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렬展 / KIMKYOUNGYEOUL / 金敬烈 / painting   2012_1009 ▶ 2012_1020

김경렬_2ne1_유채_91×116.8cm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김경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2_1009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0:00am~06:00pm

박영덕화랑 Galerie Bhak 서울 강남구 청담동 81-10번지 갤러리빌딩 B2 Tel. +82.2.544.8481 www.galeriebhak.com

김경열의 '팝 리얼리즘'-근작 「뚜르 드 코리아」와「K-팝」에 관하여1. 작가 김경열이 1980년대 중반이래 다루었던 자연에서 인간의 삶을 관조하는 리얼리즘을 떠나 인간과 인간이 부딪히는 투기장 같은 삶의 현장을 그리기 시작한 건 2008년이었다. 고흐, 워홀, 다윗, 모나리자, 피카소, 달리, 체 게바라, 아인슈타인 등 익히 알려진 미술사와 세계사의 인간상을 등장시키면서 이들의 얼굴을 특화시킨 캐릭터에다 비보이의 다이나믹한 춤사위를 합성시켜 하이브리드의 극치를 보여주는 인물화를 다루었던 게 그것이다. ● 이 가운데서도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는 그가 선호하는 으뜸 캐릭터였다. 이들이 모두 현대 미술사의 거장들이기에, 그에게는 이들을 비보이 패러다임으로 패러디하는 데는 각별한 뜻이 있었다. 그건 과거의 미술사를 현재의 시간과 공간으로 옮겨 낯익은 것들을 낯선 것으로 변용하려는 데 있었다. 정확치밀한 근육질에다 코믹한 터치가 돋보이는 제스처, 번뜩이는 눈, 굴절이 심한 반면영상(半面影像)의 역동적인 동체는 당연 볼거리를 가중시킨 바 있다.

김경렬_bigbang_유채_80.3×116.8cm_2012
김경렬_원더걸스_유채_91×116.8cm_2012

그는 이번 근작전을 이 맥락의 연장선에서 다룬다. 그는 전시의 변을 이렇게 말한다. "나는 처음 그림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껏 우리의 삶의 모습을 기록하는 데 몰두해왔다. 예전에는 풍경과 정물에서, 이후로는 나무를 통해서, 지금은 우리가 즐기는 것들을 통해서 삶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하나의 방법으로서 옛 것 위에 현재의 것을 섞는다. 새로움 혹은 낯설음을 방법적으로 붙잡아내기 위해서다." (작업노트 2012) ● 그는 과거에 그랬듯이, 지금도 변함없이 인간의 삶을 기록한다. 옛 것의 이미지에다 현재의 그것들을 섞어 새롭고 낯선 걸 그린다. 그가 근작들에 등장시키는 캐릭터는 예수 붓다 달라이라마 교황 링컨 윤두서 송시열 김수환 어사 박문수 달마 김구 안중근 유관순 미켈란젤로 법정 모나리자 간디 같은 역사 속의 인물들이다. 여기에다 '원더걸스' '레디가가' '투웨니원' '슈퍼 주니어' '2pm' '소녀시대'를 추가하고 작가 자신을 당당히 추가한다. ● 그가 이들을 주제로 뚜르 드 코리아(tour de Corée)와 K-팝을 다루는 배경에는 지난 시대의 영웅 현자들이 자전거용 헬멧과 의상을 걸치고 현실로 귀환해서 대중을 이끌거나, 우리시대의 팝 아이콘들을 트렌드 메이커의 선두에 세우기 위해서다.

김경렬_harmony-jesus, buddha_130.3×97cm_2012

2. 그가 근작에서 이들의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등장시킨 '뚜르 드 코리아'와 'K-팝'의 씬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현대인들이면 누구나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이미지들이라는 데 특징이 있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면서도 진솔하다. ● 지금은 모두 웰빙을 원한다. 웰빙의 으뜸이 자전거 주행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 부쩍 자전거가 대 유행을 하고 있다. 자전거가 세계적으로 생활화된지 오래지만, 바퀴달린 이동 수단으로 인간을 엔진으로 사용하는 건 아직 자전거가 유일하다. 나는 자전거를 이 시대의 웰빙을 이끄는 아이콘으로 부각시키려 한다. (작업노트 2012)

김경렬_racing-Tolstoy
김경렬_toul de korea-Einstein, duseo-Yun, Lennon, Picasso

그는 표면상 자신의 웰빙 담론을 그림으로 옮기고자 한다. 과거사와 현재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특정 캐릭터들을 회화의 페이스메이커로 등장시킨 건 이 일환이다. 티벳의 독립을 위해 테레사와 교황이 자전거를 타고 달라이라마에 힘을 실어준다 든지, 달마가 자전거 위에서 신통력을 발휘하는가 하면, 조선의 윤두서와 우암 송시열이 역대 위인들과 경기를 같이하면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씬을 등장시킨다. 작가는 이 이외에도 주체를 상실한 시대에 소신 있는 정치가의 표상으로 링컨을, 혼탁한 세상을 정화하기위해 어사 방문수를, 이념의 갈등과 대결을 완화하기 위해 예수와 부처를 가상적으로 현재의 시공간으로 불러낸다. 현실에 대한 작가의 정치적 사유의 편린이 여기서 드러난다. 표면상의 웰빙을 빌려 지상의 유토피아를 꿈꾸고 현실을 상징적으로 이상화하고자 한다는 데 작가의 뜻이 있음을 알린다. ● 이 점에서, 김경열의 근작 리얼리즘은 현실개조를 위한 리얼리즘을 시도한다. 자연의 리얼리즘을 떠나 대중문화의 현실에 존재하는 리얼리즘을 시도하고 대중적 주체들의 현실개조의 의식을 고무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 고전적이고 무거운 박물관 속의 리얼리즘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대중들이 즐길 수 있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팝 리얼리즘을 선사한다. 이는 다분히 연극적이라 할 수 있다. 그의 회화는 가상무대의 성격을 갖는다.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리얼하지만 코믹한 연기자로 분장하고 등장한다. 이는 캔버스를 하나의 가상무대로 해석하려는 데 뜻이 있다.

김경렬_삼총사-김구, 유관순, 안중근_유채_130.3×162.2cm_2012

궁극적으로, 김경열의 근작들은 '팝 리얼리즘'(Pop Realism)을 시사한다. 그의 팝 리얼리즘은 리얼리즘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매너의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캐리커춰럴하기 마련이다. 풍자와 유머가 매력적이다. 이는 과거의 팝아트가 지녔던 앤디 워홀 류(類)의 심각성을 해체할 뿐 아니라, 뉴욕 극사실주의 같은 리얼리즘을 뛰어넘는다. 19세기 말 오노레 도미에가 자신의 리얼리즘을 3등 열차에 실어 캐리커춰럴한 터치로 대중화하려던 선례를 상기시킨다. ● 김경열의 팝 리얼리즘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미지를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 그린 리얼리즘이 아니라 우리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의 소비성향을 담은 리얼리즘이다. 그는 연극 연출가가 캐릭터를 다루듯, 과거의 영웅들과 현재의 아이콘들을 그 자신의 방식으로 소비한다. 그의 방식은 지난 날의 팝아트와 리얼리즘을 합성시켜 만인이 즐길 수 있는 우리시대의 팝 리얼리즘을 창조하는 데 있다. (2012, 8) ■ 김복영

Vol.20121007b | 김경렬展 / KIMKYOUNGYEOUL / 金敬烈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