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 Found

홍정표_박진희_신기운展   2012_1012 ▶ 2012_1018

홍정표_I make an art work 3 times a day_나무, 타일, 접시건조대, 접시_95×120×95cm_2012

초대일시 / 2012_1011_목요일_06:00pm

기획 / 알파 아트 어쏘시에이션 Alpha Art Association(www.10aaa.co.uk)

관람시간 / 12:00pm~06:00pm

한미 갤러리 HANMI GALLERY 30 Maple Street, London, W1T 6HA, United Kingdom Tel. +44.208.286.4426 www.hanmigallery.co.uk

전시『로스트 앤드 파운드 (Lost & Found)』는 현재 런던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세 명의 작가, 박진희, 신기운, 홍정표가 함께 하는 3인 전이다. 각각 사진, 비디오, 조각의 서로 다른 매체를 탐구하는 이들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찾았을까, 또 관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무엇을 잃고 찾을 것인가.

박진희_Koskenranta 99_람다 프린트_72×40inch_2012

주로 조각을 해온 박진희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에게 사진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친숙해진 매체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번에 전시하는 세 점의 작품「세인트 제임스 파크 94/2 (St. James Park 94/2)」(2012년),「코스켄란타 62 (Koskenranta 62)」(2012년),「코스켄란타 99 (Koskenranta 99)」(2012년)을 포함하여,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찍은 나무 사진 시리즈에 작가는「흔적 (trace)」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언뜻 나무의 한 부분을 근접 촬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무를 360도 한 바퀴 둘러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콜라주 형식으로 이어 붙인 것이다. 수십 년간 한 생명이 축적해온 세월의 흔적과 그 존재의 고유한 미학을 최대한 담아내기 위한 작가적 선택이다. 찰나가 아닌 수십 차례에 걸친 촬영의 결과물인 이 평면 사진은 각각 다른 순간에 일어난 사건의 집합이자, 이미 "사라진 시간"에 대한 기록이며, 한 생명체에 대한 입체적인 서사이다. 매체는 다르지만 이번에 선보이는「흔적 (trace)」 시리즈는 일상에서 발견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술적 중재를 통해 재구성함으로써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공의 합판에서 자연의 기억을 찾고 그 기억의 결을 따라 페인팅을 했던 전작들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진희_St. James Park 94/2_컬러 프린트_40×40inch_2012

신기운의 '현실 검증' 탐구는 이번에 전시되는 신작 두 편「현실 검증_문(Reality Test _ Doors)」과「현실 검증_계단 (Reality Test _ Stairs)」을 통해서 계속된다. 실제로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인 '현실 검증'에서 제목을 가져온 작가는 현실인 '리얼리티'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하이퍼 리얼리티'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무엇이 과연 실재하는 현실이고, 진실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그에게 현실은 '존재한다는 믿음'에 기반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현실인가' 하는 물음은 '실제로 일어났는가 혹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믿는가'에 대한 것이다. 올해 초 『4482』展에서 보여줬던 '문', 현실의 비상구 옆에 영사된 비상구「현실 검증_문 #1 (Reality Test _ Doors #1)」은 '조작된 현실의 리얼리티'를 성취함으로써 관객들이 실제와 영상을 구분하는 '나름의' 현실 검증을 하게 했다. 예를 들면, 전시장이 일층이 아니었으므로 영상에서 보여 주는 대로 사람들이 열어놓은 문 앞을 걸어서 지나가기란 불가능하다는 경험적 근거를 찾아내야만 했다. 반면, 이번에 전시하는「현실 검증_문 #2 (Reality Test _ Doors #2)」와「현실 검증_계단 (Reality Test _ Stairs)」은 실제로 촬영한 현실의 이미지들을 의도적으로 맥락에 벗어나게 조합함으로써 조작된 현실의 비현실성을 노출하고 허구화된 현실의 이미지들은 현실성에 대한 관객들의 믿음에 도전한다.

신기운_Reality Test_Doors_영상설치_2012

포스트모던 시대에 들어서면서 예술의 정의는 애매모호해졌다, 아니 다양해졌다. 그리고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의 경계는 매우 유연해져 혹자는 모든 게 예술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고전 미술의 높은 콧대에 반기를 들고 일상의 예술을 주장하는 현대미술은 아이러니하게도 고고한 고전 미술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볼 뿐 아니라 '읽기'까지 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홍정표는 이러한 현대미술의 역설을 주시하며 이에 대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예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작업의 화두로 삼는다. 현대미술 전시회를 자주 찾는 이라면 한 번쯤은 미술관 한쪽에 설치된 어느 레디메이드 오브제 앞에서 '이것도 작품인가?' 하고 갸우뚱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제안한다. 미술관에 있는 모든 것이 다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미술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제 소화기를 본뜬 '소화기', 전시장 지킴이의 의자를 본뜬 '의자', 실제 물병을 그대로 이용한 '물병'이 있는 홍정표의 갤러리에서 관객은 이제 더 이상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이 소화기로는 불을 끌 수 없고 의자는 앉을 수 없으며 물병의 물은 마실 수 없다는 것이다. 설치작품인「이유는 없다 (There is no reason)」는 예술의 정의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예술을 왜 할까', '예술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 하는 예술의 의미에 대한 것으로 확장된 것이다. "폐허로 변한 지구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인류를 위해 현대미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아무런 쓸모가 없지 않나, 현대미술이란 쓸데 없는 일에 편집증적으로 몰두하는 것이 아닐까." 다소 회의적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먹고 사는 일에 대한 것이 아니라서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상당히 역설적이나 생각할수록 수긍이 가는 작가의 말에서 현대미술의 긍정적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바람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손세희

Vol.20121014i | Lost & Found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