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 saw

경기대학교 미술경영학과 졸업展   2012_0917 ▶ 2012_0921

김현정_끈적한 밤, 목소리 Sultry night, voice_캔버스에 유채_90.5×116.3cm_2010

초대일시 / 2012_0917_월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현정_노정하_신수혁_염중호_이만나_이채영_정보영

후원 / 경기대학교 미술경영학과

관람시간 / 09:00am~05:00pm

경기대학교 호연갤러리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산 94-6번지(광교산로 154-42)

이 전시는 공간에 대한 전시이다. 하지만 이 전시는 '공간'이라고 하는 단어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개념과 의미들에 대해서 시시콜콜하게 따지는 전시는 아니다. 이 전시를 '읽는' 것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공간이라는 말이 가지는 다양한 성격과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공간 속에서 개인이 공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경험을 했으며, 공간에 대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접한 공간을 자신의 시각언어로 풀어내는 작가들의 작업들을 통해서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전시를 통해서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경험을 통한 공간의 인식방식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미국의 지리학자 이-푸 투안의 견해를 차용한 것이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인간은 경험해보지 않은 미지의 공간을 추상적인 공간(abstract space)로 여긴다. 낯설고 추상적인 공간은 인간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의미로 가득 찬 장소(concrete place)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의미가 부여된 공간(Space)와 단순히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장소(Place)를 구분 지어 보았던 푸코의 견해와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지회,『장소특정적 미술(Site-Specific Art)에 대한 담론적 연구 : 1960년대~1990년대를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대학원, 2009.)

노정하_The man under trees in Beijing_핀홀, 디지털 프린트_85×153cm_2010
신수혁_red brick depot_캔버스에 연필_80.5×100cm_2008

이들의 견해를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자. 공간에 대한 경험을 한다는 것은 공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는 개인이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같은 공간이어도 그 공간 속에서 관계를 맺는 인간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서, 어떤 시간 속에서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서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니콜라 부리요의 말을 조금 변형시켜서 말하자면, 공간에 대한 개인의 인식은 "맥락에 따라 의미와 양상, 그리고 기능이 변화하는 게임이지 불변하는 하나의 본질이 아니다." (원문은 "예술가의 활동은 시대와 사회적 맥락에 따라 형태와 양상, 그리고 기능이 변화하는 게임이지 불변하는 하나의 본질이 아니다." 니콜라 부리요,『관계의 미학』, 현지연 옮김, 미진사, 2011.) ● 한 개인과 공간의 관계는 결코 단절 될 수가 없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에서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다. 살아있는 한, 삶은 늘 두 다리를 딛고 서 있는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은 기억으로 변환된다. 공간에 대한 기억들, 그리고 외부에서부터 전달되는 감각은 인간의 뇌리에 자리잡은 공간에 대한 인식을 끊임없이 재정립해준다. 공간에 대한 인식은 특정한 사건에 대한 기억에 기반을 두고 뚜렷한 형태로 전달 될 수도 있고, 감각에 기반한 두리뭉실한 표현으로 전달 될 수도 있다.

염중호_11_람다 프린트_35×35cm_2008
이만나_벽앞_캔버스에 유채_170×227cm_2009

현대 작가는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는 자가 아닌, 자기 스스로 세상의 법칙을 발견하고 그 성격을 규정짓고 시각언어로 표현한다. 그들은 공간 속에서 일상적인 목적과 성과를 위해서 움직이는 대신, 의미의 산책자와 같이 공간 속을 배회하면서 공간을 관찰하고 공간을 다양한 형태로 인식하고 시각화한다. 작가들은 공간과 관계를 맺고 이 관계에서 발생되는 상호작용을 통해 생각을 확장시키고, 작업에 반영한다. ● 물론 이 같은 주제의식은 이전에도 존재해왔었던 것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야기 될 것이다. 하지만 새롭지 않고, 참신하지 않은 생각을 다루는 전시라고 해서, 이 전시자체가 의미 없고 진부한 전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각각의 전시가 유사하면서도 또 다른 시각언어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서로 다른 공간을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브라이언 오도허티는 "우리는 미술이 아닌 '공간'을 먼저 체험하는 시점에 와있다." (브라이언 오도허티,「갤러리 공간들에 대한 언급들」, 황신원 옮김,『전시의 담론』, 윤난지 엮음, 눈빛, 2007.)고 이야기한다. 이 전시를 보는 관객들도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에는 각각의 작업들보다 이 전시장 공간 전체를 먼저 인식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인식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각각의 공간이 다르고, 그 공간을 체험하는 사람이 같지 않은데 과연 같은 체험이 생겨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우리가 각각의 작업들을 만들어낸 작가들에게 질문한 것과 같은 것이다.

이채영_새벽 2시_장지에 먹_130×162cm_2010
정보영_Looking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10

이 전시는 공간에 대한 작가들의 경험적 인식을 다루는 전시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공간으로써 작가와 작업, 그리고 기획자, 관객들이 전시장에서 형성하는 복잡한 관계망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 관계망 속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갈 것인지, 이 전시에 대해 어떠한 인식들이 생겨날지 살펴보는 것도 작가들이 각각의 공간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 경기대학교 미술경영학과 졸업전시팀

Vol.20120917c | see saw-경기대학교 미술경영학과 졸업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