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 : Lost in Meditation

가을, 사색에 잠기다展   2012_1014 ▶ 2012_1218 / 백화점 휴점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미령_김선희_서유라_설경철_양성근 이경미_이지현_최욱_최은경_한인규_황선태

책임기획 / 나민환 후원 / 롯데백화점

2012_1014 ▶ 2012_1114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8:3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롯데갤러리 안양점 LOTTE GALLERY ANYANG STORE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 88-1번지 롯데백화점 7층 Tel. +82.31.463.2715~6 www.lotteshopping.com

2012_1117 ▶ 2012_1218 관람시간 / 10:30am~08:00pm / 백화점 영업 시간과 동일

롯데갤러리 대전점 LOTTE GALLERY DAEJEON STORE 대전시 서구 괴정동 423-1번지 롯데백화점 9층 Tel. +82.42.601.2827~8 www.lotteshopping.com

우리나라의 사계절 중 가장 활동하기 좋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는 시기인 가을은 독서하기 좋은 계절로 꼽힙니다. 가을은 모든 생명들이 겨울을 대비하여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기로, 들판에서 곡식을 거두어들여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을 기다리듯, 책 속에서 지식을 거두어들여 현재의 낡은 껍질을 깨우치고 인생의 밝은 날을 준비하기 위한 계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18세기 영국의 정치 철학자 E. 버크는 "사색이 없는 독서는 소화되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라고 말하며, 독서와 사색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는 독서와 사색을 통한 사고의 깊어짐이 얼마나 인간의 영혼을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인식한 결과일 것입니다. 사색은 흔히 인간의 이성작용을 가리키는 말로, 시대의 철학과 문화의 의식 구조 속에서 인류의 존재를 규정하고 예술 표현의 근간이 되어온 키워드입니다. 사유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미술 작품은 인간의 내면세계를 풍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색을 통한 책읽기와 그 유사점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지성의 상징으로 불리웠던 책이 현대 미술 속에 들어와 책을 통한 사유의 공간을 재현해내어, 우리에게 익숙한 책읽기 방법이 아닌 새로운 책읽기 방식을 제안합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책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가지고, 그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사유의 풍경을 재현해 내고 있습니다. 오늘날 다양한 대중매체와 디지털 미디어의 범람 속에서 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점점 쇠퇴해 가고 있는 시점에, 책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들의 작업은 우리 삶 속에서 독서와 사색의 의미를 되돌아 보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현대 미술 속에서 살아 숨쉬는 예술 문화의 다양한 층위를 발견하고, 작품을 통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며, 관람자들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신을 찾는 과정을 직접 마주하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랍니다. ■ 나민환

강미령_Classic Forever 2_캔버스에 유채_130.3×130.3cm_2010

강미령은 한국 전통 민화와 서구 팝아트의 결합을 시도 한다. 작가가 추구하는 화면의 구성은 전통적이며 고전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팝과 미니멀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맞물려 있다. 이렇게 전통을 기저로 이루어진 화면에는 작가가 영감을 받고 있는 동서양 미술의 중요 작품들이 반복, 복제, 증식, 축소, 확장되고 있는데 이것은 작가가 미술, 그 오래된 역사의 흔적을 추적하며 그 의미를 음미하는 것이다. 작가가 이러한 시간의 거스름을 통해 자신과 미술과 세계의 과거를 하나의 꿈을 꾸듯 고요한 사색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이 고독한 공간은 살아 숨 쉬는 장소이며 작가 자신의 존재론적인 탐구의 여정이 이루어지는 초현실적인 공간인 것이다.

김선희_memory2_미송, 느티나무_가변설치_2008

김선희는 어떠한 사건으로 인하여 불안정한 심리상태에 놓이는 경험이 반복될 때 그 갈등의 근원을 찾기 위해 그와 연관된 기억 속 사물을 깎고, 갈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산란한 생각과 감정들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몰입에 이르게 되며 자신을 이해하고 내면세계의 안정과 심리적 균형을 찾게 된다. 이러한 작업의 결과물로서 탄생한 수 십 권의 책들은 작가의 고민과 사색, 정돈의 과정을 온전히 담고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사색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서유라_A maestro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1

서유라의 작품 안에는 사회에서 소비하거나 욕망하는 것들의 이미지들이 책에 투사되어 나타나있다. 대중적 서적과 잡지는 근대성의 특징이며, 현대에 들어 대중적 책자는 구성원들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부추겨 자본주의에 통합시키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작가는 캔버스 안에 책들을 블록쌓기처럼 마음대로 쌓아두기도 하고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배치하기도 하여 화사한 색과 서적이나 잡지의 노골적인 텍스트가 놀이처럼 즐겁게 나타나도록 한다.

설경철_Episode1121(from the book)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4×100cm_2011

설경철의 From the Book 이라는 부제를 단 Episode 연작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화면 안에는 펼쳐진 책을 배경으로 꽃, 새, 시계, 인형, 타자기, 바이올린 등 다양한 물상들이 무중력의 공간에서 날고 있는 듯한데 이렇게 작품은 책과 물상들의 특이한 조합으로 이루어져있다. 언뜻 보면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관계이지만 실상 책은 물상들을 산출하고 물상들은 책에서 유출되어 글자가 아니라 그림을 통해 책의 내용을 시각화해 보여주고 있는 관계다. 작가는 문자를 이미지로 불러내 읽으면서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면서 느끼게 하는 이를테면 보는 문학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양성근_narrative(버터플라이)_철_60×80×20cm_2009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처한 입장과 상황, 지식, 감성을 토대로 제 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이해 할 것이다. 작가 양성근의 작업은 책 속의 내용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의 이미지를 통해 그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비록 책 속에 내용과 의미가 쓰여져 있진 않지만, 그만이 간직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사람들이 작품을 보면서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표면의 이미지와 느낌, 그리고 그 속에 나타나 있는 하나의 텍스트를 통해 그들이 가지고 있었지만 느끼지 못했던 내면적 이야기를 이끌어 내길 바란다.

이경미_그 곳은 존재하긴 했던 것일까_oil on constructed birch wood_140×270cm_2012

이경미의 화면은 관람객에게 마치 연극무대에 올려진 극중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제공한다.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던 유년 시절, 작가에게 위로를 선물해주었던 고양이는 캔버스 안에서 바깥세상을 꿈꾸며 이국의 도시를 동경하고,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무한의 공간인 우주를 그리워하기도 하면서 세상과 만나고 소통하는 작가의 모습을 담아낸다. 작가는 개인사와 보편사를, 유년시절의 추억을, 문명사적 비전을 책상 위로 가져온다. 작가가 책상머리로 불러들인 사색의 정경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또 다른 사색의 나래를 펴게 하며, 또 다른 세계에 대해 꿈꾸게 한다. 하여 작가의 작업은 개인사적인 경험을 넘어 모두가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좀 더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존재론적이고 문명사적인 주제의식으로 심화되고 있으며, 개인사의 경계를 넘어 타자와의 관계를 아우르는 좀 더 거시적인 주제의식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지현_dreaming book-달과 6펜스_책, 종이_21×29×8cm_2012

책은 시공을 초월한 시대정신의 표상이다. 이지현이 책을 한 땀 한 땀 해체하듯 뜯어내는 행위는 책과 감각적으로 만나며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행위이며, 이를 재차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과정은 책이 새로운 이미지로 재생되는 계기가 된다. 이 일련의 과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의 기록일 수 있지만, 나아가 활자나 이미지를 뜯어낼 때 생기는 보푸라기 같은 부유하는 이미지는 곧 정체성을 상실한 채 부유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암시하기도 한다. 표면적으로 원본의 의미맥락을 해체해 익명적인 책 오브제로 그 정체성을 변질시키는 작가의 작업은 사실은 그 이면에서 이처럼 정체성 상실을 앓고 있는 현대인의 단면을 표상하고 있다.

최욱_A Certain Breat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62.2cm_2011

설치작업에서 회화 작업으로 전향한 최욱은 전통적 회화가 가진 '힘'에 대해 재인식하고, 사실적이면서도 긴장감 있는 묘사를 통해 회화 본연의 성질에 접근하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는 동식물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사물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숨을 쉬고, 고유한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작품 속 책 더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쌓여가는 인간의 지식의 총체를 상징한다. 그의 회화에는 사물 자체의 질량감은 물론, 사물 주변을 둘러싼 팽팽한 공기와 아우라 등으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의 긴장감을 유도하고 있다.

최은경_DREAM_레진_41×29×5cm_2011 황선태_박제된 이야기_유리, 유리샌딩, 전사필름_28×19×21cm_2009

최은경은 책의 내용을 이루는 언어를 통해 책에 되묻는 작업을 해왔다. 책을 통해 인간의 지성에 물음을 던지는 작가의 작품들은 단순 명료한 단어를 통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이 책임감은 앎이 삶으로 체화 되지 못했음을 숙연하게 일깨워줌으로써 비롯된다. 작가가 선택한 단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지성을 통하여 우리 존재에 울림을 가져다 주는데 그것이 우리의 지성을 회의하게 한다.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앎이 삶을 통해 발현되는가를 묻는 것이다. ● 황선태는 사물과 현상을 자기 나름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존재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가한다. 그의 관심은 사물의 존재에 대한 자기 나름의 해석에 있으며 그것은 결국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유리로 전환하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사물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권유하는데, 그럼으로써 결국 사물이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각에 따라서 얼마든지 개념이 뒤바꿔 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유리로 된 그의 책은 용도가 폐기된 하나의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볼 수 없는 책은 다시 말해서 기능성을 상실한 하나의 사물이다. 그의 유리 책은 사물의 사물성에 대한 깊은 사유를 통해 존재에 대한 새로운 각도에서의 해명을 시도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인규_理判事判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4_2011

한인규는 책장이라는 일상적인 장소를 선택, 거기에서 이 시대의 지각방식, 생각의 지형도를 찾으려 한다. 작가가 구성하는 서가는 현실의 서가가 아니다. 작가는 세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우선 책의 제목으로 드러내고 책의 제목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과 작가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들로 이중적으로 구성해 놓는다. 작가는 기존의 현실을 그의 심리적 현실과 뒤섞는 것이다. 우리는 분류법을 따르지 않은 채 뒤죽박죽 섞여 꽂혀 있는 서가에서 작가가 의도적으로 선택, 창조한 제목들의 산만한 배열, 조합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현기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작가는 우리의 일상적인 지각방식이 자신의 서가처럼 분열증적이지 않냐고 묻는다. 우리가 관성적으로 읽고 있고, 또 의무적으로 읽어내야만 하는 세계의 상태를 작가는 그렇게 본다. ■ 롯데갤러리

Vol.20121014a | Autumn : Lost in Meditation 가을, 사색에 잠기다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