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1020_토요일_05:00pm
참여작가 / 윤상윤_이우창_이혜인
주최 / 한국메세나협의회 주관 / 아트스페이스 휴 후원 / 종근당
관람시간 / 11:00am~09:00pm / 주말_11:00am~06:00pm
갤러리 팔레 드 서울 gallery palais de seoul 서울 종로구 통의동 6번지 Tel. +82.2.730.7707 www.palaisdeseoul.net
『종근당예술지상 2012』는 한국메세나협의회와 함께 (주)종근당과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휴와 매칭한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의 대안공간 지원 및 신예작가 지원을 통해 한국현대미술문화의 발전에 공헌하고자 합니다.
"로베르토가 병이라도 난 것일까... 여행이라도 떠난 것일까..." (움베르토 에코,『전날의 섬』) 1. 실재의 창조와 해석 ● 회화는 다른 세계를 발견하는 일이지만 이미 경험한 세계를 다시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정신은 회화의 미래나 비전 보다는 오히려 회화를 처음 접한 오래전 과거로 날아가기 일쑤다. 우리 모두는 한번 쯤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아본 적이 있거나 동네 교회또는 유치원 등에서 조악하지만 알록달록한 크레용을 선물로 받았던 기억이 있다. 비록 상이나 상품을 받아보지 못했다하더라도 한번쯤은 형제자매나 친구가 그렸던 그림에 감동한 기억도 있는 것이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미술반에 한번쯤 기웃거리지 않은 이가 드물었고, 남녀상열지사의 시대에 접어든 소년소녀들의 달뜬 열정과 촉각은 시와 문학, 철학과 함께 회화가 주는 환타지와 마법으로 부터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 후 좀 더 머리가 굵어진 대학생 형님누나가 되면 비상하는 정신과 감각을 채워줄 미술관과 세상을 순례하였고 수많은 과거의 대가들과 만나 대화하고 그들의 작품과 교감하며 더 높은 성숙을 향해 나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영혼의 여행이자 성장통이었다. ● 이런 경험은 원형적인 것이고 나이가 들어도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에서 숨 쉬는 기억이 된다. 사람들이 지금처럼 미디어가 발달해서 환타지가 현실이 되고 시각적 현란함이 자연스러운 시대에도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회화에 공감하며 반복해서 돌아가는 힘은 미래의 환타지가 아니라 과거의 환타지인 것이다. 그것은 마치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엄마의 뱃속에서 보내던 가장 평온하고 조화로운 시절의 향수처럼 존재의 연속성이다. ● 새로운 매체가 범람하는 현대미술의 세계에서 회화는 아마도 가장 보수적인 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회화에는 인류의 역사와 똑 같은 정도의 시간과 역사가 있고 또한 그 만큼의 공통의 기억과 전통이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오늘날 일반적인 회화의 관념을 형성한 것은 최근 100년간에 형성된 것이다. 19세기 말의 근대 또는 현대예술의 시대에 만들어진 이 관념은 거대한 전통이 되었다. 그런 현대예술을 이끈 회화의 모험은 이미 알려진바 인간의 발견이자 자신의 유한성에 대한 앎이었다. 자기 존재와 세계의 경계를 감각하고 인식하며 완전한 앎으로 만든 것에서 영웅적 근대 화가들과 그의 동료들이 성취한 것이다. 그들의 업적은 황폐한 세계와 영혼의 탐색이며 운명의 천둥번개에 저항하는 피뢰침과 같은 것이었다.
이제 이런 영웅적 거인들의 시대는 오래전 사라졌다. 오늘의 더 많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뒤를 이어가지만 그들과 비견할 만한 세계를 만든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고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는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자체의 변화에 따른 요인이 더 크다. 대중의 출현과 근대의 정신과 예술이 임종한 이후 회화는 점점 더 이상한 존재가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기에 예술가들은 그 불가능에 도전하고 끊임없이 고심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 이것이 회화가 다른 어떤 매체나 형식보다도 인간의 존재 문제와 가까이 있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주요 화가들의 관심사나 그들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보면 그를 둘러싼 이야기의 최종 국면이 매번 존재론의 문제로 귀결되어 버린다. 우리는 숨 쉬고 있으며 타자와 관계를 맺고 함께 공존하고 있음으로 해서 회화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현대 예술의 새로운 모험가였던 백남준 또한 끊임없이 그리고 또 그렸다. 사실 그의 미디어 작품에는 수많은 드로잉과 회화가 스며있던 것이다. ● 최근 귀천한 이만익이나 영국의 루시앙 프로이드는 물론 회화의 신이 되어버린 고흐나 피카소, 프란시스 베이컨의 회화들은 실상 어떤 조형적 기술이나 매력을 향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과 존재에 가 닿는 것이다. 회화는 단지 조형과 감각의 축제가 아니라 정신과 영혼의 향연인 것이다. ● 그러나 세상은 인간이 이미 도달한 높은 수준의 성찰과 경험을 망각하곤 한다. 더욱더 화려하고 기술적인 이미지들의 쾌락은 끝없이 우리의 시각을 향해 달려들고 마치 시간도둑처럼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나의 존재를 성찰할 시간을 빼앗아가는 것이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우리가 그 이미지들을 향해 절박하게 달려들게 되었다.
2. 타자와의 만남 그리고 치유 ● 회화는 어떤 기술적이거나 물리적이고 외형적인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것을 향한다. 그러므로 실상 우리가 미술관에서 만나는 대가들의 회화들은 관객을 향해 있지만 오히려 그것은 회화의 뒷모습이기 십상이다. 회화는 매번 등 돌린 채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기에 회화의 진짜 얼굴을 보기가 어렵다. 우리가 회화라고 보았고 보았다고 주장한 것은 회화의 얼굴이 아니라 그것이 아무리 화려하고 뛰어난 이미지라 하더라도 결국엔 회화의 뒷모습이다. 천공의 별이 수백억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바로 지금 눈앞에 현현하듯, 에코의 소설에 나오는 전날의 섬처럼 바로 지척에 어제의 섬이 보이는 것처럼 회화의 이미지는 어떤 환타지를 현실로 우리 앞에 내어 놓는다. ● 우리는 플라톤의 동굴 속 수인(囚人)처럼 벽에 아른거리며 새겨지는 이미지들, 실재의 그림자들을 보고 또 보면서 어떤 감각을 키워나간다. 그것은 시장이나 극장에서 나타나는 이미지이지만 동시에 영혼의 극장(Museum)에서 자란 이미지이다. 회화가 진실에 다가가는 창이고 삶과 진실의 은유라면 가장 감각적인 회화조차 궁극엔 어떤 실재에 도달한다. 감각적인 것이 궁극엔 개념적인 것과 만나고 가장 개념적인 것이 결국엔 감각과 조우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연금술의 진행처럼 질적 비약과 함께 더 생생한 감각과 접촉하게 된다. ● 이번 종근당 예술지상에 선정된 윤상윤, 이우창, 이혜인의 회화는 이러한 회화의 본질적인 성격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한 작가들이다. 그들의 회화에서 우리의 마음에 어떤 가능성과 열림을 촉발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윤상윤의 회화는 마치 영혼의 나눔을 보여주듯 제례적 포즈의 인물들이 주로 등장한다. 이우창의 작업은 가장 고독한 단독자로 존재하는 자아를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이혜인의 회화는 현대를 사는 이들의 복잡한 심사와 심정이 일종의 심리극처럼 연출된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사용하는 물리적 한계와 재료의 특성을 매우 적합하게 사용하는 숙련과 함께 주제의식에 있어서도 성실하다. 그들에게 회화이미지를 통한 타자와의 만남과 대화의 가능성을 찾았다는 데에 이번 신진작가 지원프로그램의 주제와 부합하였다. ● 오늘날 신진 작가란 한 사회에서 아웃사이더이자 타자인 것이다. 시장의 이데올로기와 각박한 전자계산의 세계에서 이토록 오래된 형식과 주제에 몰두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것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 많은 명멸한 예술가들 가운데 몇 명이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으며 또 얼마나 세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는가. 몇몇 예외적이 예술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예술가는 세계의 침묵과 마주한 삶을 마치는 것이다. ●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의 세평이며 세속의 시선일 뿐이다. 여전히 고해성사하듯 자신과의 고독한 대화와 그림자의 주인을 찾아 모색하는 삶이 주위의 젊은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살아가는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그 예술가 자신 뿐 아니라 그와 촉하고 있는 주위 모든 이들에게도 하나의 영적 치유이다. 예술이 그 기원으로부터 가져온 실재(實在)와 접촉하는 제의성(祭儀性)을 비록 현대예술의 시대에 벗어던졌다 하더라도 아주 우연한 기회에 숙명적으로 그것을 되찾는 것이다. ● 이번에 선정된 작가들은 불가항력적인 선택과 배제의 인정시스템을 거쳤다. 선정된 작가들 뿐 아니라 심의과정에 검토되었던 더 많은 작가들이 여전히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 전시와 그 성과는 오롯이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는데 도움 주신 분들의 것이다. 감사드린다. ■ 김노암
Vol.20121020g | 회화, 실재의 창조와 해석 그리고 치유-종근당 예술지상 2012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