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1020_토요일_03:00pm
전시기간 본전시 / 2012_1011 ▶ 2012_1017 연장상설전시 / 2012_1018 ▶ 2012_1020
참여작가 유연희_이승욱_김정욱_윤하진_윤송이 성소연_안소희_장혜진_안미나_아이잭신
후원 / 금천구청 협찬 / 금천아트캠프 기획 / 도시설화 프로젝트그룹 '스페이스 오페라'
관람시간 / 10:00am~05:00pm
금천아트캠프 GEUMCHEON ARTS CAMP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 301(독산동 441-6번지) Tel. +82.2.808.7662, 2.2627.1446 www.gcac.or.kr
이 이야기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1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천구에서는 이른바 '한강 도하부대'가 주둔해있던 군부대 터를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개방한다. 당시 이곳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오던 서울 외곽지역 군부대 이전 사업에 의해 빈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상태였다. 특히 군부대가 철수할 때는 시설 대부분을 파괴해야하기 때문에 현장은 마치 흉가와도 같은 상황이었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은 깨끗이 철거되고 이후로는 다양한 건물들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공사를 위해 땅을 파던 중 고려시대인지 고구려시대인지 알 수 없는 유물이 발견 된 것이다. 중학교 시절 배웠던 국사 교과서를 잠깐만 떠올려 봐도 사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한강을 차지하는 나라가 삼국을 통일한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어왔던가. 한때 전방의 최전선이었던 한강 하류 지역인 금천구에서 백제든 고구려든 조선시대이든 유물이 나오지 말란 법 없지 않은가.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대가 이전을 하면서 토양 오염문제가 대두되었다. 강을 건너는 도하부대, 혹은 공병부대는 기름을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역주민들이 군부대 토양검사를 요구한건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건설 사업은 출토된 유물의 가치판단과 더불어 토양정화를 위해서 약 2년간의 유예기간이 선고되었다. 그리고 금천아트캠프가 탄생되었다.
폭격을 맞은 흉가 같던 내무반 건물은 입주 작가들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보수되었고, 미술, 음악, 공예 분야의 예술가들과 공공미술 및 아카이브 프로젝트 팀이 속속 입주하였다. 처음엔 다들 열악한 환경에 경악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환경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는 장점이 되었다. 제도권 하에서 운영하는 다른 창작공간과 달리 벽을 부수고, 천청을 뜯고, 바닥을 들어 낼 수 있었다. 모래가 깔린 넓은 연병장에서는 화재의 위험 없이 어떠한 작업도 할 수 있었고, 몇 만 평에 달하는 부지 덕분에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항의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 그러나 그 모든 것들 중에서도 가장 좋은 건 수려한 경관이었다. 도하부대의 훈련을 위한 인공 연못이 있었고, 그 위로는 황새가 날아 다녔다. 곳곳에 아름드리나무가 있었고, 온갖 넝쿨 식물과 곤충들이 그 나름대로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군부대 시설물은 작가들을 모험심 가득한 어린 시절로 되돌려 놓았고, 군 관련 영화 촬영을 위해 지어졌다는 작은 세트장은 가뜩이나 공상을 좋아하는 작가들의 상상력에 불을 붙였다. 특히 우리나라 군부대가 있기 전에는 6·25 당시 미군부대가 있던 곳이고, 그 전에는 제분공장이 있던 곳이라 지금은 보기 힘든 미군막사와 공장굴뚝까지 남아있었다. 입주 작가들과 함께 지역 주민들은 이곳의 아름답고 독특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구청에 아카이브로 기증했다.
이제 내년 5월이면 모두가 이곳을 떠나야한다. 아직 작가들을 위해 새롭게 약속된 장소는 없다. 그동안 군부대 터 역시 빠르게 철거되었다. 연못의 풀은 퍼냈고, 나무는 베어졌으며, 시설물은 포크레인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황량한 터는 가벽과 그물막에 의해 출입금지구역이 되었다. 출입을 허락해 준대도 위험해서 들어갈 수가 없다. 아니, 이제 들어갈 아무런 이유도 남아있지 않다. 아쉽지만 애초에 약속되어있던 일이고 무상에 가까운 조건으로 작업실을 허락해준 구청이나 토지 소유 업체를 향해 배은망덕한 항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때 군이 주인이던 곳, 그러나 그들이 떠나고 잠시나마 완벽한 자연의 자유를 누렸던 곳, 그곳의 이름 없는 풀들과 나무, 잠자리와 새들처럼 예술가들은 다만 그렇게 사라질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군 복무와 비슷한 가간을 입주하게 된 아트캠프. 그 짧고도 긴 시간에 대한 추억을 도시설화 프로젝트 그룹 스페이스 오페라는 주민들과 함께 아카이빙 해보려 한다. 본 전시를 통해 그동안 예술로 소통하던 우리들의 아름다운 기억이 오래도록 마음 한구석에 남길 기대해본다.
소망리본, 소망 종 달기는 금천구청 앞을 지나는 지역주민들에게 금천구 문화재단 조성의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이에 응한 주민들에게 리본과 풍경(종)을 나눠줘 여기에 개인적 소망을 쓰게 한 뒤 이를 군부대 담장 철조망에 매다는 설치작업이다. 이렇게 설치된 작품은 바람이 불때마다 펄럭이거나 소리를 냄으로써 환기효과를 지닌다. 한편 수집된 설문결과는 공식 절차를 거쳐 구청장에게 전달된다.
숨바꼭질, 숨은그림찾기는 참여 작가들이 어린 시절의 추억, 유물, 연못 생태계 등에 대한 드로잉 작품을 아트캠프 곳곳에 감추듯 설치하고 주민들이 이를 찾아 핸드폰 및 카메라로 촬영하는 놀이다. 촬영이 끝난 후에는 스페이스 오페라 대표 아이잭신과 안미나 두 작가의 아트캠프와 지역청소년예술교육에 대한 세미나 『지역 예술가로 복무하다』와 미니강연 『사라짐의 미학』이 이어진다. ■ 아이잭신
Vol.20121013e | 다만 사라질 뿐이다-스페이스 오페라의 도시설화 아카이빙 프로젝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