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 는 말은 현대미술에 있어서 그리 좋은 평가라 여겨지지 않는다. 거기에는 깊이가 없고 겉모습만을 평가한 듯한 의미가 내포되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예쁘다' 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작업을 하고자 했다. 구와 면이 만들어내는 공간적 질서와 조형미는 화려한 색감과 패턴에 가려지고, 미국 남성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잭슨 폴록의 뿌리기 기법은 알록달록한 물방울무늬에 지나지 않는다. 트레이시 에민의 텐트 안에도 함께했던 남자들의 이름 대신, 그것을 만든 '강수현' 과 '김봄' 만이 존재한다.

김봄+강수현_또 다른 힘1_천, 솜_가변설치

김봄+강수현_또 다른 힘3_천, 종이_가변설치

강수현_또 다른 힘2-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70×400cm

김봄_또 다른 힘2-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70×400cm

그러나 이러한 작업들을 권위적이고 남성적인 것에 대한 반발이나 저항이라고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이미 견고하게 다져진 질서 안에서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힘' 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색채감과 패턴, 천의 부드러움과 포근함 등은 전시 제목처럼 '또 다른' 힘일 뿐, 강하고 견고한 것들보다 결코 하찮거나 나약하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 김봄

Vol.20120925c | 또 다른 힘-강수현_김봄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