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2_0904_화요일_05:00pm
후원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서울대학교 우석홀 WOOSUK HALL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종합교육연구단지(220동) 1층 Tel. +82.2.880.7480
나는 아직 많이 불안정하고, 삶에 대한 확고한 입장이나 시선을 갖추지 못한 인간이다. 작업은 역설적으로 그 흩어진 조각 속에서 일관된 하나의 시선을 찾아가게끔 해준다. 나는 내가 아무생각도 없어질 만큼 해맑게 웃을 수도 있으면서도 동시에 세상 최악의 온갖 고민을 짊어진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이런 아이러니한 상태는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보편적인 상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자신의 양극적인 모습을 인정하고 살아가기 보다는 어떤 하나의 모습으로 보여지기 위해 노력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바라는 모습을 꿈꾸며 스스로 입을 옷을 제작해 나가는 과정과도 같다. 나는 덜떨어진 하나의 인간으로서, 현재의 불안정한 상태를 그대로 작업에 반영하고 싶었다. 나는 한 가지 방식으로만 비춰지길 두려워하며 다각도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내 작업은 드러내기 방식의 실험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바라보고 있는 주제는 늘 한결같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 자신의 경험들을 통해 관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대해 표현한다. 그 힘은 삶에서 만나는 매일 매일의 관계, 중요한 타인이거나 혹은 자기 자신, 혹은 절대자와의 접점 속에서 발견되어진다. 스스로가 품은 가치의 중요성, 다양성을 타인에게 입증하려고 하는 스스로의 강박관념은 작업에서 더하기와 빼기의 실험을 하도록 한다. 잉크로 가득 메워진 화면 사이에 발견되는 여백이라던가, 세밀함과 거칠음을 동시에 담고 있는 물고기 시리즈가 그러하다. 나는 먹이를 사냥하는 사냥꾼이 숨어 기다리듯 부유하고 떠도는 감정들 속에서 이미지를 포착하고 그것을 뱉어낸다. 어느 날엔 차분하고 얌전한 내가, 어느 날엔 불안하고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는 내가 있다. 나는 그런 모든 상태 속에서 비일관된 이미지들을 찾아내기 위한 일관된 시선을 다듬는다.
인간이 울어야 할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내 자신의 양면성을 인정하는 시점에서 시작되었다. 드로잉 작업들, 동판화 작업들에서 나는 보이기 싫은 내 안의 부정적 감정이나 생각들을 안전하게 풀어 놓을 곳을 찾는다. 그것은 모든 인간에게 감추어진 부정적 면이 있음을 고백한다. 적시적소에서 해소되어지지 않은 부정적 감정들은 개인의 내면에 가라앉게 되는데 이는 부패하는 음식물처럼 고약한 악취를 풍기며 스스로를 공격한다.
절대자와의 접점을 찾는 과정인 풀 시리즈에서 붓자국은 형상이 됨과 동시에 화면에 여백을 남긴다. 나뭇잎사귀처럼 보이기도 하고 꽃잎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타오르는 불꽃같기도 하다. 여백은 만져질 수 있는 3차원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4차원의 공간을 제공한다. 물에 의해 흐려지고 풀어진 형태, 투명함을 통해 암시된 빛은 여백을 통해 드러난다. 빛을 바라보면서 나는 절대적인 것, 신과의 조우나 접점을 생각하게 된다. 빛과 바람에 의해 흔들거리고 움직여지는 형상들은 물처럼 투명하게 보이지만 불이 타오를 때 그 뜨거움 때문에 하얗게 되는 것처럼 양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두 이미지가 겹쳐지도록 표현된 것 역시 드러남과 가려짐으로 양면성을 나타낸다. ■ 명난희
Vol.20120904g | 명난희展 / MYUNGNANHEE / 明蘭姬 / printing.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