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 그 시간에

남현경展 / NAMHYUNKYUNG / 南賢敬 / mixed media   2012_0815 ▶ 2012_0819

남현경_13시5분19시58분_단채널 비디오_06:20:00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울대학교 우석홀 WOOSUK HALL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종합교육연구단지(220동) 1층 Tel. +82.2.880.7480 cafe.naver.com/woosukhall

내가 지나가는 모든 공간과 시간은 나에게 작업의 틀로 작용한다. 나는 그 틀 안에서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일들을 해나가고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모든 것들을 수용하고 축적시켜나간다. 작업에서 행해지는 반복적인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들이다. 손 한줌의 흙 파기, 물방울 떨어뜨리기, 모래알 배열하기 등 내 몸이 무리없이 할 수 있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적당한 일을 한 단위로 정하고 그것을 계속 반복한다. 나는 그 일들을 그 자리, 그 시간에 최대한 끝까지 하려고 노력한다.

남현경_8시30분3시12분_디지털이미지_2011
남현경_그자리그시간에_꽃잎_가변크기_2012
남현경_그자리그시간에_모래알_가변크기_2012

작업 안에서 나는 최소한의 관여만 한다. 그것은 작업이 시작될 때 어떤 장소와 시간에 무엇을 반복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엇'도 내가 맞닥들인 어떤 장소나 물질, 시간에 맞게 형성된 단순한 규칙일 뿐이다. 나는 그 규칙을 수행적으로 따라갈 뿐이다. 이러한 수행적 행위를 해나가는 동안 수많은 변수가 생긴다. 때마다 달라지는 장소, 다루는 물질의 특성, 날마다 바뀌는 시간, 날씨 등 내가 예측하거나 제어할 수 없는 수많은 요인들이 생기는데, 나는 자연이라는 틀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수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큰 저항 없이 모두 결과물에 흡수시키며 나의 행위를 지속할 뿐이다.

남현경_The Rules of the Thing_목장갑에 펜_가변크기_2012
남현경_The Rules of the Thing_스티로폴에 펜_21×18×13cm_2012
남현경_일렬로떨어뜨리기_석고_가변크기_2010_부분

나는 무엇을 만들지 않는다. 썰물의 바닷가에서 모래를 파서 나의 한줌의 흔적을 남긴다거나 길거리에 꽃잎이나 작은 모래 알갱이를 배열해 놓는 등등 나의 작업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내가 한 일들이 곧 사라질 것을 알면서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썰물시간 모래에 무엇을 만드는 일은 이내 밀물이 들어와서 그 흔적이 사라질 것을 안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는 행위이고, 바람에 곧 흩어질 꽃잎을 배열하거나 사람들이 발로 차버릴 모래 알갱이를 배열하는 것 역시 그렇다. 무엇을 '만든다'는 것은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내 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도를 최선을 다해 반복하여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해내는 행위 그 자체가 나에겐 의미 있는 일이다. ■ 남현경

Vol.20120815f | 남현경展 / NAMHYUNKYUNG / 南賢敬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