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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018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아이 GALLERY I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33-1번지 우리상가 1층 Tel. +82.31.482.1988
바다로 바다를 그리다 ● ...미술이 재현(representation)을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재현은 미술의 가장 단단한 기반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방편으로서의 재현이 아닌 재현 자체에 관해 고민하는 작업들을 볼 수 있다. 박신혜의 그림 역시 처음 보는 순간 재현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바다를 그리고 있다. 흑백사진을 연상시키는 모노톤의 화면은 속을 가늠할 수 없이 적요(寂寥)해서 간혹 일어나는 얕은 일렁임에 몸을 맡겨 겨우 떠있는 듯하다. 강렬한 푸른색의 깊이감도 없고, 바다의 크기를 연상시키는 수평선도 없다. 마치 손담글 수 있는 가까운 자리에서 응시하고 있는 것 같은 묘한 착각을 일으 키게 한다. 이러한 착각은 박신혜의 그림이 대상으로서의 바다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자신을 인식하게 한다. 바다를 보거나 만질 수 있을까? 누보레알리즘 작가 이브 클랭(Yves Klein)은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는 자연세계에서 가장 추상적인 것이 바로 바다'라고 말한다. 클랭에게 바다는 자연이지만, 그것은 감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오직 추상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것이었다. 손을 들어 하늘을 만져보고. 바닷물에 손을 담가보자. 우리는 하늘과 바다를 매 순간 경험할 수 있지만 온전하게 알 수는 없다. 박신혜의 바다 역시 클랭과 다르지 않다.
작가는 바다를 '건드려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어떤 세상' 이며 '그 자체로 아름다운 구도를 가지고 있어서. 어떤 순간에 찍더라도 바다 사진의 구도는 완벽하다'고 말한다. 어우지면서 완전히 구별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하나로 통합되지도 않은 채 둘이면서 하나인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충돌과 섞임이 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에서 흰 물살이 일어나지만 그것 역시 금방 새로운 물살 속으로 밀려들 것이다. 클랭의 바다가 저 넓은 대양의 깊고 푸름으로 형상화되었다면 박신혜의 바다는 이제 막 뭍으로 기어오르고 있는 낮은 물길이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바다의 역동성이나 무거운 존재감이 아니라 주어진 것들에 흡수되고 용해되면서 다시 잔잔하게 밀려들어 가는 낮고 가녀린 물살 들의 미약한 움직임일 뿐이다.
작가는 지난 10여 년간 바다를 그리고 있다 바다를 바다라 하면 더 이상 바다가 아니니(海可海非常海). 그의 그림 속 바다는 하이데거(M. Heidegger)의 존재자 (Seienden)의 존재(Sein)처럼 자연을 구성하는 여러 자연들 중 하나라기보다 자연 그 자체("in itself')이다. 따라서 그에게 바다는 분리 불가능한 이 세계의참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자연이자, '자연스러움' 이라는 관념이 된다. 일(一道)이 이(二:陰陽)가 되듯, 하나에서 나온 둘이 다시 하나로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 그 자체가 바로 박신혜의 그림 속 바다이다. ● 그는 오늘도 바다를 그린다. 단 한 순간도화면에 담긴 적이 없는 그 바다. 누구나 보고 만질 수 있는 모든 바다이면서 바로 내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어느 바다를. (미술세계 2011.7 review 에서) ■ 변청자
Vol.20121017k | 박신혜展 / PARKSHINHYE / 朴信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