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일상, T0 Unknown Moment, T0

김영남展 / KIMYOUNGNAM / 金泳南 / video.installation   2012_0904 ▶ 2012_0916 / 월요일 휴관

김영남_창백한 파란 눈 PaleBlueEyes

초대일시 / 2012_0906_목요일_06:00pm

주최 / 갤러리 175 후원 / 경기창작센터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175 Gallery 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club.cyworld.com/gallery175

『알려지지 않은 일상, T0』 전시는 한국사회의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알려지지 않는, 혹은 잃어버린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그것으로부터 드러난 상실과 불안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현재 당면한 한국사회, 혹은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을 어떻게 예술적인 언어로 구현해 갈수 있을지에 관하여 작가의 시선을 드러낸다. 또한, 겉으로는 영화적인 영상어법을 적극 끌어오면서도,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채 스물스물한 형태들을 파편적으로 묶어내는 과정을 통해 작가가 가진 고민의 지점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알려지지 않은 일상, T0』은 상실과 불안의 문제들을 소재로 한국사회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것은 알려지지 않은 -잊거나 잊어버리는, 잃어버린- 시간과 일상으로부터 다시 호명하여 되찾는, 되찾은 시간을 통해 현재의 위치를 더욱 더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조그마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전의 역사도 현재의 역사도 그러하듯, 우리들의 삶은 돌고 돌며 반복하고 우리를 맞이할 것인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도록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있다.

김영남_창백한 푸른 시선_HD 단채널 비디오_00:08:25__2012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이 이번이 첫 번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뒤로 당긴 오른팔과 앞으로 내뻗은 왼손에서 방금 풀려난 내 활로부터, 화살 A는 사정거리 삼분의 일 쯤 허공에 떠 있고, 조금 더 떨어진 곳, 역시 사정거리 삼분의 일 쯤 허공에, 내게 뛰어들 태세로 사자 L이 아가리를 딱 벌리고 발톱을 겨누고 있다. 난 곧, 화살과 사자, 즉 사자가 화살이 꽂힌 검은 목에서 콸콸 솟구치는 피에 질식해 허공에서 울부짖으며 떨어질지, 말짱하게 나를 덮쳐 두 앞발로 내 가슴과 어깨 근육을 갈갈이 찢어놓고, 덥썩 내 머리를 척추로부터 찢어내게 될지를 알게 될 것이다...만일 이대로 간다면, 심지어 내가 출발했던 가정들을 포기한다 해도 내 상황은 조금치도 바뀌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즉, 시간은 윤회를 모르고, 각기 다른 돌이킬 수 없는 찰나로 구성되어 있고, 그리고, 각 찰나는 일회적인 것이며, 한순간 명확히 주어진 길이만큼 산다는 것이 그 속에 영생한다는 것이고, 그리고, T0는 뒤따르는 T1, T2, T3와는 아랑곳없이 유일하게 내 관심을 끌며, 뒤따르는 순간들은, 나름대로, 내가 화살을 날리며 행한 동작과, 사자가 도약하며 행한 동작, 또한 사자와 내가 다음 찰나에 취한 동작의 결과에 따라 삶이나 죽음의 내용을 담게 되고, 무한한 찰나들의 한없는 지속에 대한 불안이 나를 굳게 하고, 사자를 허공에, 그리고 화살을 내 시야에 굳게 하고, T0라는 재빨리 다가온 이 찰나는 사자와 화살의 사정거리에 아무런 의혹도 없이 재빨리 다음 순간과 자취로 똑딱이며 흘러가고..." (이탈로 칼비노, 『티 제로(T0)』)

김영남_그와 우리, 공존의 시간_HD_00:09:19_2012

이탈로 칼비노의 『티 제로(T0)』을 보면, 사냥꾼이 사자를 잡으려고 쏜 화살이 목표물을 향해 1/3정도 날아간 그 순간, 사자는 사냥꾼을 향해 아가리를 벌리고 발톱을 세우고 있는 찰나, 바로 이 순간이 작가가 동시대를 인식하는 순간, T0이다. 이 순간의 이후엔 사냥꾼과 사자는 어떻게 될까? 그의 글에 따르면 -'사자와 내가 다음 찰나에 취한 동작의 결과에 따라 삶이나 죽음의 내용을 담게 되고, 무한한 찰나들의 한없는 지속에 대한 불안이 나를 굳게 하고'- 어느 무엇으로도 확신할 수 없다. 돌이킬 수 없고 일회적인 찰나이지만 그 뒤를 뒤따르는 영속적인 시간들로 인하여 그리고, 우리가 사는 찰나 바로 다음 순간을 미리 경험해 본적이 없으므로, 더군다나 그렇게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불안할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칼비노의 이야기로부터 고쳐 가져와 그 순간과 감정을 이야기한다.

김영남_그와 우리, 공존의 시간_HD_00:09:19_2012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T0에 머물기 위해서는 나는 T0에 대한 객관적 형상을 만들기 위해 T1으로 옮겨가야만 한다...시간에 정지해 있기 위해 나는 시간과 함께 움직여야 하며, 객관적이 되기 위해 나는 주관적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라는 이탈로 칼비노가 단편소설 『티 제로(T0)』에서 제시한 실존적 시간의 해석기하학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스스로의 억압 속에 살지 않기 위해, 그 불확실함과 불안과 상처들 가운데서 벗어나기 위해, 그 T0라는 현재(찰나)를 어떤 원점으로 위치시켜놓고 다시 시작하거나 혹은 그 찰나를 벗어나 찰나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점은 그 원래의 자리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지금의 찰나가 원점으로 다시 재위치될 수도 있으며, 혹은 여타의 다른 곳일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불안한 그 찰나를 이동시키거나 혹은 T0를 쳐다보기 위해 우리를 T1, T2...라는 지점으로 옮겨가야 할 때, 운동과 힘(에너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그 운동과 힘(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 순간을 이동하고자 하는 욕구,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오는 것이 주요인일 것이다. 원점이라는 것의 방향이 어디든 우리는 잠시 찰나로부터 떨어져 나와 그 찰나를 바라보아야 하며, 그것을 통해 우리는 찰나가 지닌 형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이 지금 현재(찰나)에 대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태도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현재(찰나)로부터 달아나고, 불안과 두려움이 지속되고, 삶에 대한 지각의 공간 사이에서 잃어버리거나 빠져나간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 찰나의 형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우리는 이 T0를 어디에 위치시켜야 할지를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억하고, 생각하고, T0를 떨어져 바라보거나 T0를 위치시켜 가야 한다. 『알려지지 않은 일상, T0』의 작업은 위에서 이야기한 일련의 '현재 여기 now here'를 떨어져서 바라보는 과정이다.

김영남_그와 우리, 공존의 시간_HD(침묵)_00:06:25_2012

「창백한 푸른 시선/Pale Blue Eyes」은 시간과 장소가 모호한 어느 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한 남자의 불안을 통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그리고 지속할 수 밖에 없는 운동을 다룬다. 현대 역사와 한국역사에 있어서 약 50여년에 걸친 주요한 운동적 사건들의 사운드가 파노라마처럼 겹쳐져 있고, 인물은 그 시간을 관통한다. ● 비가 오는 날, (정확한 표현이 없는) 어느 허름한 큰 건물의 지하 복도에 한 여자가 길을 잃고 헤맨다. 여자는 복도에서 만난 눈이 먼 젊은 소녀와 노파를 통해 여자가 품고 있는 역사와 공간이 지닌 불안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여자는 어떤 꿈 이야기를 말한다. 이 작품 「그와 우리, 공존의 시간/Time Of Co-existence」은 작가가 거주하고 있는 선감도의 역사적 시간을 공간의 공감각적인 심상으로 펼쳐놓는다. 1942년부터 1945년, 1945년부터 1982년까지 선감학원이라는 곳에서 벌어진 어린 영혼들의 비극과 참상이 역사적인 사실로써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이 이야기는 역사의 해석이나 환상이 섞인 과거의 단상들로 이곳 주변을 떠돈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은 영혼들의 공간을 작가와 배우들과 스탭들은 오가며 촬영을 하고 그들에게 찾아가 말을 건다. 그렇다고 어떤 기담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뭔가 일어날 것 같고, 어떤 감각이 작품을 품고, 그 과정 속에서 이야기가 생겨나도록 한다. 그런 시간들이 교차하고, 감각의 공존을 통해 우리는 한 발짝 떨어져 나와, 지난 한국역사의 숨겨진 한 부분이 지닌 공간과 시간을 연결한다. ●「내 곁에 있어줘/Stand By Me」는 임신한 어느 여자가 산길을 운전 중에 길을 잃었다가 목에 아가미가 달린 어느 소년을 만나는 이야기와 이 이야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련의 텍스트들로 구성된 영상이다. 상이한 이야기가 이접되는 과정들 속에서 이 여자의 현재 상황이나 심리뿐만 아니라, 이유를 알 수 없이 마음 깊숙한 근원에서 자리잡고 있는 불안 등이 현재를 환기시키며 보여진다. ●「백개의 못, 사슴의 뿔/A Hundred Nails And Deer's Antler」은 거주/이주/공간의 문제를 배경으로 놓고 코미디적인 형태의 이야기로 구성한 영화이다. 어느 여자 노동자가 월급을 받기 위해 2개월째 공장이 멈춘 상황의 중년 사장을 찾아가는데, 어느새 두 사람은 의도하지 않은 상황으로 대화가 발전한다. 돈을 받으려는 자와 돈을 줄 수 없는 자 사이의 삶의 아이러니의 일부분을 그리고 있다. 서울의 양평동의 어느 판금공장에서 촬영한 이 영화는 실제 인터뷰 과정을 통해 나온 이야기나 사건들을 적극 반영하였다. 추상적인 물리적/사회적인 공간과 한 개인이 사회 안에서 지니는 개인 영역의 공간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 균형이 깨어질 때 야기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결국 그 균형을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예기치 않게 일어나는 삶의 우연성이라고 제안한다.

김영남_백개의 못, 사슴의 뿔_HD_00:14:23_2012

영화감독으로써, 작가로써 어떤 시간들이 품고 있는 감정이나 정서 그리고 여러 공간들 속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작업해왔다. 혼란스럽거나 미완인 상태, 현실에 고개를 떨구는 무력감, 뭔가 자리 잡지 못하는 부정형의 시간과 공간들로부터 주로 삶의 불확실성, 비정규성, 부유함과 모호함, 불안감을 다루어 왔다. 그것은 「내 청춘에게 고함」, 「보트」라는 일련의 내러티브를 가진 영화의 형태를 통해서였다. 이 전시에서는 그런 영화적인 감수성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사이를 맴도는 역사가 지닌 불안감과 모호함,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공포, 탄식과 소망, 무력감과 꿈틀거림, 무언가 혹은 어딘가를 잃어버림과 같은 어떤 감정들을 이야기 한다. ● 명확히 꽉 잡히지 않는 정서와 보이지 않는 감각을 찾아가는 과정은 바로 위에서 이야기한 T0를 다시 찾아가는 순간이며, 바로 현재이다, 또한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하면, 관객이 지나가버릴 흘러가는 영상(영화)를 보는 과정이다. 지각의 형성 뒤에 오는 것이 아닌 동시간적인, 과거의 시트들과 현실의 기층들이 소통하는 막과 같은 현재를 이번 전시를 통해 탐색한다. 이제 와야 할 바깥으로부터 도래하는 것들이 만나는 지점을 현재라고 볼 때, 그 현재를 다시 재위치시키는 동시간적인 감각이야말로 바로 현재 삶에 대한 우리의 태도라 생각한다. 이 전시는 그런 태도를 향한 작가 스스로에게 향한 물음이자 고민이고 되돌아봄이며 관람객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지점이다. ■ 김영남

Vol.20120909b | 김영남展 / KIMYOUNGNAM / 金泳南 / video.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