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으로의 반복

박여숙화랑은 오는 9월 11일부터 이재효 개인전『원점으로의 반복』展을 개최한다. 이재효의 작품은 거리낌이 없다. 작가는 최대한 자신의 의도를 배제시키고 자연에 귀 기울여 그 본연의 소리를 이끌어 내도록 한다. 그렇기에 나무와 못, 강철 막대들은 물론 이것들을 구나 반구, 원통형과 같은 기하학적 형태로 조화를 이루는 것에 그는 재료 스스로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잊지 않는다. 그 주변 환경이 무엇이던 간에, 작품이 완벽하게 존재할 수 있는 능력은 재료의 초원적 진실성을 통해서뿐이며, 이는 그의 작업을 공예와 차별화될 수 있는 힘을 부여해주다. 재료로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료에 온기를 불어넣어 오브제의 잠재성을 이끌어내 재탄생 되는 것이다. ● 그의 작품에는 재료의 의외성이 있다. 즉, 익숙한 도구를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낯선 것을 친근함에 결부시켜 새로운 공간 속에서 앙상블을 이룬다. 여러 이질적이고 다양한 물건들의 조합에 바탕을 둔 의외성이 그의 오브제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를테면 가위, 대못, 연탄집게, 펌프 주둥이, 장도리 등의 일상 속의 기능적 도구들 이라는 굴레로부터 벗어나 전혀 다른 차원으로 탈바꿈돼 있는 것이다. 이재효의 작업을 자연에 바탕을 두었다 할 수 있겠지만 자연의 테두리 안에 그의 장인적 인공적 미 역시 그의 작품의 완성도를 더해주는 작가의 심미안이라 할 수 있다. 이재효는 나무의 결을 드러내기 위해 계획하여 잘려져 나간 단면과 같은, 재료가 주는 촉감성을 매우 중요시한다. 결국 표면은 그 만들어지는 과정의 특성을 드러낼 뿐 아니라, 창조의 과정을 암시하고, 그 자체로서의 존중 받기를 원한다.

이재효_0121-1110=112089_나무(밤나무)_43×110×110cm_2012

그의 작업은 또한 눈속임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뛰어난 스케일과 변형된 재료들의 구성으로 놀라움을 자아내지만 정작 작품에서 느껴지는 노동의 기색이 전혀 없는 능수능란한 기교의 표현방식은 그만의 작품과 작가의 혼연일체를 보여준다. 노동은 예술적 창조와 인간의 미적 감정을 만들어 낸다. 노동에 기초한 원시예술의 기원은 약 4만년 내지 2만년전의 석기시대인데 그 후 예술에서는 노동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볼 수는 없게 되었다. 이는 즉 경제적 사회 구성체의 변화 때문이다. 즉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이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자크라캉의 욕망이론을 통해보면 "어쩌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철학적 전통의 도래를 우리에게 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철학적 전통이란 플라톤이 이데아를 공표함으로써 미학적 세계로부터 출발한 것이었다."라 하였다.

이재효_0121-1110=112083_나무(해송)_60×133×82cm_2012

이재효_0121-1110=1090814_스테인리스 스틸 볼트, 못, 나무_30×147×147cm_2009

이재효_0121-1110=1071212_낙엽_가변설치_2007

그는 한번도 가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한적은 없다 하였다. 그가 만들어낸 작품 스스로 인간생활에 자연도구적 조화를 이루어 가구의 기능을 더한 것뿐이다. 인위적으로 말로써 표현하여 기능과 의미를 부여해주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느껴지게 되는 그의 작품이 서양의 다른 예술작품들과의 차별화를 주는 동양의 세련됨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이재효만의 미학적 통찰력의 완성도를 대표하는 전시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이 곁에 두어 의미가 부여되었을 때 그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기능적 오브제를 조율하여 이재효만의 방식과 재료로 그만의 우아함과 간결함 그리고 동양적 현대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이다. 10년마다 목표를 세우는 작가의 이번 전시는 현재 그는 개인전의 횟수가 늘어가는 것과 좋은 작가가 되는 것과 무관하다고 말하는 작가의 겸손함과 더불어. 앞으로의 또 다른 10년을 위해 떠나려 하는 그리고 정체됨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그 지점에서의 다시 시작을 의미한다. ■ 박여숙화랑

Vol.20120911a | 이재효展 / LEEJAEHYO / 李在孝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