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III

김덕진展 / KIMDEUKJIN / 金德辰 / painting   2012_1005 ▶ 2012_1027 / 월요일 휴관

김덕진_달님_캔버스에 유채_41×27.3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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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주말,공휴일_01:00pm~05:00pm / 월요일 휴관

아리오소 ARIOSO 울산시 중구 성남동 57-2번지 3층 Tel. +82.52.233.5636 www.arioso.or.kr

시치프스처럼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들 / 그 속을 가만가만 들여다본다. // 어느 한 켠에도 종속될 수 없는 / 내 존재의 적막감 // 마음의 눈을 뜨면 / 저 멀리 희미한 안개 너머로 부유하는 / 또 다른 존재들의 작은 빛들 // 그들이 내 삭막한 가슴으로 들어온다. / 내 안의 어둠은 이제 추억이 되어 / 다시 내일의 오아시스를 찾아 길을 나선다.

김덕진_정겨움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12

나는 우연히 캄보디아 여행 중 동양 최대의 호수 톤래삽 호수를 방문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가족과 함께 방문했었다. 톤래삽의 첫 느낌은 진입로의 비릿한 냄새, 상상을 초월하는 주거 환경, 이리저리 마구 버려진 쓰레기들, "원 달러(1 dollar)"를 구걸하는 아이들, 그리고 움직이는 유람선 위로 위험천만하게 배를 바짝 다가 올라와서 음료수를 파는 아이들… 이러한 생경한 풍경은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톤래삽 호수 안으로 들어가면서 보이는 풍경은 아주 이색적인 삶의 풍경이었다.

김덕진_외딴집_캔버스에 유채_130.3×97cm_2012

물 위에 집을 짓고,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가진 채, 우기와 건기에 따라 정착과 이주를 반복하며 사는 그들의 삶의 방식이 저의 시선에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들에 비하면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더 가지려고 욕심내던 우리의 모습이 보였다. 물리적 거리로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소통하지 못하는 아파트의 외딴섬 같은 우리가 보였다. 그리고 작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다시 찾은 톤래삽! 더 밀착된 취재를 위해 현지에 봉사 활동을 나가 계신 여러 단체의 도움을 받아 현지 가이드와 배를 한 척 빌려 수상 마을로 직접 취재를 들어갔다.

김덕진_가족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12

우여곡절 끝에 겨우 겨우!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찾던 물 위에 떠있는 집과 물 위에 투영되는 집의 모습은 마치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이미지로,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 실제의 모습과 비슷하게 보여지는 가상의 세계... 물 위에 마을을 이루고, 바다 같이 넓은 호수를 어머니의 품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가는 삶! 그들의 집과 세간살이는 누추하지만 맑은 눈과 친절한 손짓,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침묵과 노동! 큰비가 쏟아지면 비가 되고, 태양이 뜨겁게 내리 쬐면 더위가 되어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집착과 의지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김덕진_낯선오후_캔버스에 유채_89.4×130.3cm_2012

그들의 삶의 모습을 그리며 내 유년 시절의 기억 속에도 파편처럼 남아있는 어떤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는 힘들고 부족한 결핍의 시간들이 지금 돌아보면 빛 바랜 상처 위로 푸른 추억만이 오롯이 남아 있는 듯하다. 물질적으로는 조금 풍요로워졌으나 지난 추억의 장소들은 개발의 미명 아래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오늘!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물질적 풍요의 길로 정신 없이 나아가지만, 또 한 쪽에서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김덕진_아빠를따라서_캔버스에 유채_31.8×40.9cm_2012

나의 캄캄한 눈으로 아직 잘 보이진 않지만 사막의 오아시스는 척박하고 뜨거운 사막 안에 있듯, 그네들의 삶이 고단하긴 하나 욕망에 사로잡힌 우리 삶에 비추어 보면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 든다.

김덕진_엄마를따라서_캔버스에 유채_31.8×40.9cm_2012

비록 가난 하지만, 잦은 내전으로 정국이 불안정하지만 여러 봉사 단체들의 나눔의 실천 이 연대로 이어지는 곳,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고단한 삶을 힘겹게 일구어가면서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 호수의 물과 동화한 가족들의 소박한 일상이 있는 곳, 그 곳이 오아시스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과 사랑으로 만드는 '오 아 시 스' 다. ■ 김덕진

Vol.20121006d | 김덕진展 / KIMDEUKJIN / 金德辰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