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90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 www.grimson.co.kr
예술은 무언의 소통이다. 그 소통의 방식은 삶의 체험적 현실에 근거하여 전달할 수 있다. 작업의 주된 의도는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동시다발(同時多發)적으로 마주치게 하여 그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인간의 고된 삶의 공간, 그 속에 머무르고 있는 것들 '사이'에 대한 탐색과정이다. 마주치는 것들 '사이'엔 다양한 소통(疏通)의 방식이 있다. 작업내용은 정치적, 역사적, 교훈적인 것이 아니다. 주된 관심은 사물과 풍경, 사람들의 심리적 갈등과 연민의 감정으로써 작품 속에 혼재되어 어우러진 세계이다. 나는 그 감성을 풍경과 또 다른 공간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 '사이'에는 색면의 변화, 색상의 대비, 선의 파동이 뒤섞여 있다. 인간, 사물, 자연 사이를 오가는 흐름으로, 분리된 두 세계를 연결하거나 분리하는 매개물로써 상상의 가교가 된다. 기억의 그 순간 마주치는 것들 '사이'에 마음이 흐른다.
혼재(婚材)에 대한 성찰과 마주침 ● 2008년부터 시작된 "혼재(婚材)에 대한 성찰"은 이미지가 다르고 형식은 다르지만 현재까지 천착(穿鑿)해온 시각이다. "뒤섞여 있지 않은 현실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다. 변증법적으로 분리된 것들을 두려워하는 혼재. 그것들로부터 이탈하는 대신 그것들과 섞이는 혼재가 정말 혼재가 아닐까." (김진석 『포월(匍越)과 혼재(婚材)의 미학』참고) 이렇게 2009년 '지신상의 농현(弄絃)'전(展)을 통해 발표하였다. 12지신상의 이미지와 동시대 사람들과 사물이 활용되었다. 즉 고대부터 지금까지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신화이미지와 동시대 디지털이미지를 마주치게 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2010년'어제와 오늘 혹은 어제'전에서 우리 선조들의 모습인 초상화와 동시대 이미지를 마주치게 했다. 이러한 연구는 이번 전시인 '마주치는 것들 '사이'' 전으로 이어진다. 주된 생각은 화석화 되어가는 나의 감성의 뿌리를 찾아 갈등과 연민의 감성을 감각(손으로 그려지는 행위, 선, 면, 색채)적으로 마주하는 것이다. 또한'그' 혹은 '그들'과 더불어. 나-너의 세계의 삶을 관조하여 그 미묘함, 그 어떤 것을 느끼는 것이다. 단순한 환영이나 허구와 달리 체험된 기억의 현실과 느낌을 혼용했다. 이러한 조형의식을 손의 감각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색층 '사이'의 이질성과 '농현(弄絃)' ● 이번 전시에서 무엇보다도 어떤 감각을 찾고 싶었다. 과거부터 동시대의 화법들을 익히고 그것들이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갖지 않고 저절로 드러낼 수 있도록 몸에 익히고자 했다. 지속적으로 고민해 왔던 '농현'은 인공적인 것을 자연으로 돌리는 흔듦의 미학이다. 농현은'삭힘'의 의미가 강하며, 시간적 상황과 심성의 품성까지 내포한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정신적 삶에서 내면세계를 바라보고 그 안에서 어떤 것을 끌어낸 흔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농현'의 미감을 살리는 것이 손맛을 찾아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농현'의 미감을 해석하는 방법은 감각의 선을 긋는 일과 깊이를 만드는 일이었다. 물질을 다루는 능력은 온 몸으로 '느끼는' 몸의 감각으로 발화된다. 작업은 몸의 기억을 머릿속으로 되살림으로써 극대화 된다. 이것은 몸의 상상력이다. 몸이 경험한 바를 몸으로 표현한 형상화 과정은 시각적, 촉각적, 근육적인 지식을 통해 암묵적인 손맛으로, 내적인 몸의 느낌으로 물리적 상황을 상상해 낸다. 조형상의 형태는 기하학적인 딱딱한 것보다는 형태가 삭아지고 녹아든 것 같아 어수룩한 것 속에 눈에 보이지 않은 어떤 세계를 채우며 형태를 찾아 가고자 하였다. 채색화에서 주로 사용되는 채색용 재료와 현재 실험하고 있는 색 재료의 공존은 이질성과 색층의 차이를 가져왔다. 이는 표면 균열에 의한 투박함의 미감으로 깊이감과 날카로운 선의 흔적을 통해 혼잡한 감각들이 섞여 시간의 두께를 지닌 색층을 형성하였다. 또한 그 위로 지나가는 선들이 공존하여 이중의 색층 '사이'엔 이질성과 긴장감으로 균열되고 변형된 표면을 찾을 수 있었다.
몸의 기억을 통한 정경(情景)과 감성의 공간'사이' ● 도시에서의 삶은 사람들과의 표피적 마주침, 그 찰나적인 만남은 저마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낯선 존재의 몸짓으로 보였다. 체험된 공간에서 타인에 대한 기억과 사건들은 그 흔적을 통해 발산된다. 나의 내면적인 생각과 외부 현실을 짜 엮어보는 작업방식인 마주치는 것들 '사이'는 서로 다른 모순된 사물들로 결합하거나 기억의 그 순간이다. 몸의 기억으로 표현된 이 낯익은 감성의 표정(表情)은 가시성의 형태들 그리고 그것들의 관계들에 대한 사유이다. 내 앞에 놓인 세계에서 인식하는 특정한 하나의 대상은 내적 반응에 의해 필연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감각하고 움직임에 뒤얽힌 시지각을 통해 발견하는 대상과의 마주침은 동시에 필연이 되는 것이 아닐까. 낯익은 주변 풍경에 대한 기억인 방안, 산책로, 공원, 주변 건물들의 이미지는 나의 과거와 연결되며 대상에 대한 사유로 인해 현재의 나를 재구성한다. 그 구성 '사이' 감성의 교감은 즉흥적인 터치나 색면으로 연결하여 기술적으로 통제하고 적절히 조절하여 표현하였다. 경험과 감각을 유채색의 활달한 붓놀림으로 끌어내 보려했다. 이렇게 내 삶의 과정에서 지켜본 감정을 찾아 내가 누구인지를 묻는다. 애매하고 변덕스러운 내 감정은 불안한 내적 갈등을 멈출 수 없듯이 붓질도 멈출 수 없다. 갈등하는 인물과 애매한 표정은 불확실한 세계에 적응 못하는 현실의 불편함을 드러내고자 했다. 진정 자아가 있는지, 그렇게 갈망하는 자존감은 확실한 건지도 의문스럽다. 인물의 표정, 기억되는 정경들은 내 상태를 비춰주는 거울이었다. ■ 김정희
Vol.20120906h | 김정희展 / KIMJUNGHEE / 金貞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