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harmony 어울림

이희목展 / LEEHEEMOK / 李憙睦 / sculpture   2012_1010 ▶ 2012_1023

이희목_내 딸, 재수하다_테라코타_22×18×11cm, 25×12×22cm, 29×14×27cm_2007

초대일시 / 2012_101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서촌재 서울 종로구 옥인길 65(누상동 4-2번지) Tel. +82.17.202.5620

진한 애정의 시선으로 기록한 가족사 ● 이희목의 조각에는 가족과 주변인물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푸근한 희망의 시선으로 가득 차 있다. 이희목은 인간적 삶의 모습을 섬세하게 들춰내고 자신의 경험을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인류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가를 새삼 자문케 한다. 그는 일반적인 우리의 모습처럼 주어진 사회질서 안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치체계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그 본질적 의미에 가치를 부여한다. 따라서 그가 인간적 삶의 모습이나 가족사적 경험을 존재의미와 관련시켜 규명하고자 자신의 지근에서 삶을 영위해온 사람들을 등장인물로 내세운 일은 매우 적절하면서도 흥미롭게 비쳐진다. 작가 개인적 경험일 것 같은 식구들의 삶의 여정은 그러나 우리 모두의 경험적 산물로써, 단지 우리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각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미처 환기하지 못한 존재들일 뿐이다.

이희목_모정Ⅱ_테라코타_38×30×28cm_2002
이희목_모정Ⅲ_테라코타_33×28×20cm_2002

그래서인지 「이 봄에는」이라는 작품에서 우리는 현실의 고통 속에서 미래를 낙관하는 숭고미의 경지를 보면서 그 모든 여성성의 힘들이 일순간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또한 목도하게 된다. 간혹 우리는 여성이 주제의 중심으로 밀고 들어 갈 때는 한 여성의 삶이 아닌 전체 여성의 지표로, 혹은 신화적 모태 형상으로 확장시켜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희목은 그간 모더니즘 조각이 간과해 왔던 인간적 삶의 모습과 일상에서의 소소한 측면, 그리고 이에 대한 해학적 현현을 통하여 미술을 다시 우리 곁으로 견인하는 데 관심이 있어 보인다. 이를 통하여 그는 예술과 삶을 통합하고 여기에서 비속을 여과해 냄으로써 진정한 삶의 가치를 환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희목_이 봄에는_테라코타_38×31×31cm_2007

이런 점은 「나생순」이나 「내딸 재수하다」, 「아비와 딸들」과 같은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희목의 작품의 첫번째 특징은 이야기 구조를 띠면서 그때그때 느낀 단상들을 그림일기를 그리 듯, 일기를 쓰듯 재현해 나간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가족에 관한 생각들을 기억하고 각색하여 만든 것이다. 그래서 이희목이 가족에 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그녀 자신에 관한 관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또한 꾸미고 포장하기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것을 선호하면서, 좋은 작품이란 무엇보다도'제대로 살아가는 일'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바탕으로'내 생활의 더도 덜도 아닌 것'실재적 삶을 표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희목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서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희로애락의 양상은 그의 개인적 경험이자 인류 보편의 가치이라는 이야기다.

이희목_아비와 딸들_테라코타_43×28×26cm_2009
이희목_아빠 재우는 아기_테라코타_28×53×24cm_2011

한편 이희목은 오늘날의 사회적 삶의 양상을 일단 받아들이고 재현해나가는 태도를 취하며 재료가 지닌 표현적 가능성과 한계를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이 과정에서 부각될 수 있는 것이 그가 끊임없이 천착해온 흙이라는 매질(媒質)일 것이다. 우선 그는 점토의 구조와 성질을 생각하고, 흙이 형태나 빛에 반응하는 방식을 생각할 것이다. 이어 그는 이 재료가 고온에서 어떤 물리적 속성을 보이는가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흙덩어리에 어떤 형태를 구현할 것인가 스스로 자문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대조각의 밀도와 현대조각의 분방함을 여유롭게 조화시키면서 점토라는 차가운 속성을 지닌 무생명의 매재(媒材)가 조각가의 손을 거쳐 넉넉하고 생기로운 인체로 화(化)하며 생명감을 부여받는 과정에서 이희목은 그 과정을 충분히 즐기고 자신의 감정을 대상에 육화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이희목_나·생·순(나의 생애 최고의 순간)_테라코타_35×28×25cm_2011

이에 이희목은 상술한 작업개념을 통하여 우리의 의식을 편견의 울타리에 가두어 두지 않고 유동케 함으로써 자기 생각을 초심의 상태로 환원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초심이라 함은 결핍이 아니라 가능이고 정체가 아니라 유동이며 진정한'있음'이자 살아있는 진실인 것이다. 그의 가족이 그렇고 그의 생각이 그렇고 그의 예술이 또한 그렇다. 따라서 비록 이희목의 조각이 잠재적으로는 하나의 현실적 유기체가 아니라 생명이 없는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유기적 구조와 풍부한 삶의 리듬을 지닌 생명체로 간주 된다. ■ 이경모

Vol.20121010b | 이희목展 / LEEHEEMOK / 李憙睦 / scul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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