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1012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 김근중_김중식_이태경_박수용
관람시간 / 10:00am~07:00pm / 10월12일_10:00am~09:00pm
갤러리소헌 GALLERY SOHEON 대구시 중구 봉산동 223-27번지 Tel. +82.53.426.0621 www.gallerysoheon.com
예술의 세계에서 유독 유목민의 정신을 강조함은 왜일까? ●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유목민의 자세로 일관해 자신의 작업세계를 이어가는 프로페셔날한 4인의 중견작가 김근중, 김중식, 이태경, 박수용이 참가하는『Beyond,현대미술 4인』展 이 대구 갤러리소헌(053.426.0621)에서 열린다. ●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깊은 자기성찰과 탐험을 토대로 작품속에 자기를 드러내는 특징을 가진 유목민적인 작가들인 이들 4인은 공교롭게도 모두 한때 한국을 넘어 대만(김근중), 프랑스(김중식,이태경), 이탈리아(박수용)에서 미술을 배우고 익히며 작품활동을 펼친바 있던 해외파들이다. ● 과거 유목민의 이동수단이 '말'(horse)이었다면 오늘날 현대인의 유목의 수단은 '이미지(image)'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과 모바일세계엔 이미지가 넘쳐나고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소통을 위한 간결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제 미술의 영역에서도 미술가는 이미지의 새로운 의미 탐구를 통해 끈임없이 관객과 소통하려 시도한다. 미니멀과 추상도 결국은 하나의 이미지다. 그들이 표현하려고 하는 현대의 간결추구나 모호성의 필요성을 이미지로 남긴 것이다. 이미지의 경제성에선 전혀 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아주 경제적이나,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별로 그려내는게 없다는 점에서는 비경제적이기도 하고, 반면 그런 비경제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메세지를 전달한다니 경제적이라 할 수 도 있다. ● 노래와 춤을 통해 국제적인 공감을 일으키며 월드스타로 부상한 '싸이'는 미국에서 공부를 했지만 "노래를 어디 학교에서 배우나요?"라고 말할 정도로 원래 기질적인 가수와 놀이꾼 근성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고 여기에 세계를 하나로 묶는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가 일조하고 있다. '싸이'에게 노래와 춤이 유목의 수단이었다면 4인의 작가들인 김근중,김중식,박수용,이태경에겐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이미지 탐구와 자기,주변사회에 대한 성찰이 그것이다.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가 소통에 일조하는 현대엔 이들 4인의 이미지 또한 효과적인 소통의 도구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미지들은 단순한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디지털만능주의와 소비지상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박탈당하고, 놓치고, 잃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들중 '김근중'은 근래 모란꽃을 주로 그린다. 더불어 물고기, 새, 용충(용이 그려진 항아리) 등 우리 민화에 자주 등장하던 소재가 그의 작품에 함께 등장하는데, 김근중이 꽃으로 모란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민화 12폭 모란병풍의 압도적인 포스에 감동한데다 대학시절 모란사생과 대만유학시절 고궁박물원에서 보았던 모란채색화의 영향이 그 배경일 수 있다. 김근중은 이전 작품들에서 변화를 시도하면서 그 유목의 대상이자 수단인 '이미지'로서 꽃에 대한 새로운 의미탐구로부터 그의「꽃세상」작품을 시작한다. ● 작가가 추구하는 꽃에 대한 새로운 의미탐구는 꽃을 불변하는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만물만사처럼 꽃 또한 변환 중에 있으며, 꽃의 생명인 '아름다움'에 대해 숭고미적 관점, 즉 아름다움이란 대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다는 경탄의 순간 모든것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오로지 그것에 몰입되어 마음의 분별이 사라진 그 자체인 것이다. 또한 '꽃 중의 꽃'이라는 '모란'이 상징하는 부귀란 물질과 명예를 말하는데 부귀를 갖게 되면 마음이 안심이 되고 행복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 아름답다고 찬탄했던 순간이나 부귀를 얻어 욕망이 해소된 순간이나 동일하게 분별심이 사라진 순간이며, 거기에는 자타(自他)가 따로 없이 온전히 존재자체만 남을 때 거기에 행복이 있고 믿음이 있으며 사랑이 있다고 믿는 작가는 진정한 부귀의 모습, 그야말로 꽃 세상이 이루어진 상태인 Natural Being 꽃세상, 원본자연(原本自然)을 추구를 통해 작가는 "이성적 주체는 분열된 주체이며 예술의 승화야말로 분열된 주체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길"이라는 '라깡'(Jacques lacan)의 말처럼 모란이라는 대상을 통해 분열된 주체를 회복하려 한다. ●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중국 베이징에서 선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의『한국현대미술 대표작가전:리부팅』에 10인 대표작가로 참여하기도 한 작가는 화단과 평단에서 인정받는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작가로 뉴욕메트로폴리탄미술관 ,호암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충남공주 출생으로 추계예대와 프랑스국립미술학교, 파리 그랑쇼미에르 아카데미를 졸업한 '김중식'은 2012년 이후 '시공합일-이상향'이란 주제로 평면 캔버스에 한지를 붙이고 그위에 수 많은 조각상을 결합한 후 채색하는 신작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동일화를 추구한다. 이번『Beyond, 현대미술4인전』에서 시공간의 현재를 넘어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가 하나가 되고, 삶과 예술이 하나가 되는「paradise」연작들을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 개념은 단지 현상의 변화일 따름이다. 시간과 공간은 우리 삶과 예술에서 하나로 융합되고 인식되는 찰나의 순간이고 그것을 지각하고 관조하는 세계가 파라다이스 paradise이다. 어릴적에 미술을 배웠던 작가가 고대 서양 신화의 아그립파, 아리아스, 비너스 등 조각상들을 보며 "과연 신이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으로부터 나이 50세가 넘어 우리 전통 오방색 빛깔들을 가지고 그 상상의 세계를 작품으로 승화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합일의 순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매일 욕망하고 꿈꿔 왔던 동서양의 신화와 전통들을 작가가 직접 손으로 그리고 칠하고 붙이며 그의 손과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 김중식의 작품「파라다이스 parsdise」를 통해 우리는 각 각의 마음의 사막으로부터 영원성을 지닌 이상향의 파라다이스로 이행하게 된다. 작품 속 우리의 오방색은 달항아리와 비너스, 몰리에르와 호리병, 예수와 반가여래 등 이제는 신화가 된 고전적 소재들에 정말 잘 어울리고 잘 통하는 교감과 아름다움을 빚고 있다. 동서양의 아이콘인 섬세하고 사실적인 조각상들을 우리의 오방색으로 평면 회화의 소재인 캔버스에 무리없이 담아낸 그의 작품들은 이제 미술의 한류로써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한국성과 동양의 아이텐티티가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서양과 함께 하는 소통의 네트워크가 그의 작품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각가 '박수용'은 국내에서 조각을 전공한후 돌조각의 본고장이라 할 이탈리아 까라라국립미술학교 조각과를 졸업한 대표 작가로 수 많은 개인전과 기획전, 아트페어, 국제조각심포지움 등을 통해 쉼 없는 작품을 발표하며 인기있는 한국의 대표적 구상조각가로서 입지를 다져 온 터다. 2004년 갤러리소헌에서의 기획전에서 보여준 감각적인「청산송」작품에서부터 이태리 까라라특성의 돌로 된 구상조각과 추상조각의 변화를 거듭한 연후에 최근 깊이있고 농익은 듯한 브론즈 작품들을 보여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그의 작품은 이미지를 넘어 그 이상의 명쾌하고 본질을 꿰뚫는 단순한 형상으로 작가의 세계관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그만의 언어를 늘 탐구한다. 평론가 김준기(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는 꾸미지 않고 말하기란 자칫하면 무뚝뚝하고 건조한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지만 오히려 그 단순하고 명료한 언어속에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것이 작가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 박수용은 오랫동안 해온 돌조각에서 그의 느림의 미학을 실천해오다가 근간 흙을 만지기 시작했으며 순간의 느낌 포착을 실현 할 수 있는 그의 빠른 손 덕분에 최근의 신작들은 석조가 아닌 브론즈작품들을 대부분 보여준다. 간명한 메시지를 함축적인 언어로 담아냈던 석조작업의 분위기가 소조작업에서도 여지없이 담겨있는 점에서 그의 작품세계는 연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입체조형의 대지 작업「테라, Terra」연작들이 그렇듯이 인간 연작이나 부조 작품들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소뇨, Sogno」연작도 그렇고, 부조 작업들로 다양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피아노, Piano」연작 모두 박수용 특유의 감각이 살아있다. 특히 부조 작업들에는 잔잔하고 느린 선율이 흐르는 명상적 감성이 잘 담겨있다. 당나귀와 인간, 여인과 고양이 등이 등장하는 이 연작들은 기존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부분적으로 단절과 새로운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김준기의 평론에서 발췌)
계명대 서양화과와 프랑스 명문 파리 보자르(파리고등국립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파리에서 작업 을 하다 귀국한 후 활발한 작품 활동을 계속해온 '이태경'은 익히 화단과 미술시장에 인기작가로 이름 올리기 에 성공한 작가이다. ● 2010년 소헌컨템포러리의 개인전을 통해 타인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심리적 변화를 발견해 가는 작품을 주로 하는「Up in the air」시리즈를 선보인 바 있다. 인물의 심리적 변화와 감성적 소통에 주목한 작품 세계를 주로 선보이는 그는 인물이 지니고 있는 분위기를 단색 혹은 절제된 채색에 의존해 표현하며, 표현주의적 양식을 덧대 얼굴과 몸을 묘사한다. 특히 손과 관련한 묘사는 에곤 실레의 작품에 그로테스크한 변형을 가미한 것 같은 독특함을 띠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 2008년 영화「더게임」(감독 윤인호)에 작품을 소품으로 출연하면서도 여러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 사람만의 고유한 캐릭터를 흡수해 이미지로 옮겨내 온 작가는 2012년에도 작가의 작업실에서 드라마「적도의 남자」를 촬영하는 등으로 역량있는 영화나 드라마 감독들이 이태경작가의 작업을 아껴 그들의 영화소재로 곧잘 사용하곤 해 이태경의 작품을 사랑하는 많은 애호가들에게 기쁨을 주곤 했다. ● 살롱 도톤느 파리(TROISEME PRIX), 살롱 도톤느 샤띠옹 심사위원상, 살롱드 몽후즈 현대미술전 회화부분에서 대상을 받는 등 파리 화단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가진 이후에『오래 돤 만남, 파리로부터』, 『스타워스 에피소드 1』,『프레쉬 레드 닷』, ACAF 뉴욕, 상해아트페어와 여러 번의 KIAF 출품 등 다수의 유력한 기획전과 아트페어에 초대되어 호응을 얻으며 끼있는 콜렉터들의 인기를 업고 있는 작가다.
자신의 그림이 '폭력적'이라는 비판에 자신의 그림보다 '현실이 더 폭력적'이라고 말한 '프란시스 베이컨(Frances Bacan)'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작가의 작품을 보면 '이태경이 보는 인간의 실존' 역시 '이태경이 보여주는 인간과 그림'보다 더 참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컨은 공포의 외침, 극단의 참상묘사를 반복하였지만 그의 그림은 그의 그림 속에 아이러니와 미묘한 장난기가 공존했기 때문에 오히려 미래의 힘과 새로운 웃음의 능력을 삶에 부여해 주는 것이라 역설되며 예찬되었다고 한다. 이태경의 작품을 좋아라하는 수집가들 역시 오히려 더욱 음울하고 비관적이거나 폭력적인 그의 작품들을 더욱 선호한다. 마치 어차피 작가의 작품은 자기만의 그림판이니 조금 더 자유롭게 난장을 벌여보라 하는 바람마저 그 기대에 보태기 시작하는듯 하다. ● 이태경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양면성이 우리 인간의 본질임을 깨닫게 될때 우리는 그의 작품속으로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 그의 작품속 인물은 작가의 자화상이며 또 다른 우리의 자화상이다. 더도 덜도 아닌 우리네 사는 풍경 그 자체의 일상성이라는 의심스러운 장벽을 넘어 거짓과 폭력,도립상의 환영,본질을 외면하는 쓰레기같은 우리 일상의 껍질을 일상으로부터 분리함으로써 무엇이 삶의 진리인지를 알려줄것이다. 이번 전시에는「Up in the air」을 통해 거꾸로 선 세상의 모습(도립상 倒立像 )속에 작가의 본질 혹은 우리의 본모습을 그려 대비시킨 빼어난 작품들로서 벌써 전시이전부터 그를 아는 많은 애호가와 관객들을 기쁘게 할 것에 틀림없어 보인다. ■ 원창호
Vol.20121013f | Beyond-현대미술 4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