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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911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30pm / 월요일 휴관
트렁크갤러리 81 TRUNK GALLERY 81 서울 종로구 인사11길 22(구, 견지동 81번지) Tel. +82.2.737.3781 www.trunkgallery81.com www.youngwooksong.com
기억, 그 n개의 존재론적 충동 ● 1. 기억이란 무엇인가? 베르그송(Bergson)의 『물질과 기억』에 의하면, 의식의 지속은 과거를 축적하여 현재에 이용하는 구체적인 삶의 지속으로 확장된다고 한다. 이전 것과 이후 것의 상호침투에 의한 질적 변화는 잠재적인 과거와 현실적 현재의 동시적 공존 속에서 팽창수축하며, 잠재성을 현실화하는 기억의 연속적인 운동으로 재정의 된다고 한다. 따라서 기억은 과거시간의 축적으로서, 과거의 잠재성과 현재가 뒤섞이는 과정에서 시간의 축적과 표현으로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 축적된 층위의 외재적, 가시적 표현은 무의식에 존재하는 의식을 넘어서는 체화(體化)된 심연의 비 계열화되고 파편화된 조각들인 것이다. 즉, 기억의 추적은 시간의 추적으로서 의식적 무의식적 세계의 범주의 형상화이다. 송영욱은 드로잉, 조각, 설치에 이르는 폭넓은 실험성을 통해 물질화된 기억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에게 있어 수축하고 팽창하는 과거와 현재의 기억들은 무의식적이고 우연적인 재료와 내용의 선택으로서 미적 경험의 구체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을 따라가다 보면 그 운연성은 논리적인 필연임을 알게 된다. 그는 기억 속에 내재하는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통한 파편화된 시간,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시간들을 재구성하는 알레고리적 시간, 과거의 의미들을 기념하는 기념비적인 시간들을 보여주고 있다. 즉, 비 물질의 기억을 물질로 재구성함에 따라 과거의 기억이 현재에 숨 쉬고 교류하는 시간들로 변모하고 있다. 이는 한지 죽을 이용한 캐스팅 작업을 보여주었던 「Where am I, 2007」, 「기억의 더께 2009」, 「Forgetting Curve 2009」에서, 기억 속에 내재하는 사물들을 형상화함으로써 새롭게 의미화 된 발견된 사물들과 그 표면에 흐르는 화석화된 시간을 보여주었다. 여행가방, 자전거, 유모차, 문, 계단과 같은 기억 속에 무작위로 추출된 복제된 표면의 사물들은 작가가 자신의 기억을 탐색하는 여정으로서의 사물이며, 작가가 세계와의 대면과 만남으로서의 내용들인 것이다. 자신이 기억할 수 없는 시간의 되돌림으로서의 유모차, 안과 밖의 외부와 내부의 열림과 닫힘으로서의 문, 내가 비로소 인식하게 되는 정체성으로의 발견인 여행과 가방, 이 모든 내용들은 개별적인 에피소드에서 출발하지만, 관객과 나와의 동일한 경험과 감상의 유기적인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 근작(近作)에 새롭게 선보이는 구름의 형상을 구체화 시킨 평면의 회화작업은 외부의 세계에 달라붙어 있는 추출된 사물의 세계에서 인간 뇌를 닮은 가변적이고 내재적인 세계로의 변모를 보여주고 있다. 덩어리지고 요동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름의 형상은 작가를 둘러싼 외부세계의 확장되고 정리된 사고의 내재적인 사유로 볼 수 있다. 구름은 바람의 변화에 따라 그 형상을 무한히 변화시키며 기억을 축적시키고 생각하는 무한 작용하는 살아있는 생명의 뇌처럼, 그 형상은 유기적으로 약동하고 있다. 파편화된 외부세계의 무기적이고 불가역한 사물에서, 팽창하고 수축하는 기억의 본질로 회귀하고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2. 기억의 역사적 범주 ● 이러한 작가의 기억의 본질에 관한 사유는 여행 가방을 지워나가던 일련의 드로잉 시리즈에서 이미 그 기억과 시간자체의 고정되지 않고 가변적인 본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러한 원론적이고 본질적인 사유는 구름 시리즈에서 정리되고 숙성되고 있다. 소설이나 단막극과 같은 일회적이고 연극적이던 그의 작품세계가 시(詩)에서 느낄 수 있는 짧고 사유 적이며 본질적인 이야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순수한 본질로의 향함은 작가가 과거를 반추하며 찾아 나섰던 자신의 정체성이 세계의 본질, 나의 본질, 존재의 본질로 성숙하고 내면 화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덩어리 화 된 기억, 뇌 자체의 본성은 권력의 덩어리, 욕망의 덩어리와 같은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환경의 사회적인 인식과 은유에서 출발하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집적하고, 구축하고 팽창해 나가는 기억의 속성과 같이, 세계의 모든 사물과 환경은 유기적이고 가변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작가의 일련의 작품들에서 그 사회적인 시간, 기억, 인식에 관한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지로 기관총을 캐스팅한 「Two Positions, 2012」에서 보여주는, 분단된 한반도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특유의 정치적인 기억과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는, 총과 같은 무기는 망각하고 있는 우리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확인하고 구출해 내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과거와 현재의 역사적 맥락 안에 숨 쉬는 우리의 고유한 역사성과 정서의 재현 작업은 근작에 보여주는 투명 권총의 작업에서도 드러난다. 녹아 사라지는 투명 소형 권총은 권력과 같은 절대적 힘의 유한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새롭게 선보이는 얼음 권총 작업들 또한 구름 시리즈들이 보여주는 고정되지 않고 가변적인 세계의 본질적 표정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작가가 바라보는 이 시대의 관점인 것이며, 영원한 제국을 꿈꾸는 정치와 권력에 관한 은유와 풍자를 담고 있는 것이다.
3. 생(生)의 충동, 그 존재론적 충동 ● 이렇듯 작가의 표현 범주를 통해 기억을 구성하는 방식은 그것이 위치하는 또는 응고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의 중첩과 공존을 매개로 이루어지며, 이 과정에서 확장된 시대의 역사성을 동반하게 됨을 알 수 있다. 내밀한 기억이 외부로 확장되고,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며 역사적인 맥락에서 구조화되는 것이다. 즉, 기억이 잉태하는 확장된 범주들에서 그것이 기억 자체의 속성임을 알게 된다.
이를 통해 구름이 변해가 듯 세계는 변화하고, 생명 그 자체는 유한한 개체를 넘어서 무한히 다른 개체들을 통해서 스스로 반복한다는 들뢰즈(Gilles Deleuze)의 『차이와 반복』의 철학 성이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는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의 불교 철학과도 무관하지 않다. 즉, 기억의 존재 방식에서 무한히 변해가는 세계의 본질을 보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기 위한 외부 세계의 관조와 형상화는 반복하고 순환하는 생명의 충동의 확인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는 삶과 사물은 끊임없이 다른 삶으로 반복하고 변화해 갈 수 있다는 것의 인정으로서, 스스로의 작품세계의 영역과 표현의 확장과 성숙을 보여주고 또한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억이 갖는 무한 생성의 생(生)의 충동, 과거와 현재의 침투와 수축, 팽창에 따른 사회적, 역사적으로 확장하는 가변의 존재론적 충동에 관한 표현이다. ● 작가가 일상에서 존재하는 개개의 사물들을 기억의 범주에서 나열함으로써 작가의 정체성, 노스텔지아, 위안, 치유와 같은 작가가 겪는 총체적인 정서의 상태들을 물성(物性)의 표면에서 내용의 무거운 깊이로의 이동을 확인할 수 있다. 근작의 작품들은 좀 더 다층적인 의미작용들과 조형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이 모든 작업들이 형태 지우기의 드로잉에서부터 유기적이고 가변적인 주제, 설치에 이르기까지 논리적인 사유와 표현어법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뚜렷한 자기 고민을 안고 끊임없이 실험하며 내밀한 내부로 나아가는 작가의 작업이 주는 특징이다. 기억은 축적되고 변화하며 시간이 더해져 심연으로 사라지기도, 다시 무의식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작가가 잉태하는 이 비밀과 같은 우주적 본질을 내포한 이미지들의 범주와 변모가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된다 하겠다. (2012.9) ■ 박옥생
Vol.20120915b | 송영욱展 / SONGYOUNGWOOK / 宋永煜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