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919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루 ART SPACE LOO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110번지 Park110 빌딩 B1 Tel. +82.2.790.3888 www.artspaceloo.com
허은경 작가의 『Odd-bod spectrum』展이 2012년 9월 19일(수) ~ 10월 27일까지 용산 Art space LOO에서 열린다. 전통 옻칠 기법과 자개를 소재로 기하학적인 추상 이미지를 통해 근원적인 에너지와 생명체를 탐구해 오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간의 패러다임을 다소 벗어난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 기존에 발표된 작품들에서 작가는 우주근원에 대한 비밀을 품은 듯한 도식화 된 드로잉이나 유기체를 때로는 메커니즘으로 연결시키면서 전통적인 옻칠 기법과 자개라는 동양적인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 왔다. 이러한 동양적인 소재와 마이크로(Micro), 매크로(Macro)한 상상 속 우주원소의 에너지 융합은 다분히 현대적이면서 키치적이고, 앤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번에 발표되는 신작들에서는 그간의 단단했던 물성에서 보다 유기적인 형태로의 변신을 보여준다. 작품에 옻칠이라는 재료를 더하는 작업은 마치 의식의 한 부분처럼 현실이 잠식한 자연과 생태의 상처를 드러내는 듯 하다. ● 작품에서 사용된 실리콘이라는 화학적, 의학적 재료와 옻칠이라는 유기적 재료를 통해 이 시대의 인공과 자연의 관계, 현대와 과거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한다. 주종관계가 도를 넘어 자연이 열세에 빠지게 되면,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 내는 환경의 역습을 우린 감당해 내기 힘들듯 하다. 실리콘 바디에 상처의 딱지처럼 얹혀 있는 거친 옻칠의 모습은 우리 잠재의식 속에 내재되어있는 자연적인 본성일 수도 있고 상처를 앉고 가야 하는 기형의 아픔일 수도 있다. 또는 과도한 과학에 밀려 잊혀져 가는 옛 것에 대한 로망이기도 하다. (중략) 영원히 살고 싶고 건강하려는 노력은 동양의 연단술과 서양의 연금술이 그토록 추구해 오던 과정 아닌가. 세포 하나로 개체를 만들고, 유전자 정보 하나로 기관도 만들어내고, 법칙과 대칭의 세포분열 규칙은 무너지고 겉과 안의 조직이라는 개념도 없어졌다. 피부조직으로 장기를 만들고, 장기의 세포 하나로도 귀를 만들 수 있는 놀라운 기술들은 연금술을 가시화 시키고 있다. 다만 주체적인 연금, 연단술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이룰 수 있는 연금술이다. 인체 혹은 물질적 기형뿐만 아니라 우리는 정신적으로도 많은 기형을 인정해야 할 시기가 왔다. 객관적으로 관조되는 대상의 실체는 놀라울 정도로 비정상적인 경우가 많고, 이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생명연장의 꿈을 꾸는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한다. (허은경)
또한 그간의 작업이 우주와 생명에 대한 신비로움, 그리고 새로운 유토피아에 대한 환타지였다면, 이제는 보다 근원적인 인류의 욕망과 그 욕망에 희생되어가는 존재들에 대한 각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허은경 작가는 인류가 보다 윤택한 삶을 위해서,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고 있는 각종 동물실험이나 인간 배아연구, 조직 배양에 대한 윤리도덕 기준마저도 단지 인간생명연장을 위한 욕구의 연금술, 연단술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묻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 속에서 보이지 않게 자라나고 있을 정신적인 기형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인정한다. ● 나아가 작가는 오히려 그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유기적인 실험체 혹은 생성물도 생명력과 에너지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말한다. 최근 작가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돌보면서 이러한 생명력 있는 존재를 통해 아름다움의 기준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상처에서 자라나는 새살이 그 모습은 기형적이고 아직 완전한 기능적 역할을 다하지 못하더라도 생명력을 가지고 삶의 연장을 돕기 때문에 위대하게 느껴졌고 작가가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까지 바꾸었다고 한다. ●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관객이 외형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자문하도록 유도하며, 더불어 인간 영리의 목적을 위한 실험대상물, 결과물에 대한 윤리도덕적 잣대의 올바른 지향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도록 하고 있다. 과학 기술과 의학의 눈부신 발전이 가져다 준 장점이 있다면 반대급부도 자라나기 마련, 전시장을 채울 'Odd-bod spectrum' 드로잉과 설치 작품들을 통해 편리와 이익을 위해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참된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 지고 목적에 맞지 않으면 실패라는 명목으로 버려지는 실험 결과체들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 희생된 영혼들에 대한 진정한 위로마저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건지,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 건지 하는 의문만 증폭시킨다. 받아들이기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고 관람객들에게도 제시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명료한 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괴로운 마음이 소리를 질러 속을 털어내듯이 화두로 다가오는 이 문제들을 작품을 통해 쏟아내고자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것들을 아름다운 개체로 포용하고자 하는 것이 나의 마음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지는 의문이지만 문제라도 제시해보는 것이 지금 나를 표현하는 가장 진실된 모습이라 하겠다. (허은경) ■ 아트스페이스 루
Vol.20120920g | 허은경展 / HURUNKYUNG / 許恩慶 / draw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