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얼굴 Unfamiliar Face

박은하展 / PARKYUNA / 朴垠河 / painting   2012_0830 ▶ 2012_0923 / 월요일 휴관

박은하_망가진 꽃밭 broken garde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80×80cm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박은하 블로그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월요일 휴관

지와이엠프로젝트 GYMproject 서울 강남구 청담동 네이처포엠 311호 Tel. +82.2.3443.9276 www.gympr.co.kr

현실적인 면에서 소원성취가 불가능한 유년동경의 백일몽은 퇴행이라는 심리적 방위기제(防衛機制)의 한 방편이기에, 유년시절은 종종 관념상의 유희공간으로 제시되곤 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유년은 전복된 소년시절에 의해 일그러져버린 일시적 안락의 흔적 따위로 전락된 채 , 오히려 내 의지와 선택으로 이루어진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과거로부터 도주 가능한 퇴행의식이 되어 있었다. 캔버스를 마주해온 시간이 한해 두해 길어질수록 점차 이러한 의식의 위화감에 부딪히기 시작하면서, 이를 개인적인 기록으로 풀어내 보고자 하였다.

박은하_모르는 얼굴#1 unfamiliar face #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80×80cm_2012
박은하_모르는 얼굴#2 unfamiliar face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80×80cm_2012
박은하_모르는 얼굴#3 unfamiliar face #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80×80cm_2012

「모르는 얼굴」은 모친을 대상으로 한 연작의 제목으로, 17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동안 조우한적 없는 대상의 외면에 대한 '모름'과 그 기간과 현재 대상의 상황에 대한 '모름', 그리고 이를 야기했던 모친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궁극적인 '모름'을 의미한다.「망가진 꽃밭」은 모친의 일기 중 유일하게 기억하는 문장에서 가져온 제목으로, 일종의 심리적 풍경을 구체화한 작업이다. 그리고 이 4점을 그리기 위해서 나는 뚜렷한 계기를 필요로 하였는데, 여기에 사용된 재료가 2010년『이 사람을 보라』展에서 날개를 형상화했던 벽화이다. 폭 160cm, 총 길이 9M의 천에 그려진 벽화를 무작위로 찢은 결과 총 66개의 조각으로 나눠진 각각의 크기에 맞추어 프레임을 하고 벽면에 재구축하였는데, 이 때 빈 캔버스를 먼저 중앙에 위치하고 이로부터 확장하는 이미지로 구성한 뒤 이와 연결되는 선들로 선위(先位)했던 캔버스에 스케치하는 방식으로 4점을 작업하였다. 이는 현대인의 파토스로 이룩된 날개를 해체하여 미시서사로 역구성하는 과정으로, 주로 거시적 시점에서 불특정다수를 소재로 했던 지난 작업에서 개인적 서사로의 형식적 대상전환을 암시하는 동시에 이들의 상관관계와 필연성의 시각화를 도모한다.

박은하_무제 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가변크기_2012
박은하_무제 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유채_가변크기_2012

개인사를 작업에 개입시킬수록 사적인 감상과 주관성에 매몰되기 쉽지 않은가하는 우려는 정의감과 열정,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숙함과 치기로 가득했던 시기적 특성과 결합하면서, 작업의 방향이 점점 거대담론 쪽으로 치우치게 되다보니, 정작 개인적인 진실들을 더 사소한 것들로 스스로 폄하해버리는 경향이 발생하는 듯했다.「모르는 얼굴」연작은 이러한 간극에서 기인되는 작위성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불편하고 난처한 기억의 시점으로부터 현실의 위기를 거꾸로 되새겨가는 작업의 일보이다. ■ 박은하

Vol.20120830i | 박은하展 / PARKYUNA / 朴垠河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