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울대학교 우석홀 WOOSUK HALL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종합교육연구단지(220동) 1층 Tel. +82.2.880.7480 cafe.naver.com/woosukhall
내가 지나가는 모든 공간과 시간은 나에게 작업의 틀로 작용한다. 나는 그 틀 안에서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일들을 해나가고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모든 것들을 수용하고 축적시켜나간다. 작업에서 행해지는 반복적인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들이다. 손 한줌의 흙 파기, 물방울 떨어뜨리기, 모래알 배열하기 등 내 몸이 무리없이 할 수 있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적당한 일을 한 단위로 정하고 그것을 계속 반복한다. 나는 그 일들을 그 자리, 그 시간에 최대한 끝까지 하려고 노력한다.
작업 안에서 나는 최소한의 관여만 한다. 그것은 작업이 시작될 때 어떤 장소와 시간에 무엇을 반복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엇'도 내가 맞닥들인 어떤 장소나 물질, 시간에 맞게 형성된 단순한 규칙일 뿐이다. 나는 그 규칙을 수행적으로 따라갈 뿐이다. 이러한 수행적 행위를 해나가는 동안 수많은 변수가 생긴다. 때마다 달라지는 장소, 다루는 물질의 특성, 날마다 바뀌는 시간, 날씨 등 내가 예측하거나 제어할 수 없는 수많은 요인들이 생기는데, 나는 자연이라는 틀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수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큰 저항 없이 모두 결과물에 흡수시키며 나의 행위를 지속할 뿐이다.
나는 무엇을 만들지 않는다. 썰물의 바닷가에서 모래를 파서 나의 한줌의 흔적을 남긴다거나 길거리에 꽃잎이나 작은 모래 알갱이를 배열해 놓는 등등 나의 작업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내가 한 일들이 곧 사라질 것을 알면서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썰물시간 모래에 무엇을 만드는 일은 이내 밀물이 들어와서 그 흔적이 사라질 것을 안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는 행위이고, 바람에 곧 흩어질 꽃잎을 배열하거나 사람들이 발로 차버릴 모래 알갱이를 배열하는 것 역시 그렇다. 무엇을 '만든다'는 것은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내 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도를 최선을 다해 반복하여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해내는 행위 그 자체가 나에겐 의미 있는 일이다. ■ 남현경
Vol.20120815f | 남현경展 / NAMHYUNKYUNG / 南賢敬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