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st

남기성展 / NAMGISUNG / 南基聖 / photography   2012_1004 ▶ 2012_1025 / 수요일 휴관

남기성dust_#0541_피그먼트 프린트_75×100cm_2012

초대일시 / 2012_1005_금요일_07: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수요일 휴관

씨드 갤러리 SEED GALLERY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교동 9번지 아주디자인타워 1층 Tel. +82.31.247.3317 blog.daum.net/gallerymine

먼지에 투영시킨 의식의 흐름들 ● 모든 물질은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의식을 지니고 있다.(이차크 벤토프, 우주심과 정신물리학) '나'라는 존재는 무한의 공간에 비교해 볼 때 극미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상념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한 상념이 처음으로 찾아오는 순간은 아마도 어린 시절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며, 끝도 없는 우주에 대해 상상하게 되는 순간일 것이다. 끝도 없는 우주를 보는 순간 우리는 '나'라는 의식에 대해 고개를 들게 된다. '나'라는 존재는 끝없는 우주에서 얼마만한 공간을 차지하는 존재일까. 그러한 생각이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과 심연과도 같은 어둠의 공간으로 나아가는 순간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라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라는 존재는 먼지보다 못한 존재이며, 죽음 뒤에는 영원히 소멸할 것 같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남기성dust_#0293_피그먼트 프린트_75×100cm_2012

죽음 뒤에 소멸할 것 같은 '나'의 의식은 일상의 삶에서 겪게 되는 사회적·경제적인 문제들과는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그 문제들의 이면에는 가족이나, 또는 타인에게 자기 자신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기적인 마음은 삶을 통해 자신과 동일한 생각을 지닌 무수한 사람들과 접하게 되는 순간 바위가 파도에 조금씩 깎여 나가듯 점차 사라지게 되며, '나'의 의식은 일상의 모든 것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확장해 가는 것이다. 남기성 작가의 「사소한 것에 대하여」라는 제목을 붙인 사진 작업들은 "국민학교 시절에 밤하늘에 무수히 떠있는 별과 끝없는 우주를 바라보며 가족들 곁에서 무섭고 외로워서 혼자 잠 못 이루고 외로움에 떨던 기억이 있었다. 그 외로움과 쓸쓸함은 4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회상해 보니 죽음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라는 글에서 보듯이 그러한 의식의 흐름들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남기성dust_#0453_피그먼트 프린트_100×75cm_2012

그의 사진 작업의 소재들은 일상의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가지에서 떨어진 솔잎이나, 또는 시들어버린 장미나, 또는 술안주로 나오는 말라비틀어진 멸치나, 또는 방안이나 사무실, 또는 쉬는 공간에 쌓여 있어 우리의 일상의 삶을 성가시게 만드는 먼지들이다. 「멸치, 2006」나, 또는 「노가리, 2006」의 사진 작업은 남기성 작가에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고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는 양문명의 시 구절에서 보듯이 어린 시절 마주하던 죽음의 문제, 일상의 삶에서 겪게 되는 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을 푸는 하나의 고리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문제들은 어린 시절에 마주하게 된 죽음의 문제, 즉 우주의 모든 존재와 분리되어 있는 분별의식이다. 하지만 개인의 분별의식으로 부터 겪게 되는 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은 작가에게 있어서 술안주에 자주 나오는 멸치나 노가리에서 보듯이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을 갖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 죽음의 문제는 「장미, 2008」, 「벌레, 2008」의 사진 작업에서 보듯이 멸치나 노가리에서 일상의 모든 생명으로 확장한다. 죽음은 그에게 있어서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의 모든 생명에게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은 작가에게 자신뿐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주위의 모든 것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눈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시각은 「돈, 2006」의 사진 작업에서 보듯이 녹슨 동전을 통해 사회·경제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돈의 개념에 대한 시각을 전환시키고 있는 것이다. 돈의 개념은 작가에게 녹슬어가는 동전의 사진 작업에서 보듯이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을 투영시키기 위하여 사회·경제적인 약속으로부터 파생된 산물에 불과한 것이며, 실제 돈은 시간의 흐름을 통해 녹슬어가는 물건에 불과한 것이다.

남기성dust_#0580_피그먼트 프린트_170×120cm_2012

생명의 시선은 작가에게 있어서 「먼지, 2012」의 시리즈들이나, 또는 「머리카락, 2012」의 시리즈들에서 보듯이 살아있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의 사물로 확장되고 있다. 머리카락은 칼로 잘라도 피부의 살과는 달리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죽어있는 사물과 같은 것이지만, 실제로 인간의 육체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머리카락은 살아있는 인간과 죽어있는 듯이 보이는 사물과의 매개고리와도 같은 것이다. 먼지의 시리즈들은 우리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포착한 것들을 사진으로 인화한 것들이다. 그러한 사진 장면들은 우리의 육안으로 쉽게 포착할 수 없는 장면으로 「먼지, 2012」에서 보듯이 머리카락과 함께 어울려 또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일상의 시선에서 더러운 것들이며, 위생적으로 불결한 것들은 남기성 작가가 포착하고 있는 사진 작업에서는 또 다른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먼지 #5004, 2012」의 사진 작업에서 보듯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포착한 검은 먼지 덩어리는 어린 시절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느꼈던 무한한 우주의 공간과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남기성dust_#5292_피그먼트 프린트_170×120cm_2012

남기성 작가가 "사소한 것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진 작업은 실제로 사소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선에서는 불필요하고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면 그것은 우리의 생명의 일부를 이루는 것들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지탱하는 데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나'라는 의식의 중심에서 바라보는 현상의 세계와 '나'라는 의식을 버리고 바라보는 현상의 세계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세계인 것이다. 그것이 남기성의 "사소한 것에 대하여"라는 사진 작업들이 지향하는 인식의 지평인 것이다. ■ 조관용

Vol.20121004h | 남기성展 / NAMGISUNG / 南基聖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