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1004_목요일_07:00pm
후원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_하동철기념사업회
관람시간 / 10:00am~07:00pm
서울대학교 우석홀 WOOSUK HALL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종합교육연구단지(220동) 1층 Tel. +82.2.880.7480
장면: 은둔된 자아들(Skènè:secluded selves) ● "장면skènè. 고대 그리스어로 장면이라는 단어는, 가시구역의, 바라볼 수 있는 무대공간의 안쪽에 쳐진 천막을 의미하였다. 또한 skènè라는 단어는 가시공간의 깊숙한 안쪽에 감추어진 부분을 지칭하는데 사용되었던 단어로, 가시공간을 넘어서는 공간 전체로 확장되었다. // 가시 공간 깊숙한 안쪽에 감추어진 부분. // 마음의 사각지대, 모퉁이. 구석진 곳. // 그리고 그 속에 // 피하고 / 벗어나고 / 떠나고 / 숨기고 / 격리시키고 / 비밀로 하고 / 한쪽으로 치우쳐있고 / 닫아놓고 / 그늘지고 / 속에 넣어둔 / 자아들(selves). // 이 자아들은 장면 너머로 은둔하고 있다. // 나는 그들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을 여기에 드러낸다. / 아니, 이 형상들 속에 나는 그들을 감춘다." //
『장면: 은둔된 자아들』이라는 큰 제목 아래 진행된 전체 약 500장에 달하는 세 개의 시리즈들로 구성된 작품들에는 인물 형상들이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이들은 각기 다른 인물들, 사건들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모두 나의 자화상이다. 작품의 모체인 나의 감정과 심리가 죽음으로써 생겨난 자화상들은 모체로부터 분리되고 상실된 자아들, 떨어져 나간 거울 파편들이다. 거울의 파편들은 모체를 비춘다. 나는 이 파편들을 자화상이라는 형태로 나는 나의 심리와 감정, 나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암시하고 다양한 방식의 모노타입(monotype)의 형태로 화면에 기록한다.
첫 번째 시리즈는 장기간 지속되었던 나의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며 거의 매일 행해진 반복적인 그리기 행위를 통해 이루어졌다. 7개의 장면-장막 너머의 시선, 심장의 무게, 불안과 상처 속의 얼굴들, 고뇌 속의 자아들, 몸부림치는 자아들, 고독에 잠긴 자아들, 구하는 자아들-들로 구성된 이 시리즈에서의 인물들은 최소한의 요소들로 표현되었다. 그들은 관객을 마주보고 쳐진 장면이라는 하얀 천막 너머로 가리고 숨고 또 드러낸다. 이들은 때론 자신의 구원을 바라기도 하지만 이들은 신이나 초자연적인 존재와 같은 절대적인 외부의 존재에 의해 구원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안다. 때문에 어쩌면 이들이 바라는 구원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오히려 더 깊은 우울로 빠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하는(ing) 사람'이라는 일관된 각 작품들의 제목에서 암시하듯, 자력적인 구제, 그것을 위해 끊임없는 자각과 인식,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재진행형인 그들의 모습을 통해 나의 태도를 드러내고 싶었다.
두 번째 시리즈에서는 소용돌이나 불면과 같은 심리적 상태나 갈대밭과 같은 장소의 선택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내러티브를 담으려고 하였다. 때문에 첫 번째 시리즈보다 더욱 문학적인 요소가 상당부분 가미되었다. 두 번째 시리즈에서는 특히 두 사람의 인물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들은 나와 타인, 타인과 타인 혹은 나와 나의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각각의 장면에서 나타나는 '나'라는 인물들은 고뇌하고 방황하는 사람의 모습들을 갖고 있다. 그들은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하며, 혀가 굳어 말을 하지 못하거나 얼굴을 감싸 쥐고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나는 여자이기도 하고 남자이기도 하며, 때로는 자웅동체의 쌍둥이 혹은 두 개체의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겉으로나마 평온해 보이는 잠잠한 상태와 걷잡을 수 없는 격렬한 상태에 빠져 고군분투하기를 반복한다. ● 마지막 시리즈에서는 어둠 속 한 귀퉁이에서 찰나에 찍은 사진과 같은 느낌의 자화상들로 구성하려고 하였다. 이 시리즈에서는 표현적인 붓질이나 텍스처, 물감의 흐름, 인물의 동작과 같은 시각적인 요소나 특정한 상황이나 내러티브가 부각시키기보다 그림의 전반적인 분위기로써 나의 감정과 심리상태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의자 위에 멍하니 앉아 있거나 눈밭 위에 서 있기도 하는데,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정지해있는 듯하다. 그들은 침잠하고도 담담한 모습으로 어둠 속에 박제되어 있다.
나는 비(非) 가시영역에 있는 나의 내밀한 모습들을 그림이라는 가시적인 화면 속으로 끌어내는 것이 과연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여전히 갖고 있다. 스스로를 비워내고 극복해가는 사적인 과정이라는 이 작업의 자기만족적인 특성상 작가인 나는 관객에게 어떠한 위로 혹은 감동이라는 종류의 것을 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는 이들의 각자 마음의 사각지대, 모퉁이, 구석진 곳에 숨겨진 구체적인 이야기나 내용이 다르다 할지라도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찾아올 수 있는 것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 낯선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여긴다. 때문에 내가 관객들이 바라봐주기를 기대하는 지점은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 '나도 가끔 이럴 때가 있지.'라는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아주 진부하고 소박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그 지점, 나는 관객들이 나의 작업을 통해 그것을 느껴주기를 바란다. ■ 박신영
Vol.20121002e | 박신영展 / PARKSHINYOUNG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