 있다. 이 경건함은 한 패션 디자이너의 오랜 경력이 런어웨이 무대가 아닌 사진 속에서 구현되며 전혀 낯설게 다가온 소격 효과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낯선 시각적 체험은 작가가 이번 연작에서 의도적으로 장치한 방법 때문이기도 하다. 세 가지로 나누어 본다면 작가만의 고유한 기법은 첫째로, 마치 회화 작품과 같은 질감 표현이다. 작가는 사진의 감광면에 구성적인 과정을 더해서 유화나 아크릴화와 같은 이미지를 증폭시킨다. 두 번째로, 피사체는 원래 크기보다 비율이 10분의 일 정도가 더 커져있다. 따라서 사진 속 의류들은 현실적이면서도 왠지 낯설어 보일 수밖에 없는 인지적 체험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세 번째로, 이것은 내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사진 속에 가상의 옷장을 만들어 실재의 옷을 결합시킨 과정이다. 그의 작품을 지탱하는 뼈대로서 조형적 공간성은 수평의 옷걸이만으로 암시된 옷장이 시각적 단순화를 완성한다. 화려한 패션쇼 무대 위가 아닌 옷장은 실용적인 가치와는 별도로 역사의 보관소 같은 알레고리를 만든다. 이로서 주제는 뚜렷해진다. 작가가 여기에 펼쳐놓은 작업은 단순한 패션 아카이브도 아니고, 일회적인 이벤트도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사람들에게 덜 난해해 보이는 사진과 패션을 각각 그 속에 담긴 역설, 눈으로 보이는 허구와 눈에 보이지 않는 실재라는 이중의 비동시성을 현대예술 속에 안착시키려는 작가의 기획이다. ■ 윤규홍
Vol.20121025k | 오상택展 / OHSANGTAEK / 吳尙澤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