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웬 존스 - 이슬람의 영향 ● '색채가 없는 형태는 영혼이 없는 몸과 같다' 이슬람 예술은 19세기 후반 영국 디자인 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숙련된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였던 오웬 존스(Owen Jones, 1809-74)는 영국 디자인 혁명에 있어서 선두적인 역할을 했으며, 독보적인 예술 이론가로도 활동했다. 초창기 그는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을 여행하며 이슬람 건축과 장식을 접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추상 장식 요소와 평면 패턴 이론을 발전시켰고 이는 영국 전통 디자인계에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이슬람 디자인에서 영향을 받은 존스는 그만의 새로운 디자인 이론을 적용하여, 1851년 런던에서 열린 만국 박람회 (The Great Exhibition) 건물 내부를 기존의 것들과는 차별화된 신선하고 획기적인 인테리어로 만들었다. 그의 이슬람에 대한 지지와 열망은 이후 현대 디자인사에 교두보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고 많은 디자인 학도들에게 지침서가 되었다. 또한 그의 디자인은 만국박람회를 위한 수정궁과 사우스 캔싱턴 박물관 (South Kensington Museum: 현 V&A)설립에 주축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오웬 존스와 빅토리아 시대 디자인을 이끈 여러 멤버들이 이슬람 미술의 특징인 기하학적 추상 장식과 평면 패턴, 다색 석판물 등을 빅토리안 디자인 형성에 어떻게 적용시켰으며, 미래에 대한 새로운 발전과 비전을 위해 이슬람 예술을 어떻게 발전 시켰는지 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고찰할 것이다.

Ernest Richmond_Tile decoration from the Dome of the Rock, Jerusalem_watercolour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초기 여행 시기 Early Travel ● 오웬 존스는 꾸밈없고 소박한 하얀색을 지향하는 신고전주의 건축이 팽배할 시절을 지냈다. 하지만 한 연구에서 고대 그리스 건물이 원래 색을 띄고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다색화법' 건축학의 사례 연구는 존스와 같이 야망 있는 젊은 건축가에게 새롭고 매력적인 것 이었다. 존스는 23살의 나이에 세계 여행을 떠났다. 존스는 아테네에서 고대 그리스 건축물의 다색화법을 연구하던 젊은 프랑스 건축가 쥘 고리를 만났다. 이후 존스와 고리는 고대와 이집트의 중세 이슬람 건축물을 탐험하고 새로운 색과 형태에 대한 지각과 배움을 얻기 위해 남쪽으로 떠났다. 또한 존스는 고리와 함께 알람브라 궁전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 터키를 방문했다.

William Harvey_Measured drawing of the Tower of the Captive, Alhambra_ pen, ink, watercolour and gilding_1915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Owen Jones_Plans, Elevations, Sections, and Details of the Alhambra (Volume 2)_chromolithograph_1845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알람브라 궁전 The Alhambra ● 1834년 오웬 존스와 그의 친구 쥘 고리는 이슬람교의 마지막 왕조이자, 전 나스르의 수도였던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콜레라 발병으로 인해 그들은 6개월 동안 강제로 알람브라에 머물러야만 했다. 이 시기에 그들은 종합적인 이슬람 건축 연구를 위해 나스르 궁전의 실측도를 제작했으며, 더욱 객관적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이슬람 건축연구를 시작했다. 알람브라에서 존스가 진행했던 세부적인 장식요소에 관한 연구는 그에게 혁신적인 경험이었으며, 훗날 그가 디자인 이론을 정립할 수 있는 자료들이 되었다.

P. H. Delamotte_The Alhambra Court at the Crystal Palace_ sydenham albumen print from wet collodion on glass negative_1854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대영 만국 박람회 시기 및 그 이후 The Great Exhibition and Beyond ● 1851년 런던에서 열린 만국 박람회는 빅토리아 시대를 대변하는 건축물이다. 거대한 철제와 유리 구조물로 지어진 수정궁에서 열린 만국 박람회에는 6백만 명의 사람들이 방문했다. 존스는 만국 박람회의 인테리어 장식을 담당했다. 알람브라 궁전에 사용되었던 파란, 빨간, 노란 주요색들에서 영감을 받아 심플하지만 혁신적인 페인팅 기법을 선보였다. 그의 디자인은 논쟁과 비판을 낳기도 했지만, 존스는 그의 새로운 비전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만국박람회가 끝난 후 수정궁은 런던의 남부에 위치한 시드넘에 재건축 되었으며 대중들에게 역사적인 건축과 디자인의 표본으로 남았다. 이슬람 디자인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알람브라 궁정 재현 부분은 존스의 알람브라 궁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Owen Jones_Original drawing for the Grammar of Ornament (Moresque No. 5)_ pen and bodycolour_1856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세계 문양의 역사 The Grammar of Ornament ● 오웬 존스는 사우스 켄싱턴 디자인 학교에서 디자인 수업 이론과 각종 자료를 구축했으며 많은 학생들에게 이를 가르치고자 했다. 하지만 학교 밖의 디자이너들이나 학생들은 그의 디자인 이론과 수업 자료에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느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그가 구축해온 디자인 이론을 담은 책 '세계 문양의 역사'를 출판하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존스가 유럽과 근동지역을 여행 하며 접한 타문화의 장식미술과 문양, 장식품에 대한 연구를 담고 있으며 최고의 디자인 교본으로서 사용되었다. 당시 기하학적 추상 장식품과 평면 패턴, 색채의 사용에서 혁신적이었던 이 서적은 150년 동안 계속 출판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디자이너들에게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Lèon Parvillèe_Ewer & basin, form based on Turkish originals, with decoration derived from Turkish tilework_ earthenware with raised slip and enamelled colours_about 1870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Fabrica Plateria de Martinez_'The Clarendon Vase' - inspired by the Alhambra 'Gazelle Vase'_ silver and gold_1840~1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시대적 영향과 유산 Influence and Legacy ● 존스는 건축가로서 보다 디자이너로서 더욱 명성을 떨쳤다. 1840년대부터 그가 생을 다할 때까지 그는 서적과 문구류, 벽지, 텍스타일 등 많은 물품들을 생산해 내는 디자이너로서 활동했다.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물품을 통해 꾸준히 이슬람 디자인과 알람브라의 장식미술과 문양 등을 널리 전파했다. 이후 이슬람 미술은 많은 프랑스 디자이너들에 의해 유럽전역으로 널리 전파되었다. 스페인 이슬람교는 디자이너들이 영감의 원천으로 삼은 미학의 핵심이었으나, 점차 다른 이슬람 지역까지 그 관심의 범위는 점차 넓어졌다. 궁극적으로, 이슬람 예술은 유럽의 산업디자인의 발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

Vol.20120814c | 오웬 존스와 알람브라 이슬라믹 디자인, 발견과 비전展