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문 Double Doors

신학철_김기라 2인展   2012_1004 ▶ 2012_1020 / 월요일 휴관

신학철_한국근대사-관동대지진(한국인 학살)_캔버스에 유채_122×200cm_2012

초대일시 / 2012_1004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175 Gallery 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전통적 개념의 2인전으로 묶일 수 없는 두 작가의 독특한 동행 ● 이 전시는 동질성을 앞세우는 일반적인 2인전 개념으로는 묶일 수 없는 두 작가를 한 자리에 세운다. 신학철과 김기라는 30년이라는 세대 차이뿐만 아니라 표현 방식에도 상당한 차이점을 드러낸다. 그러나 두 작가는 모두 현실 세계의 모순성을 정면으로 대면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이번 전시에 과감하게 초대되었다. ● 자기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예술적 서바이벌 게임 신학철과 김기라는 각각 자신이 속한 세대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작가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전시는 소위 '원로 작가와 신진 작가의 예술적 결투'라고 명명할 수도 있다. 명실 공히 한국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신학철은 포토리얼리즘의 기법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형상화하는 평면 작업을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한편 김기라는 현대 자본주의 문명의 억압 구조와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의 모순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파헤쳐 온 주목받는 신예 작가이다. 두 작가 모두 역사적 사건과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다루지만 표현방식과 주제 선택에서 흥미로운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74년생 김기라는 팝아트적인 대중기호에 대해 보다 개방적이면서 세계화된 시선을 버리지 않는다. 44년생 신학철의 무거운 캔버스와 신세대의 확산적 사고의 병렬적 대립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 역사를 향한 두 개의 다른 문. 그러나 그 종착지는 모두 참혹하고 괴기스럽다 신학철과 김기라 모두 작품의 생산의 기초로 몽타주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두 작가는 이미지의 선택에 있어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지만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의미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두 작가 모두 파편화된 이미지를 통해 자기 시대에 대한 전체상을 조심스럽게 찾아 나가고 있는데, 이 두 작가의 시선에 의해 구축된 시대적 자화상은 안타깝게도 암울해 보인다. 두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암울할 정도로 모순된 우리 시대의 이미지 증언록이 두 작가에게 국한된 개성의 문제인지 아니면 우리사회의 일면을 두 작가를 통해 드러낸 역사적 진실성의 문제인지에 대한 판단 여부는 관객들의 몫이 된다.

이 작품은 1980년대 초 관동대지진의 흑백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작가의 분노와 죽은 이들에 대한 추모가 30년 동안 응축되어 형상화된 강렬한 유화 작업이다.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일본국민들의 동요와 소란을 잠재우고자- 일본 거주 한국인들에게 무차별한 살인을 자행했던 '한국인 학살' 사건을 신학철 작가는 흑백사진을 통해 목격하였다. 작가는 쓰레기처럼 엉켜져 쌓여있는 시체 사진의 시각적 충격을 아직까지 생생하게 몸에 지니고 있다. 이 사진을 두고 언젠가는 그려야겠다, 되뇌었던 작가는 2011년에 이 작업을 착수해 2012년 검은색 유화 작업으로 '관동대지진' 신작을 완성하였다. 또한 사진적 체험은 작가의 실제 시각적 경험과도 맞닿아있는데, 작가는 시체사진과 함꼐 대학교 시절 여의도에서 보았던 수많은 쓰레기더미, 이 쓰레기를 파먹고 있는 까마귀, 시체 등 자신이 실제 보았던 현장을 연결시킨다.

신학철_한국현대사-망령_합판에 종이 콜라주_110×60cm_2011

2003년 이후 거의 근현대사 작업을 진행하지 못 하고 있던 작가가 현 정권 하에서 대거 등장한 '뉴라이트'의 행렬을 보고,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근래 다시 등장한 극우보수 세력을 목격한 작가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근현대사에 점철된 친일 세력들의 모습을 꼴라주하고 맨 위에 해골의 형상을 상징적으로 올려두었다. 여기서 해골은 애초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민중미술의 대표작가로서 '한국 근현대사'의 독점재벌과 군사독점을 끝없이 파헤쳐온 작가의 무의식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

신학철_한국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 no.1-8_합판에 종이 콜라주_80×104cm×8_1998

「한국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 사진 꼴라주는 화가 신학철이 그림으로 쓴 최초의 한국 민중사의 밑그림들이다. 사진을 오려붙여 꼴라주하고 화면을 구성해가며 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게 사진 꼴라주는 '실재' 그 자체이며 객관적인 세계와 작가의 무의식이 세계 밖으로 최초로 드러나는 압도적인 순간들이다. 사진 꼴라주의 좌우로 쭉 뻗은 거대한 길이만큼이나 파노라마 안에는, 독점자본과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에너지를 내뿜는 민중의 파란만장한 시련과 정치적 사건들의 단서가 있다.

김기라_Specter_Monster Series_original collage_46×31cm×4_2011

「Specter」라 불리는 김기라의 괴수들은 전 세계의 각종 신앙 아이콘들을 콜라주 한 연작이다. 작가가 수년간 수집한 우상 이미지의 절합으로 만들어낸 일련의 이단적 몬스터들은 모든 것을 사적 소유와 권력의 신화 안에 수렴하려는 자본주의의 종교성 속에 존재한다. '망령'이라는 뜻의 스펙터는 온갖 기원과 염원의 과부하처럼, 빼곡한 우상의 파편들로 빚어져 인간 근원에 내재된 욕망의 교리를 형상화한다. 그리고 그 교리 안에는 한 사람이 타인이나 사물에 가하진 복종의 경제학이 새겨지며, 인간의 근원적 욕망과 보이지 않는 손으로 움직이는 김기라의 망령들은 이 시대의 토템이 된다.

김기라_Hitl-Maria as a Continent of History_FRP에 조각, 우레탄 코팅_250×200×90cm_2009

히틀러의 얼굴을 한 성모 마리아의 입상인 「Hitl-Maria as a continent of history」는 선(善), 정의, 휴머니즘과 같은 말들로 윤색되는 공허한 상징과 권위가 현실에 가한 폭력의 역사를 표상한다. "정치는 수많은 목숨을 빼앗아 갔지만 종교는 그보다 열배는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갔다"는 영국의 극작가 션 오케이시(Sean O'casey)의 말이 떠오르는 이 작품에서 정치적, 문화적으로 고착된 신화의 허상을 집요히 드러내려는 작가의 시각을 가늠할 수 있다.

김기라_Sant Marx with a Loef of Bread as Human Being_캔버스에 유채_115×90cm_2009

신화화된 우상의 이미지에 흠집을 냄으로서 그것의 본질을 드러내려는 김기라의 작업에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혁명적 투쟁의 상징인 마르크스주의 조차 자유로울 수 없다. 만화 속의 비밀스런 영웅처럼 녹색 가면을 쓴 맑스의 초상 「Sant Marx with a loef of bread as Human being」은 그 존재 자체가 역사상 큰 사건으로 평가되는 한 사상가의 이미지를 희화하고, 후광을 둘러 신격화된 지성의 소비와 맹신을 꼬집는다. ■ 양정무

Vol.20121005j | 두개의문-신학철_김기라 2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