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다:기억되다 Abandoned:Engraved

민경展 / MINKYUNG / 旼徑 / installation.photography   2012_0831 ▶ 2012_0913

민경_높은집_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_66×10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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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 홈페이지_www.leemink.com

초대일시 / 2012_0901_토요일_04:00pm

작가와의 만남 / 2012_0907_금요일_07:00pm

주최 /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

관람시간 / 01:00pm~07:00pm

사진공간 배다리 갤러리 BAEDARI PHOTO GALLARY 인천시 동구 금곡동 10-12번지 Tel. +82.(0)10.5400.0897 www.photobaedari.com

공간에 투영된 내면성에 대한 탐색 ● 공간에 종속된다는 것은 머물 수 있는 어딘가가 보장되어 있다는 것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가장 기본적인 필수조건일 것이다. 특히 주거공간은 누군가가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해석되는 자본의 상징이기도 하다. 삶의 질과 연결되는 이 공간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몇 번이고 이동 되며, 그 이동이 반복될 동안 주거 공간 역시 헐어지고 세워짐이 교차된다. 오랜 기간 삶을 함께 한 공간은 기억이 겹겹이 축적되어있어 낡은 벽지, 벗겨진 페인트, 창틀의 프레임에 맞게 보여 지는 풍경까지 추억의 세포들처럼 기억이 엉겨 붙은 장소이다. 삶의 일부였던 공간이 허물어 질 때 느끼는 아련함은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상실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민경_붉은집_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_72×100cm_2012
민경_더큰집(두번째)_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_85.5×100cm_2012

민경이 건네는 공간은 이러한 아련함을 되살리고 있다. 카메라의 시선은 곧 허물어질 그 곳을 담담히 향하고 있으나 대상을 바라보는 마음은 기억의 고향을 잃어버린 누군가의 마음과 연결되고 있다. 억지스럽게 해석하려 하지 않아도 사진을 마주하면 내면에 간직된 각자의 고유한 흔적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미지가 공간모형으로 재구성되면서 그 집중력을 더 자극시키고 있다. 인간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공허함은 작가의 구성방식에 의해 또렷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의식하고 있지 않다가도 특정 음악이나 냄새만으로 과거의 추억이 불쑥 떠오르듯 민경의 이미지 역시 내면에 고착화된 기억을 반복 재생시킨다. 대상을 통한 지각은 보는 이의 기억에 의존한다. 그러므로 사진 속 대상을 만나는 관자들의 기억도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민경의 비워진 공간에서는 서로 상이한 기억의 형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공간속에 투영된 사적인 삶의 기억을 만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민경_푸른집_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_64×100cm_2012

가시적인 공간이 유실되는 것처럼 우리의 내면 역시 변화되어 왔음을 네모난 집 세모난 집 네모난 집(2012), 단단한 집(2012)이란 나레이션 작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외적인 변화보다 내면의 변화과정이 오늘의 자아를 형성하였듯 민경의 작업은 공간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바라보게 한다. 어느 곳에 뿌리내려 에너지를 공급받고, 어디를 바라보며 삶을 이어왔는지, 주어진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그 중심을 찾아다녔던 기억을 만나게 된다. 거주와 이동을 반복하는 현대인들은 심리적인 안식처가 되는 공간을 각자의 내면에 스스로 구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 시대의 물리적인 공간은 더 이상 따뜻한 고향의 모습으로 기다려주지 않는 듯하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어쩔 수 없는 표류자로 내면의 공간을 더욱 갈망하게 된다. 민경은 기억의 저장고에서 부피는 크지 않으나 밀도만큼은 진하게 내제된 그것을 끄집어내고 있다.

민경_두개의 창_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_56×130cm_2012
민경_하얀벽_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_71×130cm_2012

사진 속의 집들은 어느 시대 유행했었던 아주 번듯하게 세워졌을 다가구 주택들이다. 늘 그렇듯 건축은 시대의 부속물로 인간의 욕망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민경의 작업은 공간에 비추어 이러한 시대를 읽어내고 있다. 비워진 공간은 과거를 환기시키면서도 새롭게 구축될 무엇인가를 예측하기도 한다. 현 시대가 추구하는 모습으로 세워질 건물들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노라 말하게 될 것이다. 높이 치솟아 오른 오늘날의 주거공간은 누군가의 기억의 고향이 되어주다, 시간이 흐른 어느 시대에 또다시 인간의 부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철거되고 허물어지게 됨을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낡은 것을 허무는 권력은 안식할 곳을 찾아야하는 이들에겐 끊임없이 또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돌아오게 된다. 보금자리를 위한 개발과 욕망이 머물 곳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민경_inside003_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_53×35cm_2012

하지만 작품을 마주하는 우리의 내면에도 그 양면성이 늘 존재하지 않는가. 철거되어 사라지는 공간이 기억을 잃어버리는 듯 아쉬워 붙잡고 싶으나, 이제는 불편해진 그 곳에 계속해서 종속되고 싶지는 않은 이중적인 내면과도 마주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낡은 것들은 한 장의 사진처럼 그저 삶의 한 역사로만 남아주기를 현 시대는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공간을 탐구하는 민경의 작업은 그 장소의 범주가 확장되고 있다. 이는 공간을 대하는 작가의 담론 역시 점차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 우리의 기억에 담긴 그 불확실한 감정들을 민경은 보다 선명하게 대면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안내하고 있다. 협소했던 기억의 잔재가 새로운 의식을 개척하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짐작하면서 작가의 다음 도약이 기대된다. ■ 허아영

Vol.20120829i | 민경展 / MINKYUNG / 旼徑 / installation.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