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907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권순관_김기라_김두진_노순택_유승호_이원호 사사오카 타카시_타카하시 노부유키_토미나가 키코우 후지키 마사노리_히라마쯔 노부유키
주최 / 서울시립미술관_한일교류展 『Historical Parade』 실행위원회 후원 / 아사히신문문화재단_일한문화교류기금
관람시간 / 화~금_10:00am~08:00pm / 토·일·공휴일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SeMA NAM SEOUL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남현동1059-13) Tel. +82.2.598.6247 sema.seoul.go.kr
예술작품은 더 이상 과거 행동의 흔적으로서가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사건의 전조나 가상의 행동에 대한 제안으로서 나타난다.(니콜라 부리요Nicolas Bourriaud,『관계의 미학(Esthétique relationnelle)』, p. 135, 현지연 옮김, 미진사, 2011.) ● 현대사회에는 불안감을 지속시키는 다양한 현상들이 있다. 불안감은 인간의 심리작용으로서 자연과 사회라는 세계 속에서 삶을 지속시키기 위한 일종의 내적 긴장감이다. 이는 외부와의 관계가 유지되는 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심리로서 자연에서 비롯되는 물리적인 측면과 사회에서 비롯되는 제도적인 측면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물리적인 측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자연재해, 질환, 사고가 있고, 제도적인 측면에서 부여되는 것으로 감시, 처벌, 폭로가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의 작용으로 인해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의 불안감이 유지되면서 동시에 강화된다. 분석적으로 접근할 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지만 현대사회라는 큰 세계를 기준으로 본다면 이 둘은 동일한 하나의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자연에 의한 불안감을 보면, 현대는 기술문명과 자본주의라는 두 가지 괴물적인 동력으로 지탱되고 있는데, 이는 자연의 정복을 통해 얻어지는 것으로서 결국 자연재해 자체가 현대사회의 파괴적인 속성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실감하고 있는 자연재해의 원인은 현대사회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제도적인 작용이 발생하는 데, 제도는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불안감이라는 도구를 끌어들여 우리와 자연을 대립시키게 함으로써 자신의 음모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다. 쓰나미와 광우병, 그리고 수많은 사고를 매체에 폭로하고, 사회범죄에 대한 원인을 범죄자 개인에게 덮어씌우는 감시와 처벌을 덧붙여 현대사회의 시스템을 강화한다. 기계적이고 정치적으로 잘 짜여진 시스템에서 인간은 길들여지고 안주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 제도 밖은 죽음이라는 불안감의 근원이 도사리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대사회는 역설적으로 개인에서부터 사회전체, 그리고 자연에 이르기까지 불안감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현대사회의 미래에 대해서 일종의 파국(catastrophe)을 예상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대사회가 불안감에 의해 유지되는 만큼 불안감의 원인으로 상정한 외부세계, 즉 자연은 계속해서 파괴될 것이며, 그 이후는 불안감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예술가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발달한 부류로서 자신이 처한 세계의 파국에 대한 전조를 감지하는데 탁월하다. 이는 생존을 위한 윤리적인 수단으로서 제도적인 것으로부터 이탈하고자하는 무의식적인 행위의 동기가 된다. 그러한 행위는 표현의 일종으로서 이러한 표현이 일관적인 형태를 갖고서 사회 구성원에게 현사회의 현상들을 제시하고 자연과 인간, 또는 인간과 인간 등 세계의 모든 구성원의 관계를 회복하는 어떤 상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우리는 이를 현대미술의 가치와 동일화 시킬 수 있다. 예술가는 일찌감치 현대사회의 모순과 역설적인 자기방어기제를 감지하고서 작품에 드러낸다. 그러나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미리 계산된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그러한 표현들은 우리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작품에 끌어들인다. 따라서 불안감이 발생되는 근원과 파국의 징후를 보여주는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의 병패를 진단해보고, 동시에 그 작가가 왜 자신의 감성에 능동적으로 반응한 생존의 방식으로서 그러한 표현을 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제안을 통해 우리는 현대사회로부터 야기되는 파국의 전조를 깨달으면서 제도적인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연적인 불안감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볼 수 있다. ● 본 전시는 한국과 일본의 교류전으로서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인 교류 활성화를 위한 계기이자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의 국제화 방안 추진을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전시는 한국의 서울에서 첫 번째로 열리고, 이어서 일본의 오사카와 나고야에서 순회해서 개최될 것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는 현대사회의 불안감에 대한 예술가들의 태도라는 주제에 입각해서 현대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서 비롯한 미래의 파국에 대한 전조를 예술작품을 통해 어떻게 제안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구성되었다. 한국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서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SeMA Nanji Residency)의 작가 중 주제에 입각하여 6명의 작가를 선별하였고, 일본은 참여작가이자 전시기획자인 히라마쯔 노부유키(Hiramatsu Nubuyuki)를 중심으로 한 『Histrical Parade 실행위원회』 작가 5명이 참여하여 전시가 이루어졌다. ● 전시의 구성은 작가들이 반응하는 다섯가지의 사회현상과 징후들로 구분하였다. 작가들은 현대사회의 병적인 현상들로부터 발생하는 징후들을 포착해서 이미지(여기서 이미지는 예술적인 형태를 의미한다.)로 제시한다. 하나. 욕망의 과잉에 따른 우상숭배, 둘. 인간 소외에 대한 불감증으로 인해 이미지의 남용이나 죽음에 대한 막연한 동경, 셋. 편향된 국가권력의 방향성에 따른 일탈, 넷. 논리와 개념으로 모든 것을 환원하는 지성주의의 만연에 따른 문자적인 사고, 다섯. 사회제도적인 억압에 대한 자폐의식의 허용. ● 이러한 다섯가지의 사회현상에 대한 징후들이 사회 도처에서 발생할 때, 예술가들은 이러한 징후를 부정적인 방식으로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인 행동방식으로 구축한다. 그렇게 구축된 결과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전시될 것이다.
첫 번째 현상에 대해, 김기라(金基羅, Kira Kim), 사사오카 타카시(笹岡敬, Sasaoka Takashi)는 새로운 신화의 요청과 본성의 회복을 통해 불안감의 해소를 제안한다. 김기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갖는 사회적, 문화적 위치와 그와 대치되는 개인의 욕망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모아 진열하는 작업들에서 그는 평범한 일상이면의 권력구조와 사회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자 한다. 사사오카 타카시는 1990년경부터 빛과 물을 이용하려 포착하기 어려운 현상을 작품으로 형상화하였다. 그의 작업은 실재처럼 보이는 빛을 이용해 이뤄지지만, 실재로 '사실'이란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유동적인 빛의 본성에 접근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현상에 대해, 김두진(金斗珍, Dujin Kim), 타카하시 노부유키(髙橋伸行, TAKAHASHI Nobuyuki) 는 삶 바깥의 이미지 창조와 인간관계의 근본적인 회복을 통한 소외의 해소를 제시한다. 김두진은 전통적인 방법과 표현에 충실한 고전 명화의 작품을 차용하여 살을 제거하여 뼈만을 검퓨터그래픽으로 재현한다. 이를 통해 성정치학적 이데올로기를 무화시킨다. 타카하시 노부유키의 프로젝트는 병원, 장애시설 및 요양원, 고아원등을 방문하여 고통받는 이들을 포착하여 그 고통을 체험한 후 작품에 담아낸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이 관객에게 이질적인 거리감을 인식하게 하지만 말이다.
세 번째는, 노순택(NOH Suntag), 권순관(權純寬, SunKwan Kwon), 후지키 마사노리(藤木正則, Fujiki Masanori)의 표류, 폭력에 대한 부정, 또는 저항을 통한 자유의지 실현이다. 노순택은 국각 권력의 폭력을 미학적으로 다룬다. 「망각기계(Forgetting Machines)」는 80년 5월 광주에서 죽어간 이들에 관한 것이다. 한국현대사의 분수령인 오월광주의 총탄에 죽은 이들의 무덤 앞 사진은 눈과 비, 심지어 햇볕에 의해서도 망가졌다. 그 현상이 망각의 은유일 수도 있으나 그 은유를 통해 기억의 직접적인 전이를 경험하게 된다. 권순관의 사진은 관람자로 하여금 그가 연출한 상황극 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이를 통해 현실의 우연적인 사건과 연출된 상황 사이의 구분을 어렵게 만든다. 현실에 만연한 재현주의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후지키 마사노리의 표류하는 자의 퍼포먼스는 노마디즘의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그의 「해가 뜨는 바다/해가 지는 바다 프로젝트(The sea of Rising Sun/The sea of the Setting Sun)」는 와카나이 해변에서 발견한 한국의 물건이 떠내려 온 방향을 추적해가는 다큐멘터리와 그가 직접 촬영한 동해, 그리고 와카나이 풍경의 영상으로 이뤄져있다. 이를 통해 바다의 정체성과 사물에 대한 문화적 차이에 의문을 던진다.
네 번째는, 유승호(劉承鎬, YOO Seungho), 토미나가 키코우(冨永奇昂, TOMINAGA Kikou)의 문자의 이미지화를 통한 유희로서, 유승호는 탄식, 탄성, 노랫말과 같은 '의성어-문자'로 이미지를 만든다. 그에게 문자는 의미 전달체나, 규정을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삶을 담고 있는 이미지이다. 그는 문자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문자의 근원인 의성어를 탐구하고 이를 이미지로 구현하는 유희를 즐긴다. 토미나가는 서예의 요소를 모티브로 글자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준다. 그에게 문자는 추상의 이미지로서 단어의 의미와 시각적인 효과를 중첩시킴으로써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의 문자-추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게 한다.
다섯 번째, 이원호(李杬浩, Won Ho Lee), 히라마쯔 노부유키(平松伸之, HIRAMATSU Nobuyuki)는 범주적 공간 및 제도(상업주의)의 해체를 통해 자율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이원호는 경기장의 흰 라인을 제도적 규정에 대한 은유로 보고 이를 한곳으로 모아서 규정적인 속성을 무화시킨다. 이를 통해 경기장(사회)을 포함하고 있었던 규정불가능한 공간과 시간적인 속성으로 가득 찬 상황에 집중하게 한다. 히라마쯔 노부유키는 주차장으로 용도변경 될 갤러리의 고별전으로서 전시공간을 주차장으로 만들어버리거나 영국의 갤러리에 일본상점의 깃발을 일렬로 배치하여 상점-전시장으로 만드는 등 이질적인 공간성을 충돌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번전시에서 작가는 스스로가 대중가수가 되어 사회풍자적인 자작곡을 만들어 부르는 퍼포먼스를 실행한 영상을 상영한다. 개별적인 공간과 인간에 대한 사회적인 규정은 작가가 제시하듯 그들이 지니고 있는 잠재성에 대한 단편적인 접근에 불과하고 작가는 이를 유머러스하게 짚어낸다. ● 현대미술은 더 이상 새로움에 대한 강박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렇다고 전통의 답습을 원하지도 않는다. 제도나 권력이 불안감을 통해 견고해지는 만큼 개인들의 고립과 수동성은 깊어진다. 이로 인해 단절된 소통이 진정한 소통의 자리를 채우게 된다. 예술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소통을 직접적으로 내세우지는 않지만 상호작용적인 소통의 의미를 상기하게 한다. 전시는 그들이 제시하는 이미지의 일관성과 여기에 반영된 인간관계의 가치들을 판단할 수 있는 어떤 교환의 장이다. 이번전시는 이러한 관점으로 만들어졌다. ■ 박순영
Vol.20120911g | Historical Parade ; Images From Elsewher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