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 Valeurs Personnelles

이호섭展 / YIHOSEOP / 李昊燮 / painting   2012_1001 ▶ 2012_1023 / 일요일 휴관

이호섭_LOV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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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006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CSP111 ArtSpace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88-55번지 현빌딩 3층 Tel. +82.2.3143.0121 blog.naver.com/biz_analyst

Les Valeurs Personnelles ● 작가 이호섭에게 이번 개인전을 앞두고 혹시 생각해둔 제목이 있는지 물었다. "예전에 생각해둔 건 'Personal Value'였는데", "정해주시는 대로 하려고 아무 말 안 하고 있었죠." 2통의 문자메시지 답장이 연달아왔다. personal value, 사적인 의미, 개별가치, 몸소 체험한 개인적인 의미라. 소통과 통섭, 융합이 21세기 이 시대에 최고의 가치로 각광받는 지금 말이다. 속으로 "이 양반!"하는 순간, 스치는 마그리뜨의 작품 하나가 2001년 이호섭의 작업실을 처음 방문했던 당시의 작업들과 겹쳐지며 지난 십여년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평행 공간을 그리며 지나간다. ● Les Valeurs Personnelles. 작가 이호섭이 언급한 제목의 불어식 표기로, 르네 마그리뜨의 1952년작이다. 카펫이 깔린 나무 마룻바닥 왼쪽 한 켠에 일인용 침대와 오른쪽 한 켠에는 거울달린 옷장이 놓인 누군가의 방, 지극히 사적인 일상공간이다. 화면 중앙 전면에 목이 긴 청색 유리잔과 그 양옆으로 알약과 성냥개비, 침대 위에 세워 놓인 빗과 옷장 위의 솔 등 뜬금없는 조합이긴 하지만 그 형태와 질감과 문양까지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특정대상을 지시함이 분명한 형상들이다. 오히려 확대된 크기로 방안 가득 채운 개별사물들의 형상은 지극히 사적인 의미를 지닌 사물들로 채워진 침실을 구성한다. 그림은 지극히 사적인 일상공간이자 동시에 누군가를 알 수 없는 익명의 공간이다. ● 2001년 기획전시 준비로 처음 이호섭의 작업실을 찾았던 당시, 그는 그리드 분할된 배경을 바탕으로 몇몇 개별형상들을 조합한 작업에 한창이었다. 해와 달, 별, 하늘의 구름, 커튼 달린 창문, 피아노건반, 시계탑, 과녁과 화살표, 물고기와 고뇌하는 듯한 인간 남녀 등. 뚜렷한 윤곽과 과감하고 강렬한 색면으로 깔끔하게 처리한 형상들은 윤곽선을 따라 음영을 표현하거나 자연광이나 인공조명을 연상시키는 방사형 형상들과 더불어 드라마틱한 공간을 연출하였다. 사실적인 묘사보다 대상을 더욱 명료하게 지시하고 있음에도, 개별형상들의 수수께끼 같은 조합은 명확한 의미파악을 명분으로 그에게 설명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지극히 사적인 개별사물들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하면서도, 빤히 다 아는 대상을 손가락을 가리키며 물어야만 하는 상황이 조금은 어처구니없기도 했다. ● 작가 이호섭은 학부부터 당시 대학원 1차 학기까지의 작업들을 포트폴리오 앨범을 펼치며 일일이 설명을 곁들여주었다. 전시 준비하는 동안 마음껏 봐도 된다며 작가노트까지 끼워 건네준 앨범 속 작업들은 가정사와 고등학교. 대학교 교우관계, 군대이야기, 좋아하는 무협지며 만화, 비틀즈와 마이클 잭슨 등 자신의 취향까지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사적인 시공간을 압축한 타임캡슐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특정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작가가 몸소 체험한 동시대인들의 현재적 과거 혹은 또래문화의 아이콘으로서 아련한 기억과 향수, 고독 등의 멜랑콜리한 감정과 정서를 자극했다.

이호섭_APRIL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09
이호섭_One Day-The Ba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3cm_2012

그의 작업스타일은 그 형태와 질감과 문양까지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대상을 지칭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끊임없는 그림의 역전과 모호한 의미의 여운을 남기는 마그리뜨를 연상케 한다. 앞서 소개한 마그리뜨의 그림은 배경과 옷장 거울에 비친 하늘과 구름, 그리고 창문과 커튼은 그림이 실내인지 실외인지 아리송하게 하며, 천정의 금색 액자틀은 순간 우리가 보는 그림이 액자 안인지 밖인지 마저 애매하게 만들어버린다. 이러한 그림의 역전은 작가 이호섭에게서는 바탕면과 형상면의 관계에서 나타나며 모호한 감정들을 유발한다. 그는 2004년과 2006년 선보인 개인전『Rising Memory』과『Figurative/Unfigurative Images』에서 기존의 그리드를 좀 더 치밀하게 구획하여 반복하는 기하학적인 추상 공간과 내면의 기억과 감정의 형상 공간을 더욱 섬세하게 결합시켰다. 그리고 기하학적 추상공간을 진하고 선명하게 하고, 형상공간의 채도를 떨어뜨려 바탕면과 형상면의 역전으로 조화로운 색감과 리드미컬한 운동감을 전면에 내세웠다. 현재적 감흥에서 출발하여 아련히 빛바랜 추억으로의 진입, 그리고 이 둘이 상호교차하며 결합된 화면은 과거와 현재, 그림과 기호화된 이미지 실재, 작가와 관람자의 시공간을 애매모호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애매모호한 그림은 관람자는 감각적이면서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울림들이 더욱 흥미진진하고 생동감 있는 현재를 체험하게 했다. 즉 작가의 사적인 개별 형상들을 동시대인들이 몸소 체험한 일상이자 익명적 기억으로서, 정서적인 울림을 통해 작가와 관람자가 상호 교감하는 대면을 연출하였다. ● 한편, 이러한 대면은 작가 이호섭에게 현재라는 시간에 대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공간적 인식과 이들 간의 갈등과 충돌, 교감과 조화라는 동시대인들의 사회적 고민을 공유하도록 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동년배, 혹은 선후배 작가들이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새로운 방식의 사회 참여적 작업과 전시방식들을 시도하는 듯했다. 매스미디어나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을 이용한 소위 컷팅-엣지한 형태로 소위 전문미술계에서 회자되는 작업들, 극사실과 팝의 유행과 일명 뜨거운 추상 등 미술시장에서 선호되는 작업들로 사회를 향한 소통과 발언을 표방하면서 말이다. 작가 이호섭은 다양한 시류와 시도들 속에서 참으로 미련하고 답답하리만치 형과 색, 그리고 이들의 조화로운 그림에 대한 신념을 우직하게 지켜왔고, 2009년 개인전에서 수직, 수평의 색 스트라이프와 나란히 색조합을 공유하는 개별형상들로 동시대적 문제의식에 대한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이야기했다. 작가에게 사적인 의미를 갖는 개별형상들은 점차 전체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고, 그 종류와 수, 형태도 점차 단순하고 정련되어지면서, 익명의 아이콘화 되었다. 하지만 훨씬 절제된 집중된 배치는 오히려 전체 색 스트라이프의 흐름 안에 다양한 뉘앙스와 진동, 울림들을 파생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누군가 마그리뜨에게 그림의 의미를 묻자 "당신은 저보다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라는 대답처럼 관습화된 의미 외에 다양한 의미를 발생시키는 바로 그 지점을 주목하게 한다. 이호섭의 'Personal Value'는 자신의 개인적인 의미들을 점차 배제시키고, 우리로 하여금 유행의 빠른 스침속에서 익명화된 고독한 인간과 몸소 느끼고 사유하는 주체로서 개별존재의 의미를 환기시키고 있다.

이호섭_One Day-The Ba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62cm_2010
이호섭_Aur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1cm_2012
이호섭_Aur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1cm_2012

2001년부터 딱 한 십이지(十二支) 간의 시간이다. 처음 이호섭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즈음, 그는 "저는 마그리뜨처럼 작업하고 싶습니다. 제 집에서라도 의복을 갖추고 나인 투 파이브(am9~pm5) 하루 8시간씩 그렇게 작업하고 싶습니다." 라며 예술가로서 자신의 로망을 밝혔다. 주체할 수 없는 끼와 개성를 무한히 발산하는 자유로운 괴짜 영혼들, 작업시간과 양이 예술성을 담보하는 양 자랑처럼 떠들어대는 이들, 이러나저러나 별 세계에 사는 사회부적응아를 당연한 숙명처럼 여기는 예술지망생 동기들 사이에서, 평범한 생활인을 작가로서 자신의 예술가상으로 당당히 밝히던 그가 오히려 신기했다. ● 작가 이호섭은 여전히 "그림쟁이가 뭐 있습니까? 그림 그려야죠."라며 캔버스와 손맛을 고집하며, "그림이 뭐 있습니까? 예쁘면 되지. 내 보기 좋고, 같이 놓았을 때 서로 잘 어울리면 되지요."라고 말한다. 한결같이 "저 숨기는 거 하나도 없어요. 저 다 아시잖아요. 알아서 하세요." 하고는 능청스럽게 자신의 뜻을 은근히 관철하는 작가 이호섭의 스타일이다. 'Personal Value' 사적인 의미와 가치, 신념을 지칭하는 제목과 그림들로 작가이기 전에 생활인으로서 몸소 체험한 내 이야기를 이야기할까 하는데요.'라며 툭 던지고는 또 그런다. 알아서 하시라고 말이다. 차이와 다양성, 소통과 통섭, 융합이 최고의 가치로 각광받는 디지털이미지시대, 그의 뚝심있는 형상사유의 시간궤적들의 조화가 딱 한 간지나는 그림이다. ■ 조성지

Vol.20121002f | 이호섭展 / YIHOSEOP / 李昊燮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