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스칼라티움 아트 스페이스 SCALATIUM ART SPACE 서울 강남구 역삼동 828-10번지 Tel. +82.2.501.6016 www.scalatium.com
21세기 인간 리포트: 박지혜의 우울과 상실의 초상화 ● 1. 일상 읽기 - 박지혜는 인간의 실존적인 삶의 모습들을 관찰한다.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인간 삶의 모습들을 작가는 마치 기자가 사건의 전황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것처럼, 기사를 쓰듯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스냅사진의 잘 짜여진 구도와 같은 일상의 다시 읽기 작업에는 작가가 주인공이 되거나 작가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가족과 친구들은 하나의 스토리를 갖는 주인공이 된다. 작가의 화면들에는 인물과 풍경이 연극의 무대를 보는 듯 특정한 행위가 벌어지는 상황의 묘사가 강조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인물들에게는 표정이 없다. 공허하고 우울한 현대인들의 슬픔들이 화면 가득 부유하고 산란하고 있다. ● 작가가 읽어내는 현대 인간의 삶은 단편적이고 현실 자체를 뛰어넘는 정신적으로 승화되거나 강조된 풍경으로 다가온다. 근작에 보여주는「꿈의 장면」,「목욕탕」,「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날」과 같은 작품들은 핑크의 사용이 강조된 인물들과 나무, 풍경의 묘사는 인간 내면의 불안과 우울을 끄집어내기 위한 표현적 수단으로 보여진다. 화면을 분절시키고 구획시킴으로써, 그 사이에 습합되거나 남아있는 색 조각들의 편린들은 이 공간이 기억의 공간이거나 가상의 공간임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 사실 박지혜의 화면은 색선과 색면의 조각 맞춤에서 그 특징을 찾아 볼 수 있다. 마치 색의 조화와 범주를 실험하고 증명하고 있듯이, 색들은 다양한 명도와 채도의 간극을 드러내고 숨기고 가려지고 다시 덧칠해 지고 있다. 이들의 조합들에서 시뮤레이트 된 가상공간에서 경험하게 되는 색의 강조나 픽셀의 조합과 같은 흔적들을 경험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이는 현실과 가상이 서로 침범하고 교합되어 시,공간이 교차되는 낯설고 이질적인 풍경을 보여주게 된다.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한 외부세계의 단상들이 내밀한 내부세계로 침투함으로써 겪게 되는 인간 정신을 닮은 실존의 색이며 풍경인 것이다. ● 이러한 작가의 화면은 70년대 이후 일었던 독일의 신표현주의(Neo-Expressionism, 新表現主義)의 일련선상에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요르그 임멘도르프(Jorg Immendorff) 나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와 같은 이들 신표현주의자들은 인간현실에 관한 연약하고 모호한 인간 감정을 보여주며 도시사회의 현상들을 거칠지만 선명하고 명료한 색의 배열들로 구성한다. 도시 사회의 인간 단상들을 거칠고 분명하게 또는 우화적인 연극성을 동반한 작가의 작품에는 신표현주의의 특징들을 읽어 낼 수 있다. ● 작가가 강조하고 있는 강화되고 자유로운 분명한 색의 흔적들을 통해 인간 풍경들에 머무른 작가의 시선의 시점과 풍경에 닿은 뜨거운 응시의 감성이 사물들에 들러붙어 있음을 알게 된다. 외부 풍경에 맟닿은 작가의 내밀한 시선이 살아있는 유기체의 순간과 흐름으로 변환되고 있다. 그리고 드러나는 것은 극화(劇化)된 일상 속에 존재하는 인간 실존의 표정과, 음미되어 정화된 따뜻한 색의 온도로서 유기적으로 꿈을 꾸듯 사유하는 색 면의 공간이다.
2. 이방인에 관한 성찰(省察) - 작가의 화면에는 물질문명 속에서 소외된 인간에 관한 문학성이 강조된 이야기들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습관처럼 살아간다. 이러한 일상 속에서 문득 자신을 성찰할 때 우리는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 우리는 우울하고 공허하고 슬픈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부조리한 실존적 존재인 인간 자체에 관하여 고민할 수밖에 없다. 유한의 죽음은 우리를 다시 내면으로 응시하게 되고 삶의 의미들을 재고하게 된다. ● 알베르 까뮈(Albert Camus)의『이방인』은 뫼르소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부조리한 인간 삶의 실존적 단상을 보여주고 있다. 양로원으로부터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통보를 받았음에도 죽음에 관한 현실적 슬픔보다는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라고 읖조리는 뫼르소는 공허하고 우울한 현대인의 감정의 상태를 잘 보여준다. 현재도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 낯설고 슬픈 인간 군상들의 표정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 까뮈가 보여주는 주인공이 겪는 감정의 궤적들은 박지혜가 그리고 있는 불안, 행복, 일상, 가족, 자신의 모습들과 닮아 있다. 이는 모두 유한한 실존적 존재로서의 이방인에 관한 쓸쓸한 이야기들인 것이다. 고뇌하는 젊은 작가의 시선에 닿은 외부 세계는 다시 자신의 내부와 교류되고 있다. 그의 조형과 색이 공간과 시간의 교차로써 교류되는 것처럼, 작가의 시선과 사유는 내밀한 안과 외부의 감정과 정서들로 교차되고 있다. 이는 작가가 주목한 인간 부조리의 상황 그 자체가 객체로써 인식되고 다시 주체로서의 작가에게로 환원되고 재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낯선 이방인으로서의 객체, 타자를 그대로 직시하고 그 상황과 존재 가치를 긍정하고 절대적인 가치평가를 보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나의 상황과 나의 내면으로 끌고 들어와 그 의미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레비나스(Emmanuel Levinas) 가 말하고 있는 타자의 존재로써 주체가 존재하고, 타자가 관계함으로써 주체가 성립되는 안과 밖의 유기적인 관계와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작가에게 있어 타자로서의 환경과 외부의 삶은 거울과 같이 작가의 시선을 반추하고 투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작가 자신으로 향하는 성찰과, 유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대면하게 하는 비밀의 빗장과 같은 것으로 작용한다. ● 이는 박지혜의 작품이 동시대미술이 고민하고 있는 조형의 문제, 내용의 문제 그리고 전기론적인 작가의 경험과 삶의 내용이 작품과의 관계설정에 유기적인 영향과 침투를 보여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작가가 삶에 관한 성숙된 응시와 성찰이 얻은 결과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은 거칠지만 힘찬 색의 운용과 감동의 파장이 긴 문학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현대물질 문화 속에서 생명이라는 유기적인 인간의 실존성에 관한 고민과 성찰의 변주들을 앞으로 기대하고 싶다. (2012.7) ■ 박옥생
내 작업은 한 개인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 시선이 닿는 현실을 표현한다. 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주관적 시선을 갖기까지는 많은 사람과 사회현상에 영향을 받게 된다. 시간이 흐르며 형성된 개인의 기질, 성격은 그 안에서 개성과 고유성을 갖게 되고, 가시적 현상을 자기만의 특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 시선은 객관화된 타자와 세계를 향하기도 하지만, 나의 자아와 정서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주관적 세계가 객관화된 세계와 만나 뒤섞이기도 하고, 객관적 세계를 주관적 시선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선으로 바라본 작업과정은 주로 경험에 따른 직관에 상상을 더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경험은 모두가 경험하는 보편적인 사건에서부터 소수의 사람이 경험하는 특수한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사건으로부터 나온 현실적인 이미지를 인물의 형태를 단순화시키고 주관적 감성에 의한 색채사용과 패턴을 넣으므로 비현실화 시켜, 도피적 의미와 더불어 현실의 연속된 공간을 표현한다. 이 공간 안에서 일상적 풍경이나 사소한 형태를 호기심 어리게 혹은, 우울하고 불안정하게 바라보며 허무함을 표출하기도 한다. ■ 박지혜
Vol.20120828b | 박지혜展 / PARKJIHYE / 朴智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