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ANDSCAPE

임태규_장승효 2인展   2012_1019 ▶ 2012_1108 / 일,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2_1019_금요일_05:30pm

관람시간 / 09:3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 C 공간 INTERALIA ART COMPANY SPACE C 서울 강남구 삼성동 147-17번지 레베쌍트빌딩 B1 Tel. +82.2.3479.0114 www.interalia.co.kr

a Landscape : 새로운 형식의 풍경 ● I. 풍경화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그리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회화 장르가 아니다. 미술사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풍경화는 풍경 자체를 그것의 주제로 삼은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등장하는 건축물이나 인간, 사건 등이 주제인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우리가 분류하는 독립적인 풍경화, 이를테면 그린이의 시선에 포착된 풍경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그려진 순수한 의미로서의 풍경화는 17세기에 이르러서야 네덜란드 화가들에 의해 정의 내려졌다. 이후 풍경화라는 장르는 자연주의 화가들에 의해서 더욱 발전되었고 19세기에 와서는 인상파의 영향으로 근대 풍경화의 개념에 맞는 독립적인 장르로서 정착하기에 이른다. 종교화나 역사화의 한 부분에서 출발한 풍경화가 개별 장르로서 분류되기 시작하던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근대적 의미로서의 미술시장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지점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또한,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종교의 권위나 정치와 권력의 상징으로서 일부 기득권 세력의 지시와 필요에 의해 만들어 진 생산품이 아닌 그야말로 작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어떤 가치나, 혹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식으로서의 예술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보여지는 지점이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미술계가 변화하기 시작한 이유는 이 시기에는 왕족이나 귀족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집에 그림을 걸어놓는 것이 유행처럼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더 이상 필요에 의한 예술이 아닌 미적 접근으로서의 예술이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라 봐도 좋을 것이다. 이는 화가들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서 그들이 원하는 방식의 그림만을 그려주는 주문제작의 형태에서 벗어나 더욱 개성 있게 작가 스스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완성해 놓고 그것을 고객이 찾아와 구입하는 방식의 '화랑'의 개념이 도입되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임태규_Fly away home #30_한지에 오리엔탈 컬러, 먹_138×173cm_2010~11
임태규_Fly away home #33_한지에 오리엔탈 컬러, 먹_103×146cm_2012

그러나 이렇게 미적 기준에 부합하기만 하는 풍경화의 제작 방식은 이후 특별한 변화 없이 지루하리만큼 비슷한 형식으로 지속되었다. 풍경을 보이는 그대로 그려야만 올바른 것인지, 삼원법을 실천했는지, 빛의 각도나 세기에 따라 색감 표현은 제대로 되었는지 등을 따지고 분석하느라 정작 예술의 근본적 가치라 할 수 있는 작가의 철학과 시대정신에 대한 논의는 배제되어 버렸다. 결국 풍경화라는 장르는 미의식의 표출에 근거한 표현방식에만 집착하여 다른 회화양식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진 발전상을 보여주게 된다. 근대에 와서야 풍경화에 대한 새로운 논의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이를테면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은 자연으로서의 풍경이 아니라 그 자연을 있게 한 어떤 에너지, 그리고 공기와 빛, 바람 등의 가시적 영역에서 벗어난 것들에 대해 우선 언급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그것이다. 다시 말해 근대의 풍경화는 철학적 개념이 도입되며, 그것이 지난 4세기 간 과학적 영역에 기대어 있던 것에서 벗어나 형이상학적 형태로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현대미술에 있어서 풍경화의 개념은 수 세기에 걸쳐 돌고 돌아 다시 그것이 시작되기 이전의 지점으로 회귀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17세기에 풍경화가 독립된 장르로 정착하기 훨씬 이전, 예컨대 석기시대에 더 많은 수렵을 기원하며 암벽에 들소를 그려 넣었던 그들의 신앙과도 같은 정신성에서 비롯된 풍경화와 궤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본 전시는 오로지 미적 기준에 부합시키기 위해 17세기 이후부터 현재까지도 비슷한 형태로 제작되고 있는 풍경화의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아가 현대미술에 있어서 정신성이 강조된 풍경화란 과연 무엇인가를 짚어 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임태규_Fly away home #35_한지에 오리엔탈 컬러, 먹_143×74cm_2012 임태규_Fly away home #37_한지에 오리엔탈 컬러, 먹_143×74cm_2012
임태규_Desperado #6_한지에 오리엔탈 컬러, 먹_74×143cm_2012

II. 표면적으로 보면 전혀 달라 보일지 모를 두 작가를 굳이 '풍경'이라는 포괄적 제목을 부여하며 함께하게 된 이유는 이들의 작품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몇 가지 근거들에서 기인한다. ● 첫 번째로 이들은 그간 예술가들이 오랜 세월 천착해온 전통적인 매제를 여전히 사용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람자에겐 전혀 새로운 형식으로 비추어 진다는 특성이 있다. 임태규는 가장 오래된 회화 재료인 지필묵을 사용하고 있고, 장승효는 조각의 가장 전통적인 형태인 콜라주를 이용해 작품을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작품이 전혀 진부해 보이지 않는 것은 단순히 현대적인 이미지만을 소재로 내세우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이들이 자신만의 표현 기법을 새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보여지는데 예를 들어, 임태규의 경우 화선지의 표면에 직접 선을 긋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뒷면에 먹물을 머금고 있는 화판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화선지를 살짝 얹혀 놓은 상태에서 끝이 뾰족한 무언가로 재빠르게 드로잉을 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이것은 그간 화선지가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를테면 화선지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문인화에서는 속도감이 있는 얇고 날카로운 선을 절대 표현할 수 없다던가, 필획의 속도가 화선지의 수분을 빨아 들이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여 캔버스 작업에 비해 밀도 있는 디테일 작업이 불가능했던 단점들을 보완했다고 보여진다. 기존의 전통적인 재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한 것은 장승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그는 조각이 가지고 있는 문제라 할 수 있는 배경의 부재와 사진이 가지고 있는 한계인 입체성의 부재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 왔다. 사진의 조각들을 콜라주로 활용하면서 이러한 단점들을 동시에 보완하였고, 나아가 그는 다양한 시간대의 공간을 한 화면에 모아 제시하면서 사진이 담지 못하는 시간성, 예컨대 찍는 순간 하나의 지나간 과거가 되어버리는 사진의 한계에 다양한 시간대와 공간성을 부여하여 작품 내에서 시간의 흐름과 새로운 공간의 탄생을 동시에 실현해 내었다. 이들의 태도는 과거 미술사에 등장하는 선배들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데, 저들이 기존 작품과의 차별성에만 주안점을 두어 단순히 재료와 기법의 변주에만 혈안이 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들은 효율적으로 자신의 작품이 보여지기 위한 필요에 의해 새로운 기법을 만들어 내었다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

임태규_Marginal Men in Erehwon #6_한지에 오리엔탈 컬러, 먹_173×138cm_2012
임태규_Fly away home #36_한지에 오리엔탈 컬러, 먹_143×74cm_2012 임태규_Fly away home #34_한지에 오리엔탈 컬러, 먹_143×74cm_2012

두 번째로 이들 작품에서 보여지는 공통점은, 실현 불가능한 거대담론 투성인 당대의 미술계에서 소소한 자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을 통해 개인의 넋두리만을 늘어놓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결국 사회를 이루는 것은 집단이고, 그 집단을 이루는 것은 개인으로부터 출발한다. 대다수의 젊은 작가들이 개인과 집단을 뛰어넘고 사회에 대한 거창한 이야기만을 펼쳐낼 때 관람자는 그것들을 바라보며 공감을 하지 못한다. 그런 맥락에서 주변의 일상적 소재를 가져와 그려내며 매 순간 일탈과 방황을 꿈꾸는 임태규의 작품과 현실에서 항상 마주하는 풍경과 기억의 잔상을 한 화면에 동시에 제시하며 새로운 이상향을 꿈꾸고 있는 장승효의 작업은 상당부분 닮아 있다.

장승효_Fantastic Cave-Europe 2_3차원 이미지 콜라주, 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2
장승효_Secret Garden_3차원 이미지 콜라주, 피그먼트 프린트_90×60cm_2012

세 번째로 이들의 풍경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하고 객관적인 풍경(The Landscape)이 아니라 자신들의 경험과 상상력의 편린들이 모여 응집된 지극히 주관적인 그들만의 풍경(a Landscape)이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이 부분이 바로 서두에 언급했던 정신적 영역의 풍경이라 말 할 수 있을 텐데, 망막과 시지각에 의지하여 비친 풍경이 아닌 작가의 주관적 정신이 만들어 낸 어떤 장면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새로운 형태의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예술가가 시각이 아닌 정신성의 요구로 이미지를 창조해 낸다는 방식은 사실 그리 특별한 시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접근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앞서 말한 새로운 기법의 도입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밀도 있게 압축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임태규와 장승효의 작품을 풍경이 아닌 일종의 상상의 영역으로 인지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작품은 경험하지 않은 사건이나 목격한 적 없는 가상의 대상들이 화면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각자의 삶에서 기인한 이미지들의 조합이라는 면에서 단순한 상상화의 갈래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어쩌면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이처럼 상상보다도 더 비현실적인 형태로 다가왔을 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장승효_Old Landscape-Korea_3차원 이미지 콜라주, 피그먼트 프린트_90×180cm_2012
장승효_Old Landscape-Europe_3차원 이미지 콜라주, 피그먼트 프린트_90×180cm_2012

III. 그 동안 풍경화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가 수세기에 걸쳐 변해 왔던 것처럼, 표면적인 결과물에만 열광하던 관람자들의 태도 또한 시대에 맞게끔 변해야만 한다. 예술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는 작가의 철학, 그리고 그것의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의 개념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는 현대미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처지에서 보면 당연한 노력이겠다. 물론 이것은 비단 풍경화라는 장르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예술 전분야에 걸쳐있는 당연한 흐름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야 말로 바로 예술의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 임태규의 작품이 일러스트적 요소를 근간으로 한 희화화 된 소재들의 총집합이라 하여, 정작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현대사회의 처절한 이면을 놓쳐서는 안될 일이다. 나아가 주제와는 상반된 가벼운 표현방식으로 인해, 특정 집단에 소속되지 못하고 끊임없이 맴돌고 있는 주변인으로서의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한 작가의 주제의식이 외면 되어서는 더더욱 안되겠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즐거운 군상들과 묵직한 주제의 큰 간극은 현대인의 불안과 외로움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여지를 제시한다는 면에서 묘한 긴장감 마저 불러일으킨다. ● 장승효의 작품 또한, 사진과 조각의 결합, 그리고 표면을 감싸고 있는 전혀 새로운 매체로 인해서 관람자가 표면의 하이브리드적 메커니즘만을 찾아내려 한다면 이 역시 안될 일이다. 차가운 자본주의 사회의 산물들과 동서고금의 예술가들이 남긴 삶의 역작들이 한 화면에 공존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미래를 보고자 하는 행위, 그것이 장승효가 작품을 통해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해 나가는 매우 중요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이러한 관계성의 기원을 '사랑'이라는 감정에서부터 출발하여 실마리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는 또 어떤 방식으로 변하게 될 것인지 기대할 수 밖에 없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장승효_Old Love-China_3차원 이미지 콜라주, 피그먼트 프린트_90×180cm_2012
장승효_City of Love 1_3차원 이미지 콜라주, 피그먼트 프린트_51×120cm_2012

다시 한번 강조하면, 시각적 영역으로만 한정 지어 이들의 작품을 읽어 내려 간다면, 그 옛날 17세기 유럽인들이 규정지어 놓은 풍경화의 평가 절하를 재차 되풀이 하는 일 밖에는 되지 않는다. 임태규와 장승효는 작업을 통해 관람자에게 현대인을 비판하거나 혹은 현실을 부정하고 새로운 이상향을 꿈꾸고 있음을 억지로 주입시키려 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예술가로서 경험한 삶과 현실, 그리고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담담하게 일기를 써 내려가듯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그들의 일기를 곡해하지 않고 순수하게 읽어줘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 기존에 우리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던 고정적인 관념들을 모두 내려놓고 천천히 작가의 삶을 들여다 본다면 분명 이들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장면이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풍경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 윤상훈

Vol.20121016g | A LANDSCAPE-임태규_장승효 2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