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Is One Channel

정흥섭展 / JUNGHEUNGSUP / 鄭興燮 / mixed media   2012_0907 ▶ 2012_1002 / 일요일 휴관

정흥섭_데칼코마니_설치_가변크기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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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907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마크 GALLERY MARK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0-23번지 Tel. +82.2.541.1311 www.gallerymark.kr

"데칼코마니는 하나의 이미지와 반전된 동일 이미지가 함께 만들어내는 우연의 효과를 보여주는 토톨로지(tautologie/동어반복)적 예술표현 기법이다." 정흥섭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작가의 작품과 작가의 노트를 참조하여 동어반복적인 형태로 쓴 글이다. 정흥섭이 이번 개인전을 위해 들고 나온 것은 돌멩이 3개, 같은 종류의 소형 아날로그 TV 2대와 DVD 플레이어 2대로 구성된 영상설치작품, 그리고 1채널 영상작품, 이렇게 3작품이다.『The World is One Channel』이라는 거창한 전시제목과 조금은 초라해 보이는 전시 구성이 이루는 대비는 자칫 진부한 전시 형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작품의 형태보다는 작품의 서사(narration)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기획이다. ● 손으로 움켜쥐면 보이지 않을 만한 크기의 돌맹이 3개가 등장하는 작품의 제목은「인터넷-지질학(2011)」이다. 작가의 지속적인 표현기법인 '프린트-조각'으로 돌맹이는 인터넷 상에 떠도는 그래픽 이미지로부터 만들어 졌다. 게임과 같은 가상 그래픽 상의 바닥에 나뒹구는, 아니 절대적 중력의 힘으로 붙어있을 수 밖에 없는 돌맹이 이미지를 찢어 붙여서 만든 돌맹이스러워진 돌맹이들이다. 그리고 그는 작품의 제목을「인터넷-지질학」이라 명하였다. 인터넷이라는 공간 속에서 지질학스러운, 불필요한 연구활동이라도 해보겠다는 것인가?

정흥섭_인터넷-지질학_프린트 조각_가변크기_2011
정흥섭_생활 도자기_영상설치_가변크기_2012

그의 또 다른 토톨로지(tautologie 동어반복)적인 잉여 활동은「생활 도자기(2012)」영상설치작업에서도 볼 수 있다. 같은 종류의 아날로그 TV 2대와 DVD 플레이어 2대, 그리고 하나의 영상과 그 영상을 이미지 좌우 반전으로 편집하여 제작한 영상이 담긴 각각의 DVD가 2대의 TV와 DVD플레이어를 통해 재생된다. 이는 분명 지나친 기호학적 연출로 보여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영상에는 한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하반신이 등장한다. 어디론가 길을 가다가 깜박 잊고 두고 온 무언가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되돌리는 듯 보이는 한 인물의 하반신은 좌우-이미지 반전된 자기자신의 하반신과 함께 연출된다. 계산된 시차를 두고 두 영상을 나란히 보이게 만든 작가의 설치 방식은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의 하반신을 기호학적인 공간 속에 잠식시킨다. 우려했던 위험의 경계에 놓여진 형국이다. 그러나 이 영상설치작업에 작가가 무심하게 지어준 듯 보이는「생활 도자기」라는 제목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열심히 물레를 돌려야만 생성되는 도자기 제작 방식에 빗댄 은유다. 영상을 재생하기 위해 면밀히 돌아가는 잘 구워진 2장의 DVD와 2대의 DVD플레이어는 제목에 담긴 은유와 함께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영상설치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배회하는 하반신은 기호학적 공간에 잠식된 '대상'이 아니라 공간을 만들어 내는 '주체'일 수도 있다는 반전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정흥섭_비상구쇼_단채널 영상

마지막 작품은「비상구쇼」이라는 1채널 영상이다. 작가는 지하철 객차 안 자동문 옆, 비상시 자동문 개폐 방법을 설명하는 안내판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한다. 안내판은 사진으로 촬영된다. 포토샾 프로그램을 사용해 사진 이미지에 등장하는 텍스트와 이미지들을 자의적으로 편집하는 작가의 행위를 촬영한 영상 작품이다. 얼핏 보면 박이소 작가로부터 시작된 한국작가 군의 표현 방식과 닮은 듯 하다. 사회적 현상과 지표들을 다소 무의미해 보이는 자의적 해석의 소재들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흥섭의 전반적인 작품을 살펴볼 때 그의 관심과 작품의 소재는 사회적 현상들이라는 결과적 지표에 있지 않다. 그가 지속적으로 사용해 온 작품의 소재를 살펴보라. 현실과의 레지스트리가 끊어진 가상인터페이스 영역, 기호학적인 공간 속에서만 존재할 듯 보이는 사물들이지 않은가? 지하철 자동문을 수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비상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잠재적 가상이다. 일어나지 않았을 수 도 있는 역사적 기록으로서의 비실재적 상황과 공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잠재적 상황과 공간,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사건들과 그 공간이 머물 수 있게 마련된, 실재적 용어로서의 '가상'이 작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이다. 다소 장황한 문장으로 기술한 데에는 아직 '가상'이라는 단어 밖에는 작가가 관심을 두고 있는 공간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적절한 '말'이 아직 준비되지 못해서이다.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미디어-정보시대에 '가상'이라는 단어는 그 복잡한 의미들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한계에 다다랐다. 작가가 쓴 작업노트 중 일부이다. -이 우연의 공간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상과 실재라는 관계의 오해 속에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상은 원래부터 있지도 않았던 관계에 연민을 느끼며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착각과 연민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이제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고 생각하며 가상에 집착한다. 그날의 지난 사건을 보도하는 뉴스의 마지막에 언제나 내일을 예측하는 일기예보를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에게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이 작품을 촬영했던 장소는 자신이 언젠가 한 번 방문해야 할 공간이 되며, 보다 극성스러운 이들에게는 성지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가『The World is One Channel』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현실과 가상이라는, 이제는 다소 지루해진 관계 중심적 사유와 공간해석과 연출이라는 플라톤주의적 딜레마에 너무 오래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물론 도덕적, 법률적 차원의 정리가 신중히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적 재산권에 대한 논의나 정보의 무한성으로부터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보의 유통기한을 정하자는 이야기들이 아직 한창이지 않은가? 하지만 궁극적으로 nature(자연)를 바라보는 현대인들의 시선은 부자연스럽다. 그 시선은 기호학적 세계관에 얽매여 버리다 못해 뒤엉켜버린 무엇이다. 돌멩이들이 나뒹구는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시선을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한다. ■ 갤러리마크

Vol.20120907a | 정흥섭展 / JUNGHEUNGSUP / 鄭興燮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