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구헌주_리슨투더시티_마파람_박영균_발렛파킹 서평주_이동문_임혜니_팀미실_하원식_홍보람_A/S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경남도립미술관 GYEONGNAM ART MUSEUM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 296 1,2층 Tel. +82.55.211.0333 www.gam.go.kr
『폐허 프로젝트』는 생태계의 문제를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전시다. 생태의 문제를 말 그대로 생태의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적 관점에서 보고자 하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삶의 영토라는 게 단지 우리의 생활권에 국한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숨 쉬고 마시고 먹는 행위는 지구라는 생태계가 건강히 유지되고 있기에 가능하니 말이다. 물론 이러한 생존 행위의 근본을 망각하는 것은 돈이면 해결되는 자본주의 체제에 살기에 가능하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자연이 건강하지 않다면 아무리 돈이 많다한들 의식주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은 단지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자는 심미적인 구호가 아니다. 우리의 삶을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태도이다. 따라서 이 전시를 통해 근대화•개발•윤택한 삶이라는 슬로건 속에서 소외된 '낙동강 오리알'들을 전시공간으로 소환하여 탈근대화 사회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야하는지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총 12명의 개별 작가와 팀이 참여한 이 전시는 그래서 고민의 장을 열어주는 공간이 될 것이다. 또한 미술 작가가 심미적 대상을 생산함으로써 창조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생각지 못한 것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는 차원에서 창조성을 획득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전시실 - 폐허의 풍경 ● 리슨투더시티는 도시재개발사업과 토건사업에 의해 상처받은 현장, 사람, 생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울을 근거로 활동하기에 청계천, 두리반, 명동 철거현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도시빈민을 위한 활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4대강 공사가 만들어내는 폐허 현장에서 이 폐허의 생산을 저지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속적인 폐허를 양산하는 4대강 사업 전반의 문제를 기록한 아카이브 전시. 공사현장에서 퍼온 25톤 트럭 한 대 분량의 모래더미 설치 작업 및 영상작업을 선보인다.
팀미실은 작가, 미술이론가, 큐레이터가 모여 만든 팀으로 이론을 바탕으로 미술실천을 실행하고자 한다. 미술의 공공성에 관심이 많으며 미술을 통한 비판적 사고확산을 위해 다양한 스터디와 세미나를 기획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시멘트 블록을 구축하고 그 안에 강의 풍경을 담은 영상을 투사한다. 꽤나 부피감 있는 시멘트 블록의 재료값은 약 70만원. 둔탁하고 음침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날 것으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20조가 넘는 토목공사를 통해 강에 쏟아 부어진 시멘트의 양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A/S는 팀원이 불분명하다. 출입이 자유로운 그들은 그래서 규정되길 원하지 않는다. 대략 30대 중후반에서 40대를 넘어가는 젊은 아저씨들이 주요 구성원인 듯하다. 개별작가로서는 실행하기 힘든 작품을 팀워크를 발휘하여 전시장에 만들어낸다. 이들이 만들어낸 '보'는 세상에 존재하는 '보'가 아니다.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이지만 어쩌면 개념으로서 '보'에 가깝다. 그것은 '가위'와 '바위' 사이의 '보'처럼 중간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다. 설치구조물에 투사되는 영상을 보면 이해는 쉬워진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것이 현실이 아님을 겸허히 받아들여야한다.
홍보람은 '마음의 지도'라는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다. 기호와 숫자로 표기된 낯선 지도가 아닌 그 장소에 대한 추억과 이야기를 마음속에 새김으로써 정서적인 지도를 만들어낸다. 그 순간 낯선 장소는 우리에게 친근한 공간으로 변한다. 작가는 해군기지건설 문제로 주민들의 갈등이 깊어진 강정마을에서 「마음의 지도- 2011 제주 강정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장소에 대한 주민들의 기억을 서로 이어가며 이야기를 엮는 작가는 어쩌면 폐허의 마음을 치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평주는 신문을 활용해서 그 이미지를 지우거나 덧칠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는 작가이다. 신문을 통한 현실인식과 작업 생산이 현장과 거리가 있음을 인지하고 현장 속으로의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출품작은 그 시작이다. 특히 고리원자력발전소 주변을 돌아다니며 현장의 모습을 담아 새롭게 구성한 영상은 핵에 대한 어이없는 신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고리원자력발전소에 심대한 문제가 생길 경우 3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우리의 일상. 치명적인 위험이다.
이동문은 사진작가다. 사진작가는 어쩔 수 없이 대상과 직면해야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맞이한 대상들은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 미적인 존재로 변환된다. 미쟝센의 힘이다. 작가 역시 4대강 공사 현장을 고발 대상으로만 재현하지 않는다. 감상과 이해 그리고 해석의 다양성을 열어둔다. 그렇지만 작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토건 현장의 폐허와 그곳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삼락둔치, 곧 빼앗길 자신의 땅위에 삽자루를 들고 서 있는 농민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마파람은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젊은 팀이다. 경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마파람이라는 이름처럼 경남지역에서 미술의 바람을 일으켜보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전시실에는 싱글채널비디오와 기울어진 거대한 기둥이 설치되어 있다. 모래 장난하는 아이들에 의해 쓰러지는 막대기처럼 똑똑한 어른들의 모래 장난으로 거대한 기둥이 넘어지는 모습은 위태롭다. 그러나 위태로움이 나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가 아니기에 외면하거나 넘어가버린다. 정말 아무 일이 없는 것일까.
임혜니는 최근 독일에서 귀국하여 오픈스페이스 배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다. 예술가는 개별적 삶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위치를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숨겨진 진리를 드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 작가이다. 작가는 이번 출품 작품에서 그러한 성향을 잘 드러낸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생명을 잃거나 삶의 터전을 빼앗긴 수많은 생명들을 전시실로 소환한다. 이들의 삶이 어찌 인간의 경제적 편의보다 못하겠는가. 천둥오리를 '거열형'에 처하는 설치작업을 통해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한다.
하원식은 비디오 및 설치를 이용한 작업을 주로 하고 있으며 경제논리와 삶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이번에 출품하는 작품은 그가 기존에 해왔던 주제와는 사뭇 차이가 난다. 하지만 그의 위트 있는 비판과 창의적 발상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경제제일주의는 우리 삶을 계측화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연까지 계측화한다. 본질은 사라지고 숫자놀음만이 떠다니는 현실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또한 전시실을 돌아다니며 관람객을 방해하는 로봇은 소통불가능성을 조장하는 경제제일주의자들을 비꼬고 있다.
박영균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시대의 이야기, 나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자 한다. 386세대의 정체성을 고민하여 삶의 문제를 끊임없이 작품으로 풀어내는 작가에게서 사실 '진정성이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것을 느낀다. 4대강 공사현장을 답사하며 강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에 매료되기도 했으며 강의 존재 자체가 부여하는 그 숭고함에 빠져들기도 했단다. 수 천 년의 세월을 4년이라는 티끌같은 시간만으로 파괴할 수 있는 현대의 기술문명은 그래서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구헌주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그래피티를 중심으로 작업하면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해왔다. 바깥 공간 즉 벽에 주로 작업하면서 평면적 그림과 입체적 공간의 구성과 관계에 관심이 많다. 작가는 생태나 환경의 문제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생활의 문제가 아닌 먼 세상 이야기로 들리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생태계의 문제가 곧 우리 삶의 문제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방식으로 그래피티 작업을 하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우리의 삶을 위해서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삶. 그 전환이 필요하다.
발렛파킹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생활인과 창의적 욕구를 지닌 예술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만들어진 팀으로 젊은 감각이 돋보인다. 자연스레 예술과 생활의 간극이 사라지고 삶의 예술 또는 예술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은 전시실에 노래방을 설치했다. 노래방 풍경은 변덕스럽고 일회적인 태도를 반영하고 있으며 이상과 현실, 감정과 실천 사이의 괴리가 만들어낸 반복적인 패턴들을 함축하고 있다. 유치하고 유쾌한 노래방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면 즐겁게 부를 수 없는 노래임을 깨닫는다. ■ 김재환
Vol.20120922k | 폐허프로젝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