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907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상우_박혜수_이창훈_주상연_태이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몸미술관 제1전시실 SPACEMOM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1411번지 Tel. +82.43.236.6622 www.spacemom.org
2011년 겨울, 신문 한켠에 한 늙고 병든 스웨덴 노인이 실렸다. 이 노인은, 1990년에 뇌졸증으로 몸의 일부가 마비되었고 언어능력을 상실한 아마도 죽음이 멀지 않은 여든을 넘긴 시인이다. 그는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기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흐트리며 움직일 수 없는 육체를 온 힘을 다해 밀어본다.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81)는 현실을 새로운 심상으로 끌어올리고 투명한 이미지를 창조해냄으로서 201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 시인의 웅얼거림을 대신하여, 그의 부인이 그의 시를 대신하여 읽는다. "말도, 언어도 없고 말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지겨워 / 눈 덮인 섬을 향한다 / 야성 // 은 말이 없다 / 쓰여지지 않는 페이지들이 사방팔방 펼쳐져 있다 / 눈 속에 순록의 // 발자국을 만난다 / 언어, 말없는 언어"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979 3월) 스페이스몸미술관에서 열리는『말없는 언어』展(2012.9.7~9.27)은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의 시에서 출발한 언어의 어두운 야성의 이미지와 '언어의 바깥'을 탐험하는 기획전이다. 침묵과 정지, 그리고 언어 내부에 살아있는 시공간의 변형에 주목하여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시대 작가들, 강상우, 박혜수, 이창훈, 주상연, 태이가 참여한다. 각각 언어의 시공간성과 거리, 소통의 단절과 정체성을 설치, 텍스트, 비디오, 사운드, 사진, 오브제 등의 조형언어로 번역한다.
태이는 '떨어져도 괜찮아(텍스트)'라는 미술적 글쓰기로서의 단편소설을 소개한다. 함께 참여하는 작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껴진 심상을 '떨어진다(fall)'라는 단어에 다층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등장인물, '가루'와 '무늬'의 이야기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공간설치, 사운드 작업의 형식으로 가시화한다. 설치작품「언어는 메시지, 엉망의 동기(Language is message, Mess is Motive)」는 가변적이고 쏟아지는 말들이 우리가 느끼는 사고와 감정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박혜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브제와 흩날리는 먼지들을 활용하여 공간을 만들어낸다. 시작과 끝의 동시성을 상징하는 「멈춰야할 시간」과「00:00」은 햇빛이 들어오는 복도를 지나 어둠이 내리는 방으로 연결한다. 기억과 시간에서 떨어져 나온 먼지와 버려진 꿈 혹은, 사라진 것들에 주목해왔던 박혜수는 알람시계를 다시 00:00로 맞추고 영혼의 공간에 관객을 초대한다.
이창훈의 영상설치「empty」는 사방이 막힌 공간에 창문과 사람의 그림자를 통해 타인의 내면과 공허함을 표현한다. 이외에도 다른 방식의 해체, 창문이 제거된 건물들, 수많은 영화 프레임에서 건져낸 하나의 프레임「Frame」, 소통과 대화의 시간차와 거리 등을 설치작업「Babel」을 통해서 보여준다.
강상우는 개인적인 기억과 트라우마를 오브제나 조각으로 이미지의 잔상을 호출한다. 특정한 상황에 봉착할 때마다 버릇처럼 무의식적으로 떠올려지는 특정한 단어와 거기에 꼬리를 무는 단어, 또는 생각에 관한 작업인「I'm not a popper」, 노래에서 음의 높낮이의 전개를 본떠 시각화한「The Unfinished Painting pt.1」등을 선보인다.
주상연의「mute」(3점)는 포트레이트 사진작업이다. 함축하는 시어에 침묵하는 사람의 지워진 얼굴을 대비시켜 '무너짐, 무뎌짐, 없어짐'을 차례로 보여준다. 모든 것을 품었으나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침묵은 증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작가는 인간의 말이 소거된 언어는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고 전한다. ● 전시에서 관객은 글자들의 풍경, 혹은 이미지에서 주어진 언어를 경험하게 된다. 언어의 바깥에는 삶과 죽음, 현실과 상상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 죽음이 일어난 자리에 삶이 다시 깨어나고, 침묵의 순간에 찾고 있던 언어가 떠오르듯, 언어표현의 일부를 상실했을 때, 다른 감각의 축이 더 좁고 깊게 파고듦을 이 전시의 작가들은 실험하고 표현한다. ■ 스페이스몸미술관
Vol.20120905k | 말없는 언어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