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진화_evolution of Urban

이병찬展 / LEEBYUNGCHAN / 李秉燦 / installation   2012_0816 ▶ 2012_0909 / 수요일 휴관

이병찬_urban-creature.1_비닐, 에어 모터_가변설치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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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수요일 휴관

씨드 갤러리 SEED GALLERY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교동 9번지 아주디자인타워 1층 Tel. +82.31.247.3317 blog.daum.net/gallerymine

문명은 진화하는 것인가? 변모할 뿐인가? 인류의 삶을 변화 시킨 몇 가지 사건이 있다. 철기문화, 전기, 컴퓨터가 그것일 것이다. 철기문화가 보급되면서 식량의 생산은 기하 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하고 잉여 생산물이 생기면서 부의 창출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전기의 발명은 인간의 활동시간을 낮 시간에서 밤낮으로 확장 시켰으며 컴퓨터의 보급은 SNS로 발전하면서 정보 공유의 영역을 확대하고 국경을 지워 버렸다. 시간경영이라는 단어까지 출현한 지금, 우리는 진화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인가? 단지 변화하는 격랑 속에 묻혀있는 것인가?

이병찬_urban-creature.2_비닐, 에어 모터_가변설치_2012

작가 이병찬은 일회용 비닐봉투에서 문명의 진화와 변화의 모습을 찾는다. 당대 문명의 모습은 도시의 모습이면서, 도시는 인간의 삶이 가장 적나라하게 반영되는 삶의 현장이다. 엉뚱하지만 수많은 도시의 모습 가운데 생활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비닐봉투는 우리네 삶의 양태를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비닐봉투는 이제 필수품이 되었고 너무나 흔한 물건이 되어서 의미를 부여할 꺼리조차 없다. 그 비닐봉투에 쾌적한 도시환경을 위해 음식찌꺼기를 담아 버리는 중요한(?) 역할이 부여됐다. 음식찌꺼기가 담긴 비닐봉투가 도시의 담벼락에 넘쳐난다. 거리의 고양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봉지 속에 버려진 치킨과 족발을 얻기 위해 비닐봉투를 발기발기 찢어 놓는다. 닭둘기까지 가세한다. 사람의 접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잠시 눈치를 볼 뿐... 인간이 파괴해 버린 자연은 먹이 사슬이 무너지고, 언제부터인가 사람 주변에서 숨 죽여가며 먹거리를 찾아 서성이던 동물들은 경계심을 내던지고 사람들의 생활 주변으로 정착지를 옮겨왔다. 문명의 진화와 더불어 변화하는 생태계의 끄트머리를 헤매고 있던 고양이는 정글이 아닌 도시를 선택함으로서 문명 덕택에 쉽사리 먹이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모순적인 생태의 모습으로 상위 먹이 사슬인 사람이 버린 먹이에서 생존의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본능을 스스로 버린 것인지, 잃어버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고양이의 정체성이 변질 된 것이다. 새로운 생태계, 새로운 종(種)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병찬_urban-creatures-zoo 1_비닐, 에어 모터_가변설치_2012
이병찬_urban-creature parking_비닐, 에어 모터_가변설치_2012

작가 이병찬은 일회용 비닐봉투와 일회용 라이터를 사용해서 도시의 생태계를 조망한다. 문명의 진화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와 종(種)의 변이, 변종(變種)의 현주소를. 일회용 비닐 동물은 에어모터로 생명을 불어 넣어 주어야 하며, 모터가 멈추면 한줌의 비닐 뭉치에 불과하다. 독자적으로 존재 할 수 없어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 받아야 존재감을 알릴 수 있으면서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나약하기만 하다. 진화하는 문명의 혜택 속에 살고 있지만 자신의 의지를 발현할 수 없는 객체에 불과한 '나' 의 모습은 아닐런지?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나'가 아닌 도시를 살아가는 도시 구성 인자에 불과한 새로운 '종'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이병찬_urban-creature park_비닐, 에어 모터_가변설치_2012

문명은 새로운 권력을 만들었고, 권력은 환경 변화에 따라 변모해 왔으며 형태 또한 정치 일방면에서 경제와의 공존으로 변모되었다. 정경유착으로 삶의 지향점이 왜곡되고 지형이 바뀌고 있다. 새로운 권력-재벌, 언론, 금융, 통신, 유통-은 새로운 마름을 키우고, 그 마름들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외치며 새로운 하호를-일용계약직, 텔레마케터, 댓글 알바, 편의점 알바, 대리운전, 목숨을 담보하고 질주하는 오토바이 퀵서비스 등등-주문하고 있다. 새로운 종을 원하고 있다. 도시의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아니 진화하고 있다. 음식 쓰레기 비닐 봉투를 헤집는 거리의 고양이 모습에서「문명-도시의 진화」의 현 주소를 찾으려는 모색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 씨드 갤러리

Vol.20120816b | 이병찬展 / LEEBYUNGCHAN / 李秉燦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