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고 다니냐?

경기대학교 미술경영학과 졸업展   2012_0910 ▶ 2012_09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예술가로 살아남기 프로젝트展

참여작가 / 김범준_박소영_송민규_이상홍_현태준

후원 / 경기대학교 미술경영학과 기획 / 전시기획팀(김민지,나혜원,박소영,신지현,유혜인,윤소연,허혜린,황선정,황지아)

관람시간 / 10:00am~06:00pm

대안공간 도어 OPEN SAPCE DOOR 서울 마포구 동교동 177-22번지 B1 Tel. 070.7590.9335 www.thedoor.co.kr

#E1. 내가 처음 예술을 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숟가락을 '딱'소리 나게 내려놓으셨다. 이 나라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이 58년 개띠 베이비붐 세대인 아버지에게 현실적인 경쟁사회에서 벗어나 그 옛날 선인들처럼 유유자적하며 신선놀음이나 하겠다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예술대학 입학 등록금을 납입한 순간, 난 독립을 결심했다. #E2. 난 솔직히 말해서 공부가 하기 싫었다. 그래도 폼 나게는 살고 싶었다. 그래서 입시미술학원에 들어갔다. 어부지리로 미술대학에 입학했고 어디 가서 미술한다고 하면 예술가 선생님 대접 정도는 해줬다. 그러나 그때부터 내 고민은 시작되었다. 난 사실 예술가가 아닌 공예가 즉 기계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기술을 가진 기술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3. 청운의 꿈을 안고 예술계에 입문했다. 남들 하는 만큼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나름의 안목과 지식을 쌓는 데에 열중하며 대학생활 4년을 보냈다. 졸업을 앞둔 지금, 막연하지만 여전히 부푼 꿈을 안고 있다. 이 사회에서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해선 당장에 부모님께 두둑한 용돈을 안겨드리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빈대 붙어야 하는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행복하다. 예술로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수많은 예술대학 졸업생들 보고 계신가요? ● 여기 이 좁은 땅덩어리 속 경쟁사회 대한민국에서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는 저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이 있다. 어느 시대나 존재해왔던 예술... 그러나 여기, 급속도로 성장한 대한민국에서 예술이 점하는 위치는 어디쯤인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새벽종이 울리면 새 아침을 맞이하고 새 나라를 만드는 데에만 열중한 나머지 예술은 미처 챙기지 못했던 걸까? 혹자는 말한다. 예술로 밥은 벌어먹겠어요? 또 누군가는 말한다. 딴따라질 그만하고 정신 차리라고.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새마을 운동은 넣어두자. 이제 삶은 생존의 문제라기보다 얼마나 문화적인 삶을 영위하느냐의 문제로 넘어갔다. 그대의 척박한 삶에서 심적 풍요는 다름아닌 예술로부터 얻게 될 것이다. 고속도로 뚫고, 빌딩 세우는 데에만 급급했던 사람들에게 감성에의 호소는 정말이지 낯간지러워 못 해먹을 일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사회는 자꾸만 없애려고 한다. 취업률이라는 무시무시한 무기를 내세워 쓸모없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예술이 진정으로 쓸모없는 무엇이었다면 진작 도태되어 버렸을 것이다. 예술은 살아있다. 아니 요동치기 시작했다. ● 이번 전시는 이제 막 대학을 나서는 우리들이 예술과 사회에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건 당장 이 전시를 기획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사실 이 사회의 모든,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미대생이라고 하면 "예술 왜 하려고 하니?" 하는 질문을 꽤나 받아왔다. 그럼 우리는 도리어 묻고 싶다. "왜 그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 하세요?". 예술은 특별한 게 아니다. 그대가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 하고, 돈을 모아 창업을 하고 싶어 하듯이 우리도 그냥 '예술'로 밥벌이를 하고 싶은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에게 맞는 회사를 찾아 들어가듯, 나에게 맞는 회사(미술계로 대변되는!)로의 입성 정도로 해 두면 될 것 같다. 모든 회사가 다 주머니 두둑한 월급을 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저 그런 것뿐이다. 예술 한다고.. 굶어 죽진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행복하다. 내 안에서 나오는 작품을 흔히 "내 자식" 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내 안의 고뇌와 노동의 결과로써 탄생하는 일종의 배설물이 곧 작품인 것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뒤따르는 이 자본주의 사회 속 예술은 어쩌면 정말로 하고 싶은 사람들만이 버텨내고, 또 버텨낼 수 있는 공간일 것이다. 이 사회에서 돈이 행복의 가장 큰 잣대가 된다면 이 곳의 많은 이들은 결코 행복하지 못할지 모른다. 그 단적인 예로,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2010-2011년까지 우리나라 759개 직업에 종사하는 2만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직업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큐레이터가 5위에, 그리고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전문직들이 저 아래 두 자릿수에 랭크되었다는 것을 본다면 감히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삶을 자본이라는 척도로 단정 지어버린다면 이 삶은 너무 재미없는 곳이지 않을까?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시대다. 이 말은 곧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사는 또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그 기쁨을 누리는 삶이 곧 성공한 삶이라는 말일 것이다. 자 이제 예술을 돌아 볼 시대가 왔다. 두 팔 벌려 환영해 줄 테니 다가오시라, 여기 나 있소!

김범준_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예술하기_단채널 비디오_00:03:08_2011

김범준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가족의 인정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남이 가지는 인식은 아직, 가족들에게는 '기둥'과도 같은 존재일 테니까. 그래서 작가는 가족들에게 보여준다. 자신이 예술가로서 지금까지 행했던 예술행위들의 결과물에 대해. 그러나 그것은 그저 허울뿐인 행위일 수 있다. 과연 그들이 얼마나 '예술가'를 이해해줄 수 있을까. 어쩌면 아버지의 마음한편에는 못미더운 감정이 여전히 눌어붙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작가는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간다. 이 사회에서 예술가로서 그리고 장남으로서 살아남기 위하여.

박소영_Light_모조 잎, 오브젝트_34×37×37cm_2004

박소영 박소영에게 작업이란 일종의 힐링이다. 우리가 이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보호와 삶에 대한 인내가 필요하다. 더욱이 사회에서 좁은 입지를 가지고 있는 예술가가 그 분야에서 '오래 버티기'를 하려면 인내를 넘어선 힐링이 필요하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힐링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녀는 사물에 녹색이파리를 붙임으로써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버려진 삶의 부스러기들에게 생명 같은 착시현상을 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작가에게 있어서 작업이란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송민규_그래도 밥은 잘먹습니다_종이에 연필_29×42cm_2008

송민규 송민규의 작업은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를 오간다. 그는"이미지를 언어로 치환시킬 수는 없겠지만, 내 작업은 언어로 치환 시킬 수 있는 코드가 숨어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거창한 이야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순간의 단상을 코드로 순발력 있게 잡아내 재조합하다보면 그의 드로잉은 완성되어있다. 그저 삶속에 녹아 있는 단상들의 조합일 뿐이다. 밥은 잘먹고 다닌다고 외치는 그의 드로잉 역시 그러한 단상에서 비롯되었으리라.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치환된 언어이기에 앞서 어쩌면 작가로 오래 살아남기 위한 자신의 작업을 대하는 태도이지 않을까.

이상홍_사나이로 태어나서 할일 무척이나도 많다만_종이에 잉크_22.5×30.5cm_2008
이상홍_맏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다만_종이에 잉크_30.5×22.5cm_2008

이상홍 이상홍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남 혹은 남자로서 가지는 의무감들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그의 작업은 돌려 말하지 않는다. 직접적인 텍스트로 보여준다. 이는 사회가 암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의 틀 안에서 요구되는 이상모델에 대한 반작용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세상이 자신을 이상모델에서 벗어난 대책 없는 미술가로 몰고 가는 시선에 대해 역으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작업을 통해 보여준다.

현태준_아리스트와 배반의 계절_34.17×51.5cm_2002
현태준_나도 신세대 작까가 될 거야_33.92×51.5cm_2001

현태준 현태준의 작업은 예술가에게 가지는 사회적 인식을 만화와 스토리텔링형식으로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아리스트'란 숫제 이방인 같아 보이는 행색을 하고 있으면서 '슨생님' 대접을 받는 이들이다. 그러나 사실 그 대접 아래에는 교묘한 조롱과 무시가 섞여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은 아직 아리스트의 진가를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아리스트들은 다 허울뿐인 존재들인가? 아리스트는 대단한게 아니다. 그냥 그림을 그리는 일을 업으로 삼는 평범한 사람들이란 말이다. ■ 신지현

Vol.20120923i | 밥은 먹고 다니냐?-경기대학교 미술경영학과 졸업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