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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822_수요일_05:00pm
갤러리 K 젊은 작가 공모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K Gallery K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63-10번지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 B1 Tel. +82.2.2055.1410 www.galleryk.org
이 전시는 국가기록원에서 발견한 45초짜리 흑백필름에서 시작되었다. 1962년부터 1999년까지 존재했다는 영등포의 이 근로자 합숙소는 완공을 기념하는 1962년의 뉴스 필름이외에는 어떠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았다. 시작은 있되 결말은 사라져버린 과거의 이야기. 왜 결말은 사라져버린걸까하는 궁금증이 이 전시의 출발점이었다. 이후의 리서치는 국가의 공식적인 아카이브를 벗어나 신문과 잡지, 소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과 망각의 이유들, 그리고 기록이 부재한 '틈'을 메꾸는 상상이 이 전시 –『8명의 남자가 사는 방』- 라는 결과물로 만들어졌다.
흑백의 영상작업「뉴스_8명의 남자가 사는 방을 위한」은 다양한 자료조사를 통해서, 시작 밖에 존재하지 않는 근로자 합숙소에 대한 연대기를 완성해낸 작업이다. 도시빈민이 생겨나던 시절, 타향인 서울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가장 싼 값으로 지낼 수 있는 곳이었던 이 곳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범죄자들을 상징하는 곳이 되었다는 사실은, '근로자들의 보금자리' 가 될꺼라던 근로자 합숙소가 왜 완공 이후에는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는지를 암시한다. 1962년 완공부터 철거된 1999년까지 연대기가 펼쳐지는 동안 45초의 처음 뉴스 필름은 계속 반복된다. 이는 기록과 기억이 '부재한' 과거의 틈을 '재현' 으로 덮어버리지 않고, 오히려 그 '부재' 의 상황을 드러내려는 시도이다. ●「유물들_8명의 남자가 사는 방을 위한」은 국가기록원에 남아있는 몇장의 사진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성탄절날 근로자 합숙소를 방문한 영부인의 모습이 담긴 이 사진들은 그나마 유일하게 당시 합숙소에 거주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자료였다. 하지만, 사진의 주인공은 밍크코트를 입은 영부인이었고, 그녀를 둘러싼 가난하고 마른 합숙소의 남자들은 모두 배경처럼 서 있었다. 이 작업은 철거지역에서 주운 시멘트 조각위에 사진 속 남자들의 초상을 프린트한 작업이다. 이는 발굴될리 없는 이 과거의 공간에 대한 유물을 만들어내려는 시도이며, 기록의 배경, 들러리였던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기록만들기이기도 하다.
2채널 영상 작업인「영화세트_8명의 남자가 사는 방을 위한」은 흐릿한 흑백필름 속의 합숙소 방을 영화세트로 재현한 것이다. 2채널 영상작업이지만, 한쪽에는 영화세트임이 확연히 드러나는 전경샷이 움직임없이 지속되고, 또 다른 쪽에는 그 세트 안에서 마치 실제의 공간처럼 조명과 카메라 워크를 통해 '8명의 남자가 사는 방' 이 재현된다. 잊혀진 과거는 어떻게 재현될 수 있을까. 생생한 '재현'은 어떻게 망각하고 있는 '현재'를 지우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과거의 재현 방법 중 하나인 영화적 재현 형식을 반추해보고자 한다.
「노래_8명의 남자가 사는 방을 위한」은 남자들의 노랫소리가 나오는 사운드 설치와 그에 대한 설명이 적힌 안내판으로 이루어진 작업이다. 역사적 대상과 안내판의 조합은 역사가된 과거에 흔히 쓰이는 방법으로 박물관과 역사 유적지 곳곳에서 이런 안내판 형식이 과거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 작업에서 들리는 남자들의 노랫소리는 가수 고복수씨가 불렀던 '타향살이' 이다. 그리고, 안내판에는 실제로 근로자 합숙소 생활을 했던 작가 이광복씨의 논픽션 글 중의 일부분이 발췌되어 있다. 실제로 어느 해 마지막 밤, 합숙소 방에 모인 남자들이 술 몇잔에 거나하게 취해서 '타향살이'를 함께 불렀었다는 이야기. 이 '사실' 과 지금 들리는 노랫소리로 만들어진 '허구' 가 함께 과거를 설명하고 있다. ● 돌의 형상을 한 조각 작업 -「기념비_8명의 남자가 사는 방을 위한」은 이제는 대략의 위치만을 추정할 수 있을 뿐 실재했던 위치를 알 수 없게된 근로자 합숙소를 위한 기념비이다. 지금, 이곳, 여기를 가리키고 있는 화살표가 반짝거리는 이 기념비 뒤에는 공터나 막다른 길과 같은 장소에 놓여진 기념비의 사진이 함꼐 보여진다. 사진 속에서는 과거의 어떤 것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이 기념비가 아무것도 아닌 곳, 혹은 잊혀진 곳들에 세워져 있다. 이 기념비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과거의 모호한 지점이다.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망각하고 있는 현재 뿐이다. ● 이 전시를 관통하고 있는 질문은 결국 과거가 아니라 '현재' 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혹은 망각하는 과거의 모습 속에는 우리의 현재가 투영되어 있다. 왜 어떤 것은 기억되고, 역사가 되고, 왜 어떤 것은 기억되지 않고, 잊혀지고, 사라지는가? 그 선택은 누가 하는 것인가? 우리는 과거에 대해 알거나 모를 선택권을 스스로 갖고 있는가? 아니면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 권혜원
Vol.20120820e | 권혜원展 / KWONHYEWON / 權慧元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