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정展 / NAMSOOJEONG / 南樹晶 / sculpture   2012_1013 ▶ 2012_1021

남수정_척_두루마리 화장지_10m 이내 설치_2012

초대일시 / 2012_1013_토요일_06:00pm

협찬 / (주)동신제지

관람시간 / 11:00am~07:00pm

센텀아트스페이스 Centum Art Space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1505번지 센텀호텔 3층 Tel. +82.51.720.8040~1 www.centumartspace.co.kr

남수정의 말과 설치미술 : 미적 관조를 찾아서 ● 남수정은 전시『(주제: 척)』으로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남수정은 보편적으로 첫발을 내딛는 개인전을 뛰어넘어 진지하고 군더더기 없는 말과 공간설치작품으로 신인작가로서 우뚝 섰다. 서둘러 설치된 작품으로 살펴보면, 전시공간의 천장에서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겹겹이 감긴 하얀 종이, 그 바닥에 고여 있는 물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위로 스며들면서 상태가 변질되는 화장지가 시야에 포착된다. 부드러우면서 가벼워 보이는 설치물인 화장지의 덩어리는 전시장의 바닥에 놓인 기다란 조각 작품으로 이어진다. 기다란 직사각형의 오브제 안에 놓인 둘둘 말린 화장지와 겹겹이 쌓인 가벼운 종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젖어간다. 전시장의 벽면에 나란히 기대어 있거나 혹은 벽면에 걸린 평면작품들은 색으로 변질된 화장지가 아니라 이제는 회화적인 이미지로 변신했다. 이렇듯 남수정은 전시공간과 설치미술, 오브제와 조각 작품, 삼차원과 이차원적 조형성을 융합했다. 화장지와 설치미술이 맞닥뜨려 척의 미학이 탄생했고, 물질의 상태와 창작의 행위가 맞물린 신진작가의 관조idea는 관찰의 재미를 듬뿍 선사한다.

남수정_척_냅킨_10×180×180cm_2012
남수정_척_두루마리 화장지, 먹물_30×250×10cm_2012

남수정의 척의 미beauty는 말言語과 공간에서 출발했다. 생필품인 화장지로 삼차원적 공간이 조형공간으로 변신하여 설치작품이 탄생하였고, 그녀의 설치행위는 수많은 화장지로 구체화되면서 척의 미학을 가시화한다. 가변적이자 유연한 화장지에도 불구하고 비형상적인 물水이 동반되어 척의 미는 풍부해진다. 둘둘 말려 있는 화장지가 전시장의 천장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면서 빈 공간을 흰 면으로 가로질렀고, 두루 마리 화장지의 덩어리가 층층이 쌓인 상태와 함께 가볍고 유연한 사각형의 냅킨은 차곡차곡 쌓인 상태에서 부드러운 종이 설치작품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비정형인 물이 종이에 스며들어 시간의 흐름이 넌지시 전달되어 척의 미학적 층은 두터워진다. 더더욱 부드러운 무색의 종이가 평면화면에서 추상적인 부조의 형식을 획득하여 추상회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비정형적인 물의 형태를 담은 바닥에 놓인 사각형의 투명한 유리는 물의 이미지를 가시화 하면서도 조각적인 좌대로써 작용한다. 남작가의 척의 조형성은 이렇듯 물질세계에서 출발했고, 척의 이미지는 전시공간을 해체하면서 구체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설치작품은 한편으로는 가벼운 척하면서도 진지하고, 일상적인 것처럼 보이면서 진귀하고, 보편적인 것처럼 여겨지면서 생경하고, 무거워 보이면서도 발랄하고, 어수선하면서도 논리적이다. 이러한 미적 관조는 단어(척)의 이미지와 설치미술의 창작행위, 화장지로서의 오브제와 작품으로서의 존재방식이 공간과 인연을 맺으면서 세밀해진다. 더 근원적으로 말하면, 그녀의 설치행위는 한글의 고유한 속성을 파헤치고 공간을 해석하는 행위로 가시화 되었고, 비물질적인 말과 삼차원적 공간이 융합한 미적 관조로 현대미술에서 아직 남아있는 과제가 부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작가는 공간을 배치의 문제로 해석했고 말을 물질로 가시화하여 설치미술로 종합했고, 그리하여 마침내 화장지의 속성과 상태에 따라 설치작품의 존재방식도 다양해진다. 다르게 말하면, 남수정은 위에서 아래로 늘어트린 화장지와 길게 수평적으로 놓인 화장지로 설치작품의 유형을 결정했다. 따라서 척의 조형성도 물질을 설치하는 방식에 따라 유연해지기 마련이고 척의 미적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관찰자에게 환원된다. 궁극적으로 그녀의 설치행위는 수시로 변한다는 강령을 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설치하는 창작행위가 풍부해진다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관객에게는 이것이 미적 전략으로 다가오겠지만 청년작가에게는 든든한 동반자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종이로서의 오브제가 작품으로 변신하면서 획득한 척의 시각적 논리가 돈독해졌다.

남수정_척_냅킨, 먹물_30×250×10cm_2012
남수정_척_냅킨_146×112×8cm_2012 남수정_척_냅킨_146×112×8cm_2012

남수정은 척이라는 상태를 표현하는 우리나라의 말과 물질인 화장지를 기하학적으로 풀어냈다. 비물질적인 창작행위를 대변하는 기하학적인 관조에 시선을 모아보면, 전시장의 천장을 타고 흘러내리는 부드러운 화장지와 바닥에서 위로 젖어가는 종이는 내려오고 올라가는 수직적인 움직임을 말한다. 반면에 사각형으로 이어달리는 수북이 쌓인 둘둘 말린 화장지 덩어리 그리고 낱장으로 펼쳐진 겹겹이 수북이 쌓인 냅킨은 부드러운 수평적인 논리에 속한다. 그리고 벽면에 세우거나 벽에 걸은 평면적인 작품들은 던지는 행위를 은닉하고 있다. 거리를 두고 던진 가벼운 화장지가 부착되어 추상적인 회화작품에 은닉된 행위로 추상적인 관조가 더해진다. 관찰자의 시각도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아래에서 위로 왕복을 하게 되고, 밖에서 안으로 감겨진 원형의 곡선과 층층이 쌓여가는 수평선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추상적인 관조는 화장지가 종이가 아니라 척의 미학으로 전환하는데 밑받침이 되었고, 그리하여 수직적이자 수평적인 논리는 이차원과 삼차원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수직인지 아니면 수평선에 무게를 두어야 할지는 관찰자의 몫이지만, 자연계와 인간계의 가시적인 세계를 제거하면 남는 것이 수직과 수평적인 조형원리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쉽게 말하면, 남수정은 몬드리안에서 냉전시대의 추상표현주의로 이어달린 형식적 원리를 분석하여 수평과 수직을 삼차원적 공간미술로 담아냈다. 작가는 한편으로는 기하학적 관조의 타당성을 획득했지만, 그녀의 첫 번째 개인전은 다른 한편으론 다소간 버거운 현대미술과 거리두기를 버텨내야 할 것이다. 물론, 작가로서의 노정이 그녀에게는 외롭지 않겠지만 이러한 기하학적 관조의 행위가 직접적인지 간접적인지 비평적 판단도 과제가 더불어 생겼다. 분석능력과 관심도에 따라 미적 관조가 깊어지는 작품의 매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기하학적 요소로 물질적인 설치미술은 비물질적인 미적 관조에 수용된다. 볼 수 있는 설치미술과 볼 수 없는 말의 연관관계는 이렇게 무한정이다.

남수정_척_냅킨_146×112×6cm_2012
남수정_척展_센텀아트스페이스_2012

신인작가 남수정은 전시주제를 "척"으로 정했다. 작가는 척을 물질로 공간에서 풀어내어 설치미술에 행위와 상태를 동반한 단어가 첨가됐다. 남작가의 이러한 언어의 시각화와 공간의 해석은 숙성된 결과이자 1969년 시작된 글자와 조각 작품이 융합한다는 현대미술을 관통한 행위다. 작가로서 남수정은 2008년 투명한 유리판을 꾹 눌러서 표현한 밝은 색의 「꾸 욱」과 두루 마리 화장지로 형상화한 대형작품「둘 둘」(240×240×10cm)을 선보였다. 그녀는 이렇게 행위의 결과만을 작품으로 간주한 현대미술의 문제점을 들춰낸다. 행위를 내포한 말이 창작의 행위로 풀렸고 그리고 상태를 담은 단어가 최근의 설치미술에서 여과 없이 읽혀지기 때문이다. 단어를 시각미술로 풀어낸다는 측면에서는 현대미술에 예속되지만, 언어적인 행위를 시각화하고 상태를 표현하는 말을 공간설치미술로 전환하여 거리를 두었고 한글이 설치미술과 융합하여 거리두기는 확실해진다. 남수정은 그녀의 세대에 걸 맞는 언어문화를 현대미술의 역사에 기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미적 관조가 국제화되어가는 한국의 미술 현장에서 어떠한 시각적 논리로 구체화될지 미지수가 남아있다. 화장지로 관객에게 가깝게 다가가기를 시도했듯이 전시의 주제도 작품을 이해하는 조건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행위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미술시장의 자본주의에서 벗어난 남수정의 첫 번째 개인전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것을 요구했다. 유연한 작품의 존재방식에도 불구하고 산뜻하고 풋풋하여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홀로서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야 하질 않을까. ■ 김승호

Vol.20121013l | 남수정展 / NAMSOOJEONG / 南樹晶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