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912_수요일_04:00pm
미술관 개관20주년 및 한중수교20주년 기념展
참여작가 김상연_박성태_박소빈_손봉채_신호윤_이이남 이정록_정운학_조광익_진시영_최재영
주최 / 광주시립미술관_금일미술관 전시감독 / 쟝즈캉_황영성 큐레이터 / 한창윤(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2과장)_정옌(금일미술관 부관장)
관람시간 / 10:00am~05:00pm
금일미술관_今日美术馆 TODAY ART MUSEUM Building 4, Pingod Community, No. 32 Baiziwan Road Chaoyang District, Beijing, 100022, China Tel. +86.10.5876.9390,0600(내선 603) www.todayartmuseum.com
무등설화 3막 9장을 기획하며... ● 현대사회는 복합적인 융합현상을 통해 질풍노도(疾風怒濤)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보면 이미 세계는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혁명과 글로벌리즘에 의해 하나의 지구촌이라는 말에 나올 정도로 문화가 서로 혼재되면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은 한편으론 고유의 민족정서나 풍습을 일탈시켜 보존해야 할 독특한 문화 환경을 파괴하고 특색없는 도시를 만들고 있다. 새로 건설되는 세계의 대도시들은 이미 그 지역의 본질적인 형태를 떠나 일률적이고 획일화된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닮은 꼴' 도시가 되고 있다. 이는 도시의 정체성과 고유의 문화나 민속적인 부분의 DNA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우리는 그동안 지역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런 것은 발전위주의 정책에서 보면 소외되기 쉬운 부분들이었다. 최근에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의 환경과 시민을 연계하는 지역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면서 지역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 또한 일시적인 행사나 표면적인 접근에서 끝나버려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역성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는 문화콘텐츠 부분과 도시의 형태 등 미래발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제다. 한 도시나 농촌의 정체성 연구와 이를 통한 콘텐츠 개발은 사라져가는 그 지역만의 독창적인 고유의 문화나 삶의 형태를 보존시킬 수 있다. 이 점은 현재 점차 획일화가 되어가는 세계 여러 도시의 문제점에 대한 공통된 해결방안이기도 하다. ●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독특한 지역성을 담아낸 무등설화 3막9장의 이번 전시는 미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의 설화라는 문학적인 요인과 지역의 정체성을 묻는 역사성과 사회성을 결합시켜 구비문학(口碑文學)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해 보는 의도로 기획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중국 북경과 한국 광주의 공통된 문제의 도시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근래에는 이렇듯 지역을 대변했던 설화가 구비문학의 쇠퇴로 점차 존재성이 약화되고 있다. 설화의 전승 기반인 공동체의 해체, 대중매체의 확산으로 인한 직접적인 접촉부족과 기록문학이 문학으로 역할을 대부분 수행해 가고 있어 설화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 오랫동안 구전되어 온 설화에는 국가와 민족, 지역의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담겨있다. 설화는 시대와 장소, 학자에 따라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보통 신화(神話), 전설(傳說), 민담(民譚) 등으로 나눈다. 그러나 이 셋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서로 넘나들기도 하고 바꿔지기도 한다.
한 인간의 삶은 태어남과 동시에 시작된다고 할 수 있는데 자신이 태어난 곳은 자신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릴 적 할아버지나 할머니 그리고 부모로부터 많은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단잠을 이루기도 하고 호기심에 들떠 오랫동안 재미에 빠져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라왔다. 그러한 이야기들은 대개가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설화에 가깝다. ● 설화는 한편으론 소통의 기술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화는 반드시 화자(話者)와 청자(聽者)의 관계에서, 화자가 청자를 대면하여 청자의 반응을 의식하면서 구연된다. 한때 설화는 웃음거리와 심심풀이에 불과한 이야기라는 생각 때문에 소홀히 다루어지거나 기록문학의 보조 수단으로 생각되었다. ● 그러나 설화는 인류의 지혜와 정감이 농축된 형식과 내용을 가지고 오랜 세월 동안 지속성과 변화를 수반하며 전승된 구비문학이다. 설화는 그 자체로서 문학성을 지니며, 소설 등 여타의 기록문학과도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설화를 통한 다양한 창의적 표현은 문학과 미술의 결합이라는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 우리나라의 경우 설화자료의 채록은『삼국사기 三國史記』,『삼국유사 三國遺事』,『고려사 高麗史』등의 역사서나『세종실록지리지 世宗實錄地理志』,『동국여지승람 東國輿地勝覽』등 여러 읍지와 같은 지리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본격적인 설화집 간행은 15세기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1979년에 시작하여 1980년부터 자료집이 나오기 시작한 한국정신문화연구원(韓國精神文化硏究院)의『한국구비문학대계 韓國口碑文學大系』는 전국의 각 군을 대상으로 한 방대한 자료집으로서, 구연 현장의 상황, 제보자, 그 지역의 역사·사회·문화 등을 수록하고, 구술자의 원문을 그대로 채록하는 등 자료 수집의 표본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것이었다.
한국 광주에 위치한 무등산(無等山)은 한국을 대표하는 진산(鎭山)으로 정상 가까이에는 원기둥 모양의 절리(節理)가 발달한 입석대(立石臺), 서석대(瑞石臺) 등이 있어 기암괴석의 경치가 뛰어나다. 백제 때는 무진악(武珍岳), 고려 때는 서석산(瑞石山)이라고 하였으며 높이는 1,187m이다. 대부분 완만한 흙산이며 중턱에는 커다란 조약돌들이 약 2km에 걸쳐 깔려 있는데 이것을 지공(指空)너덜이라고 한다. 1972년 도립공원으로 지정하였으며 공원 면적은 30.23㎢이다. 유적으로는 증심사(證心寺), 원효사(元曉寺) 등의 사찰이 있다. 무등산은 광주사람들에겐 유연하고 부드러운 선을 가진 어머니와 같은 산이다. 모두에게 평등한 산 이라는 무등산은 자연의 상징물로써 광주의 역사성과 사회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 광주는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바탕으로 오랜 동안 한국의 예향으로서 자부심과 긍지의 역사를 간직하며 변천해 왔다. 또한 의향으로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역경을 극복하는 데 앞장선 의로운 고장이었다. 한국사에 있어 일제에 항거하여 분연이 일어났던 광주학생운동, 군부독재에 대항한 광주민주화운동은 정의의 편에 서서 나라와 민족을 지켜 오늘에 이르게 했다. 광주는 세계 속의 민주, 평화, 인권도시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으며,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의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 인근의 담양은 빼어난 산과 가사문학의 산실로 유명하다. 영산강의 시원으로 유명한 용소(龍沼)가 있고 북쪽에는 노령산맥의 추월산(秋月山), 금성산(金城山), 광덕산(廣德山) 등 여러 험난한 산들이 있다. ● 또한, 담양은 대나무와 죽공예로 유명하고 한국 가사문학(歌辭文學)의 산실로 아름다운 원림(園林)과 누정(樓亭)이 많다. 자연을 그대로 살려 만든 한국 고유의 정원인 소쇄원(瀟灑園)과 식영정(息影亭), 면앙정(俛仰亭), 환벽당(環碧堂)은 당대 호남가단(湖南歌壇)의 시인이나 묵객(墨客)들이 머물었던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화순은 광주시와 인접해 있으며 대부분의 지역이 무등산 줄기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 북동쪽으로 뻗은 줄기에는 백아산(白鴉山)을 비롯하여 구봉산(九峰山), 천운산(天雲山)이 있다. 천년의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세계 문화유산 고인돌공원, 천불천탑(千佛千塔)과 와불(臥佛)의 전설을 간직한 운주사(雲住寺), 선종의 개창지 쌍봉사(雙峰寺)가 있는 녹색의 전원도시이다.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광주시립미술관과 중국 북경금일미술관이 공동기획한 전시인『무등설화』3막9장은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부분인 지역성과 정체성 부분에 중점을 두고 기획한 주제전이다. 한국 고유의 향토성과 역사에 대한 탐구인 것이다. ● 참여 작가 11명은 광주, 담양, 화순이라는 무등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3개 지역의 현장조사와 학술적 고찰을 통해 채록된 설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데 의미를 두었다 ● 광주지역은 박성태, 최재영, 정운학, 신호윤, 담양지역은 조광익, 이이남, 박소빈, 화순지역은 김상연, 손봉채, 진시영이 구전설화를 새로운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해 작업했다. 이정록의 사진작품은 전시주제와 관련하여 세 개의 지역을 하나로 결속시키고 승화시키는 이미지로써 상징적 의미가 있다. ● 북경 금일미술관 2호관의 전시실은 일반적인 구조의 전시실 형태가 아니어서 전시구성에 맞는 공간해석이 필요했다. 이러한 이유로 전시는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적인 요소를 끌어들여 각각의 파티션을 통해 한국 설화에 종종 등장하는 용(龍)의 형태로 동선을 구성하고 각 작품의 의도나 이미지가 충돌 없이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로 보여줄 수 있도록 배치하였다. ● 그래서 이번 전시는 신비감과 율동성, 애잔함, 호기심, 역동성, 흥미로움 등 다양한 감성적인 요소들이 가슴속에 교차하며 고유한 한국의 향토성과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무등설화』3막9장은 지역성을 떠나 전체적인 의미에서는 한국의 문학적 풍경과 사상적 삶의 정신과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과거의 이야기들을 통해 현재의 현대인이 새롭게 만들어갈 미래의 설화를 예견하게 구성됐다. 11명의 작가들이 펼쳐낸 예술세계는 지역의 정체성이 더욱 견고하게 뿌리내리고 이어갈 수 있는 방법적 시사성을 큰 틀에서 제시해 줘 이번 전시의 목적과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그러나 전시공간의 제약으로 좀 더 규모 있는 작업을 선보이지 못한 점과 주제에 따른 신작을 제작하는데 걸리는 부족했던 시간 등 로 인해 주제에 좀 더 밀도 있게 접근한 작품들을 많이 선보일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한국의 미를 문학적인 부분에서 조명해 미술과 창의적으로 결합한 이번 전시가 한국미의 특성인 섬세함과 여유로움으로 모두에게 환타직한 감흥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번 전시를 통해 필자는 지역성이 살아있는 문화도시를 꿈꾸어본다. 즉 설화를 통한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과 지역성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제공하고자 한다. 지역의 역사적 연속성이 공간적 맥락에 담겨있을 때 다른 국가와 지역과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한창윤
Vol.20120912k | 무등설화-3막9장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