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OLES

김주형展 / KIMJOOHYUNG / 金柱亨 / painting   2012_0921 ▶ 2012_1007 / 월~목요일 휴관

김주형_logos-무의식의 심해 Ⅲ_130.3×97cm_2012

초대일시 / 2012_0921_금요일_05:00pm

기획 / 할 예술과 기술

관람시간 / 금~일_11:00am~05:00pm / 월~목요일 휴관

갤러리 소머리국밥 GallerySOBAB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 69번지 Tel. +82.31.774.4147 www.gallerysobab.com

logos 만물의 보편적 법칙이나 진리.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처음 사용되었으며, 기독교의 '하나님의 말씀(=예수), 불교의 '법'(法), 중국사상의 '도'(道)와 같은 뜻

김주형_logos-빛의 잉태Ⅱ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1

미지의 세계에 도달하려면 전혀 알지 못하는 생소한 길을 통과해야 한다. (T.S.엘리엇) ● 영화 '미지와의 조우'를 보면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어느 남녀가 각자 사는 곳에서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 사건 이후 이들의 머리 속에는 희미한 형상이 계속 떠오른다. 이들은 알 수 없는 그 형상에 집착하면서 남자는 조각을 통해 여자는 그림을 통해 끊임없이 머리 속 형상을 구체화 시켜나간다. 결국 자신들의 작업이 온전한 모습으로 드러났을 때 이들은 그것이 특정한 모양의 산을 가리킨다는 것을 깨닫고 그곳으로 가서 서로 만나게 된다.

김주형_logos_캔버스에 유채_97×130.3cm_2012

분석심리학자인 융은 무의식의 가장 심층부에 '집단 무의식' 이라는 영역이 있다고 말한다. 이것을 쉽게 설명하면 인류의 시작부터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해져 오는 잠재적 기억의 흔적이다. 좀 더 확장된 의미로는 태초의 미생물 혹은 그것을 생성하게 했던 미립자인 원자의 핵에서부터 진화의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오는 기억을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어쩌면 태초부터 전해져 오는 공통의 기억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김주형_logos_캔버스에 유채, 금박_80×100cm_2012

최근 10년 사이에 특수효과가 사용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거의 한결같이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미지가 있다. 그 이미지는 바로 '빨려 들어갈 듯한 구멍이나 통로'의 이미지다. 전혀 다른 내용의 영화들인데 어떻게 항상 유사한 이미지가 나오는 걸까? 난 그 이유를 융의 '집단 무의식'에서 찾고 있다. 아마도 같은 이미지가 우리 모두의 무의식에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그것은 우주가 탄생하게 된 빅뱅의 이미지일 수도 있고, 어쩌면 '빛이 있으라.(창 1:3)' 고 신께서 말씀한 순간인 태초의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혹은 우리 모두가 태어나는 순간 힘들고 고통스럽게 빠져나온 어머니 자궁 내의 기억일 수도 있다.)

김주형_logos-무의식의 심해Ⅱ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1

만물의 기원이 '빅뱅' 과 '신의 말씀', 이 둘 중 과연 어느 것인지를 밝히는 것은 모든 철학적 문제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데카르트가 추구하고자 했던 대전제처럼 모든 문제는 이 기원(태초)을 아는 것으로부터 연역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와 같은 질문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를 알아야만 비로소 온전히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신의 존재'의 유무에 관련한 여러 철학적 논제나, '힉스 입자의 발견'과 같은 우주 탄생에 관련한 이론에 관심이 많다. ● 나의 그림 역시 '빅뱅' 의 이미지일 수도 있고, '빛이 있으라' 는 신의 말씀에 대한 이미지일 수도 있다. 또는 무의식 심층부에 묻혀있을 지도 모르는 태초의 기억을 끄집어내려는 작업이기도 하다.

김주형_logos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12

심리학적으로 무의식이라는 것은 일종의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이나 구멍과 유사하다. 우리는 동굴처럼 끝을 헤아리기 힘든 구멍을 마주하게 되면 한편으론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거기서 속히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는 바로 그 사실이 우리를 그 속으로 끌어들이고야 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 꺼림칙한 구멍 속에 일단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끝까지 갈 수 밖에 없다. 가장 심층부로 가는 여정 속에 그동안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내면의 상처나 기억들도 하나 둘 만나겠지만 자신에 대해 진정으로 알기 위해선 계속 들어가야만 한다. 이 칠흑 같은 구멍 속을 헤치고 나아가야 비로소 자신을 구원해 줄 빛을 만나기 때문이다.

김주형_logos_캔버스에 혼합재료_72.7×90.9cm_2012

누구나 품었던 수많은 의문들에 대한 답이자, 곧 구원이 될 그것은 억겁의 세월동안 각자의 무의식 속 가장 깊은 곳에서 오늘도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 머리 속 가장 깊은 곳에 새겨진 그 희미한 형상, 그 가냘픈 기억을 그려보고 싶었다. 반복적인 작업 끝에 언젠가 그 형상이 또렷해진다면, 비로소 '나는 누구이며 또 어디서 왔는지'를 깨닫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 김주형

Vol.20120921b | 김주형展 / KIMJOOHYUNG / 金柱亨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