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1006_토요일_05:00pm
2012 Shinhan Young Artist Festa
런치토크 / 2012_1019_금요일_12:00pm 미술체험 / 2012_1027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신한갤러리 광화문 SHINHAN GALLERY GWANGHWAMUN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2-12번지 Tel. +82.2.722.8493 www.shinhangallery.co.kr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자본주의 체제 아래 모더니티가 잘 구현된 장소인 파리를 파사주라는 아케이드로 간주했다. 아케이드는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가 우선시 되는 곳이자 최신 유행 상품을 파는 장소였다. 벤야민은 파리를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라 규정하고, 파리와 같은 거대도시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욕망의 집합소로 파악했다. 또한 이에 대해 자신의 미완성작 「아케이드 프로젝트(Das Passagen-Werk)」에서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라고 명하기도 했다. (판타스마고리아는 '환영'이라는 뜻의 '판타스마'에서 유래하며, 원래의 의미는 18세기에 프랑스에서 발명된 환등기의 투사된 이미지를 뜻한다.) 벤야민은 판타스마고리아를 아케이드의 상품만 지닌 속성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범주로 보았다. 상품, 유행, 그리고 아케이드의 물신성(物神性)을 통해 파리의 판타스마고리아를 목격한 벤야민은 거대 도시야말로 집단의 무의식과 정체성이 녹아 있는 공간으로 인식했다. ● 이와 마찬가지로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1936-1982) 역시 『사물들(Les Choses)』이라는 소설을 통해 통해 '행복'이라는 집단적인 의식을 파고든다. 페렉이 1965년에 발표한 이 소설은 실비와 제롬으로 대표되는 소비세대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그들에겐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들이 늘 욕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채우지 못한 욕망은 상대적인 빈곤감으로 되돌아온다. 사회에 발을 내딛은 젊은이들이 갖는 부(富)에 대한 꿈은 허황되고 무모하기까지 하다. 페렉은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은 "왜 행복하기를 멈출 수 없는지"에 대해 질문하면서 1960년대 파리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삶을 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을 둘러싼 사방에서 삶을 누리는 것과 소유하는 것을 혼동했다. (조르주 페렉, 『사물들』 中)
1960년대의 파리에서 2012년의 서울로 공간을 옮겨보자.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현재 우리가 꿈꾸는 행복은 어떤 것일까? 작가 이지영은 과시적 소비가 만연한 지금의 서울이나 페렉이 묘사한 당시의 파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며, 페렉의 소설에 근거한 연작 「사물들(Les Choses)」을 선보인다. ● 「사물들」처럼을 통해 작가는 자본이 지배하는 코드화된 결혼식을 분석한다. 5개의 캔버스로 구성된 이 작업은 사물들로 가득하다. 돈, 명품 가방, 특정 브랜드의 제품들… 사치스러운 혼수와 예단의 품목들이다. 이 화려한 사물들은 비누방울과 함께 날아다니지만 순식간에 터져버릴 것이다. 작품의 배경은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와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다. 인간의 욕망을 일렁이는 거센 파도에 비유한다면, 사막은 일종의 바니타스(vanitas)로 그것의 속절없음을 나타낸다. 결국, 오늘날의 결혼이란 사물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인가? 현대적인 정물화로 변모한, 고가의 사물들이 난무하는 이미지를 마주하는 일은 여간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지영은 도시가 제공하는 풍요로움은 일종의 유토피아적 허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의 정체성을 기호의 소비를 통해 찾으려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소비와 소외의 관계를 환경적 요인으로 간주한 작가는 어느 날 아침, 지하철 환승 통로의 풍경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는다. 평일 아침, 주요 환승역의 통로는 늘 비슷한 시간대에 출근하는 직장인이나 등교하는 학생으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 이 거대한 군중의 흐름을 보면서 종교의식과 같은 거룩함을 느낀 것일까? 작가는 앞 사람의 발뒤꿈치를 보면서 한걸음, 한걸음씩 느리면서도 꾸준히 이동하는 사람들의 물결이 숭고함마저 자아냈다고 고백한다. 연작 「사물들」처럼, 대기업에 속해 있다는 스펙과 명품과 같은 특정 기호를 소유하기 위한 노력과 경쟁이 궁극적으로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이었을까? 이에 대해 작가는 환원론적인 관점에서 사람들이 어디론가 향하는 목적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소비하고 소유하기 위한 것이라 결론짓는다.
이지영은 이전의 작업 「Take My Hand」에서 인간소외를 유발하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도시의 삭막함을 이야기하였다.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산업혁명 이후, 대도시의 삶에서 '소비'라는 체계는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다. 작가는 벤야민과 마찬가지로 소비 문화가 개인 뿐 아니라 집단의 정체성까지 나타낼 수 있다고 보고,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고자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물신숭배가 팽배한 도시의 환경 속에서 소비를 통한 만족감이 아닌 순수한 행복이란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의구심이 이번 전시 「몽환공화(夢幻空華)」에서도 이어진다. 표현 방식에 있어서 작가는 자신의 전공이자 주요 작업이기도 한 '도예' 대신 회화와 영상 작업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본 전시에서는 「The Happiest Moment」라는 영상 작업이 소개된다. 「사물들」과 마찬가지로 「The Happiest Moment」에서도 비누방울이 주요 모티프로 등장한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요 소재로서 비누방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그 이유는 아마도 비누방울이 아름답고 빛나지만 금세 사라져버리는 물질의 공허한 속성을 대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누방울에 담긴 은유, 이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몽환공화'일지도 모르겠다. 몽환공화는 승찬 대사의 『신심명(信心銘)』에 나오는 게송(偈頌) 중에 하나로 '꿈과 환상과 허공 속에 핀 꽃'을 의미한다. 우리는 지금, 물질이 우선시 되는 허황된 꿈을 꾸면서 행복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김남은
Vol.20121006h | 이지영展 / LEEJEEYOUNG / ???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