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ty to Be Filled

이성미展 / LEESUNGMI / 李成美 / sculpture.installation   2012_0831 ▶ 2012_0916

이성미_Empty to Be Filled_혼합재료 (UV protected poly-urethane)_각 90×90×10cm_2012

초대일시 / 2012_0831_금요일_05:00pm

관람료 대인 3,000원 / 소인(초,중생) 2,000원 / 7세 미만, 70세 이상 무료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센터 Gan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평창동 97번지 Tel. +82.2.720.1020 www.ganaart.com

일상을 채우고, 마음을 비우다.부서짐_솟구침 […] 작업대에앉아고개를숙이고, 폐차 공장에서 모아온 부서진 차 유리의 파편들을 붙이고 있는 그녀의 손가락은 규칙적이지만 일정한 리듬을 타고 움직이고 있다. […] 이처럼 지루하고 긴 반복을 통해 결국 연 푸른 빛을 중심으로 소소한 작은 빛들을 수없이 반짝이며, 크고 둥근 달처럼 창백하고 도도한 「Empty to Be Filled (Let it go... it will be filled again...07142012)」가 솟아오른다. 부서진 유리 파편들의 비명 속에서 조용히 솟아오른 이 비취색의 작품은 이성미작가가그동안보여줬던작품세계를함축적으로담아내고있다. 우선 사고로 깨진 자동차 유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녀가부서지고, 깨진 유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키우던 강아지를 산책시키기 위해 나온 어느 날, 그녀는 브루클린 거리의 한 모퉁이에서 깨지고 흩어진 유리를 보게 되었다. 이때 그녀는 거리에 무가치하게 버려지고, 깨진 투명한 유리가 낯선 나라에서 불편하게 겉돌고 있는 자신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성미_Empty to Be Filled(It really hurts Jan. 8, 2012)_자동차 유리, 혼합재료_각 90×90×10cm_2012

폐차공장의노동자들로부터받아온산산이부서진유리조각, 특히 사고로 인해 부서진 차 유리창 같은 것들을 마치 모자이크의 그림 맞추기를 하는 것처럼 반복적으로 작업을 하면서, […] 흉물스러운 것들에게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고, 그 속에 숨겨진 슬픔을 끌어내어 현실 공간 속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솎아 올려 내는 것에서 그녀는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매우 장중하고 견고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닥 무게가 많이 나가지는 않는다. 바로 이들의 지지체가 가벼운 스티로폼이기 때문이다. 그 위에 티끌 같은 유리를 수공업적으로 반복, 집약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서서히 제대로 된 면적을 찾아나가고, 희미한 조각들이 서로 부대끼며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 이제 작품들은 균형과불균형사이의불협화음에서찰나적으로깨어진틈이만드는빛의미학을보여준다. […]

이성미_The Burden in Different Perspectives 04132012_자동차 유리,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2

이번에 선보이는 「The Burden in Different Perspectives: 04132012」는 검은 종유석 같은 형태를 띠며 좀 더 유연하고 단단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얼핏 보면 시커멓고 거대한 송곳니 모양의 형상이 여러 개 천정에서 내려오는 위압적인 모습이지만, 조금만 시각을 비틀면 검은 오닉스가 수천 개 박혀 수많은 빛이 반짝이는 샹들리에처럼 화려하고 아름답다. 하찮은 재료들은 훨씬 정교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태어나고, 여기에 그녀는 스스로가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고 중얼거린다. […] ● 3개의 피스로 이루어진 「Empty to Be Filled (It really hurts: Jan. 8, 2012)」의 경우도 원의 안쪽 면적이 마치 달의 변화처럼 표현되고 있는데, 이 또한 그가 겪고 있는 심상의 구체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채우기위해비워지는이모습은반어법적표현이기도하지만, 현실을 놓아버림으로써 더 큰 하늘의 운용 원칙을 받아 안는 자연의 일부분으로써 사람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그리고깨지고부서졌기에가까이서보면쓸모없고연약한것이지만, 조금만 떨어져 보거나 시각의 각도를 바꾸면 반짝이는 아름다운 그 무엇일 수 있는 사람들의 한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 그녀는 깊은 심연에 가라앉아 있고, 이제 부서진 한 가운데에서 솟구치고 있는 것이다.

이성미_The Journey (Day 20) and The Journey (Day 25)_플랙시글라스에 인센스 스모크_ 각 60×120×11cm_2012
이성미_Go with the Flow…_혼합재료_90×360cm×2_2012

향_정화 ● 2006년도 P.S.1에서 개최된 「참을 수 있는 가벼움(Bearable Lightness)」전에서 이성미작가는향을이용한 「Untitled #600」을 선 보였다. 매체의 기법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P.S.1의 전시의 기획 의도는 전시의 제목 그대로 가벼운 재료들을 가지고 만든 작품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전통적인 기법과 추상적인 기법들을 모두 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때 이성미작가는플랙시글라스케이스안에향에서피어오르는연기가가득차흐르는작품을선보였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몇 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The Journey (Day 25)」와 「The Journey (Day 20)」가 바로 그들이다. 향을플랙시글라스에피워올려그그을음을모아화면에옆으로길게눕힌검은타원형을수놓은이작품들은그녀의작품에서강하게존재하는조형에대한무의식적인감각을가장잘표현한것들이기도하다. 예를 들자면 투명한 재질의 바탕체와 추상적인 형상으로 묘사된 검은 형상은 화선지의 투명함, 그리고 검은 색이지만, 여러 번 먹을 갈아 그 안에서 수많은 스펙트럼을 내포하고 있는 수묵의 명암과 닮아 있다. […] ● 사실 향은 잡아 둘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가잡은것은그흔적이다. 이처럼 그는 자연 속에 흘러가는 그 무엇의 흔적을 작품화하기도 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이 「Starry Night with You #49」와 「Go with the Flow」이다. 별이 빛나는 밤을 형상화한 「Starry Night with U #49」는 투명한 구슬을 드로잉 하듯이 흩트리며, 여러 겹의 층을 쌓아 올려 마치 밤하늘에 강물이 말갛게 흘러가는 듯한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며, 「Go with the Flow」는 2m의 드로잉 「Empty Mind」를 기초로 하여 평형 선으로 연결되는 선의 흐름을 훨씬 더 단순화 시키면서도 치밀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산하여 바니쉬로 마무리하면서 반짝이는 하얀 느낌을 극한까지 끌어낸 이 작품은 「Starry Night with You」에서 보여준 무방비한 아름다움과 대조를 이룬다.

이성미_Rainy day_마일러에 유채_208×108cm_2010
이성미_Reactivation in April_마일러에 펜_70×100cm_2012

비움_채움 ● […]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도 무심히 흐르는 브루클린의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슬픔이 언젠가 치워야 할 짐처럼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짐을 치워 내기 위해 그녀는 일상을 작품으로 채워가고, 그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비워내기 시작하였다. 바로 그 작품 중 하나가 「Empty to Be Filled (30 days practice)」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30일 동안 진행한 이 작품은 얼핏 정사각형의 틀에 일괄적으로 주조된 작품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손으로 하나, 하나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러므로 사각형 안에 자리 잡은 구들은 완벽하지 않는 모습으로 각각의 개별성을 뽐내고 있다. 이 작품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달, 우물, 사막의 모래 등으로 각자 유추해 내는 이미지가 모두 다르다. 특히 달이 찼다가 기우는 느낌이라던가, 마음 안에 있는 물처럼 느껴진다는 말들은 보는 이의 마음이 투영된 이미지일 것이다. […] 이처럼 그녀가 경험했던 상실과 슬픔은 분명개인적인이야기이지만, 오히려 이것을 구체적인 이야기와 형상으로 풀어내지 않음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더 크고 보편적인 의미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을 통해 각자의 인생에서 무의식안에자리잡고있는심연의깊이를마주보게된다. 그리고 그것은 거울처럼 마음을 반영하는 이미지로 투영되어 다양한 해석으로 발화(發話)되는 것이다. […] 그래서 우리도 그녀가 삶과 죽음의 순환 고리 속에서 슬픔과 상실의 고통을 비워 나가기 위해, 매일 매일을 채워나간 작품들을 보면서 이제 그녀의 새로운 하루가 온전히 돋아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 강수정

Vol.20120827h | 이성미展 / LEESUNGMI / 李成美 / sculpture.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